[지속가능한 문화도시 프로젝트] ②거듭되는 훼손과 멸실, 대전의 역사가 사라진다

  • 문화
  • 문화 일반

[지속가능한 문화도시 프로젝트] ②거듭되는 훼손과 멸실, 대전의 역사가 사라진다

사라져가는 대전의 근대건축물

  • 승인 2021-08-21 10:44
  • 수정 2021-09-25 14:03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대전역사·성산교회 목사관·별당 등 원도심 개발로 자취감춰

아파트 신축 등 재개발 못피해… 뾰족집 최악의 보존사례로

 

철도 부설과 함께 도시의 면모를 갖춘 대전에는 역사성을 지닌 크고 작은 근대건축물이 포진된 '역사의 보물창고'였다. 하지만 원도심 개발을 본격화한 2000년 이후부터 훼손과 멸실이 반복됐고, 지금은 문헌들과 이를 지키는 사람들의 기억으로만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대전의 근대건축물들이 사라지는 현실을 놓고 규모나 높이 같은 건축학적 측면과 더불어 가치를 알고 되새겨 미래세대를 위한 발자취를 남길 대상 자체가 소멸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대전역은 1928년에 양측 두 개의 돔을 갖춘 목조형 200평 규모의 서구식 건축물이 시초였다. 한국전쟁 때 소실된 후 미국정부의 전쟁복구기금으로 1958년 준공됐지만, 새로운 교통문화를 연다는 명분으로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사라졌다.  

 

대전역-별당
대전역사(1958)와 대사동별당(1942)..<사진=한국건축가협회 대전건축가회>

원도심의 중심인 대흥동 중앙통에 있던 한국은행 대전지점(1953년, 옛 한빛은행 대전중앙지점)은 당시 삼성화재 충청사(구 시청)와 대전의 중앙을 지키던 핵심 건축물이었지만, 2000년 12월 지하철공사로 철거됐다. 홍선기 대전시장 시절 마지막 철거론이 대두됐을 때 심의과정에서 전면의 파사드를 살려 지하역사로 개축하는 안이 채택됐지만, 시공 측에서 안전을 이유로 철거를 강행했다.

 

한일은행-한국은행
우리나라 건축계의 거장 고 유원준이 설계한 한일은행 대전지점(좌,1957)과 한국은행 대전지점(우,1953).<사진=한국건축가협회 대전건축가회>
해방 이후 우리나라 건축계의 거장으로 불리던 고 유원준 씨가 설계한 한국은행 대전지점과 한빛은행 대전지점(1957년), 버드내아파트가 있는 유천동 조폐공사 공장 등 그의 유작들은 이제 대전에서 볼 수 없게됐다.



과거 대전시립연정국악원으로 쓰이던 우남도서관(1958년)도 자취를 감췄다. 우리나라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설립한 도서관으로 중구청사를 매입하기 위해 건설회사에 매각, 2004년에 헐렸다. 지금은 우리들공원이 들어서 공용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앙극장-목사관
중앙극장(1935)과 성산교회 목사관(1930).<사진=한국건축가협회 대전건축가회>

1930년에 지어진 성산교회 목사관도 빼놓을 수 없는 멸살사례 중 하나다. 등록문화재 제164호로 당시 근대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가옥이었으나, 가치보존에 따른 사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아파트공사 도중 2011년 화재로 소실됐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을 맞고, 한국전쟁을 거쳐 재건의 시래도 이어지는 근현대사를 연결시켜줄 대표적인 건축물이 사라진 것이다.

뾰족집-이전후모습
자리를 옮긴 후의 대흥동 뾰족집(등록문화재 제377호) 모습.<사진=씨엔유건축사사무소DB>

 

대흥동 '뾰족집'은 멸실을 피하려다 최악의 보존사례로 얼룩진 근대건축물이다. 등록문화재 제377호로 재개발에 따른 아파트 신축으로 원래 대흥동 429-4번지에 있던 건물을 37-5번지로 자리를 옮겼다. 2000년대 중반 주변이 재개발되면서 헐릴 위기에 놓였으나 자리를 옮겨서라도 지켜내자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2008년 보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벽체와 창호를 철거한 채 목조의 뼈대만 남기는 등 재개발조합의 의식 없는 행태로 본래 취지가 무색하리만큼 크게 훼손됐다.

 

이 외에도 한 때 대전문화의 중심이자 연극·영화의 메카였던 중동 중앙극장(1935년·시공관)과 일본인 소아과 의사의 애첩이 살았던 목조 팔작 기와집인 대사동별당(1942년)도 각각 2004년과 2009년에 철거됐다.

 

유병우 건축평론가는 "공간을 지켜야 역사가 보존되고 문화가 지속하는 것"이라며 "시대 흐름에 따라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살기에 불편하고, 보존하기에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손쉽게 부수고 새 건물을 짓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라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구미, 주민안전 무시한 보행자 보도정비공사 논란
  2. 안양시, 평촌신도시 정비 ‘청신호’ 가속
  3. 영천, '신성일기념관 개관 기념' 고향사랑기부 이벤트
  4. "아산페이 안 쓰면 손해"-연말까지 18% 할인 연장, 법인 10% 연장 할인
  5. 아산소방서, 전통사찰 화재 예방훈련
  1. 천안시, 청소년유해환경 개선 합동점검·단속 및 캠페인
  2. 삼성디스플레이, 취약가정에 1억5천만원 후원
  3. 아산시 음봉어울림도서관, '시선 너머의 이야기' 전시
  4. 천안법원, 음주 측정 거부한 50대에 '징역형'
  5. 천안법원, 지인 간 법적소송에서 위증한 혐의 50대 남성 무죄

헤드라인 뉴스


국정자원 화재 나비효과 막아라

국정자원 화재 나비효과 막아라

사상 초유의 국가 전산망 마비를 불러온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정부는 신속한 시스템 복구에 나서 최악의 상황은 막았지만, 이번 사태가 대전 등 충청권에 가져온 과제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지역 공공 자산인 국정자원 이전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다. 공공기관이 특정 지역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다.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고 국가균형발전을 견인하기 위해선 지역의 공공기관을 지키고 새로운 인프라를 유치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중도일보는 '국정자원 화재 나비효과 막아라' 시리즈를 통해..

한미 통상·안보 팩트시트 발표… 상호관세 15% 인하, 핵잠 승인 담겨
한미 통상·안보 팩트시트 발표… 상호관세 15% 인하, 핵잠 승인 담겨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 관세율을 포함한 한미 간의 무역 협상이 최종 마무리됐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포함한 양국의 안보 협상도 문서 형태로 공식화됐다.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14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양국의 관세·안보 협상에 대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동시에 공개했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직후 나올 예정이던 팩트시트 발표가 지연되면서 세부 내용에서 이견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이날 공개된 팩트시트에는 지난 정상회담 당시 발표된 내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대전시의회, "대전교도소 이전 지지부진…市 대책시급"
대전시의회, "대전교도소 이전 지지부진…市 대책시급"

대전교도소 이전사업이 8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면서 대전시의 명확한 추진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됐다. 교도소 과밀화와 시설 노후 문제는 이미 한계를 넘었지만, 이전 사업이 장기간 답보 상태에 놓이며 후적지 개발 계획 역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열린 대전시의회 제291회 정례회 도시주택국 행정사무감사에서 방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유성구2)은 "대전교도소는 수용률이 142.9%에 달해 전국 평균(122.1%)을 크게 웃돌고, 노후 시설로 국가인권위원회의 개선 권고까지 받..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