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문화도시 프로젝트] ①근대건축물로 보는 등록문화재의 '민낯'

  • 문화
  • 문화 일반

[지속가능한 문화도시 프로젝트] ①근대건축물로 보는 등록문화재의 '민낯'

사라져가는 대전의 근대건축물

  • 승인 2021-08-15 11:57
  • 수정 2021-09-25 15:56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등록문화재 도입 20년 제도적 한계점 드러나

개발논리 유혹, 재산권 행사 제한 소유자 몫

전문가 "신고 아닌 '허가제'로 바꿔야" 지적

용도변경 허용폭 커 가치보존 취지 퇴색 우려

 

 

중도일보는 '지속가능한 문화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대전의 문화자산의 현황과 관리를 통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짚어본다. 첫번째는 '대전의 근대건축물' 이다. 철도 부설과 함께 도시의 기틀을 마련한 대전은 충남도청사, 동양척식주식회사, 중앙극장, 우남도서관 같은 수작들이 즐비한 근대건축물의 보고였다. 하지만 일제 잔재라는 명분과 보존에 따른 경제적 부담, 가치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멸실과 훼손이 반복되고 있다.

2000년대에 들어 근대문화유산 가치보존의 인식 고취로 2001년 등록문화재 제도를 도입했지만, 지정문화재 제도와 달리 경제논리를 규제하기 어려운 데다, 소유자와 국민의 성숙한 보존의식이 담보돼야 하는 제도적 한계점을 드러내며 여전한 숙제로 회자되고 있다. 근대 건축물에 이어 둔산 문화단지 조성, 대흥동 문화의 거리 조성 등 대전의 문화 이슈들을 연속 짚어본다. <편집자 주> 

 

뾰족집
지난 2010년 10월 당시 대전 중구 대흥동 등록문화재인 뾰족집이 실측조사 등 이전 절차도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채 철거가 진행돼 논란이 됐다. <사진=연합>
근대건축물로 보는 등록문화재의 '민낯'

대전은 1904년 경부선철도 개통을 시작으로 근대도시의 기틀을 마련했다. 1911년 대전과 연산을 잇는 39.9㎞를 포함 총 260.6㎞ 호남선 전 구간의 교차지점으로 교통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당시 대전역과 동구를 중심으로 한 개발 호재는 일본인들이 대거 이주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인동과 정동, 중동, 소제동 일대는 주거를 비롯해 관공서와 상점, 시장이 형성됐다. 여러 형태의 일본식 근대건축물이 생성된 시점이기도 하다.

문화재청이 지난 2003년~2005년까지 3년 동안 진행한 전국 근·현대 건축·시설물에 대한 목록화 조사에서 대전에만 176개의 근대건축물이 있다는 결과는 대전이 '근대건축물의 보고'였음을 방증한다. 하지만 수많은 근대건축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서 대전의 역사성마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2011년 대전시가 수립한 '2010 근대문화유산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첫 조사 이후 2010년까지 7년 새 대전의 근대건축물 27채가 자취를 감췄다. 이로써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 포털에 게재된 대전의 등록문화재는 현재 22건뿐이며, 근대건축물은 15채가 전부다.



중앙극장-우남도서관
철거로 자취를 감춘 중앙극장(사진 위, 1935년)과 옛 우남도서관(사진 아래, 1958년).

목조 팔작기와집인 대사동 별당과 시립연정국악원(옛 우남도서관), 대전여중 본관, 중앙극장(옛 대전극장, 1935년), 충남도 관광협회 건물(1968년) 등이 사라졌다. 꼬르뷔제 건축양식을 녹여내 건축학적 가치가 높게 평가됐던 대전고등학교 도서관도 기숙사 건립으로 철거됐다. 대덕구에 있던 회덕역(1940년)과 법동천교(1905), 유성과 서구에 있던 충남농업기술원 채종장사무실도 개발의 소용돌이를 비켜 가지 못했다.


근대건축물들이 멸실과 훼손을 거듭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국가등록문화재의 제도적 한계'를 꼬집는다. 근·현대의 귀중한 유구(悠久)들을 등록시켜 철거를 방지하고 기록화하는데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소유자의 자발적 보호 의지를 격려하는 취지의 제도적 유연성으로 등록된 문화재의 보존을 위한 보호장치가 지정문화재 제도에 비해 크게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그에 따른 해결책으로 등록문화재의 현상변경 조건과 관련해 소유주가 직접 문화재로 등록하는 '신고제'를 '허가제'로 변경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 등을 통해 재산권 행사에 따른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근대건축 등록문화재가 외곽보다는 도심에 있다 보니 개발논리에 따른 유혹과 재산권 제한에 대한 부담을 소유주가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적 대안으로 풀이된다. 

회덕역
철거돼 사라진 회덕역사(1940년) 모습.

등록문화재의 현상변경에 따른 유연한 허용범위 탓에 내부는 물론 외관의 심각한 훼손으로 근대유산의 본질적 가치가 퇴색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 56조 제2항)상 근대건축 등록문화재의 실내공간 변경에 따른 별도의 제한조치는 없으며, 외관도 전체 4개 면 중 전면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변경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껍데기만 남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해 문화재로서의 본래 취지마저 소멸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큰 이유다.

고윤수 학예사는 "기존의 점(點) 단위 개별 문화재 중심의 단선적이고 평면적인 정책의 한계점에서 벗어나 선(線)·면(面) 단위 등록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라며 "근대문화유산이 도시재생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그 제도적 장점과 효용성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식장산부터 장동까지 평화견학…제8회 평화발자국 참가자 모집
  2. 대전과학기술대 여자 배드민턴부, 전국종별배드민턴대회 3위 쾌거
  3. 군의관과 간호장교 부부에서 시작, 을지재단 창립 69년 기념식
  4. 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보건의료지원단 빅데이터 역량 교육
  5. 육군군수사령부, '미식별 선박 대응체계 고도화' 발표 32사단 최우수상 선정
  1. 건양사이버대-대덕파트너스, 미래 인재 양성 위해 맞손
  2. 충남교육청평생교육원, 배움과 나눔이 어우러진 '평생학습주간 행사' 성료
  3. 대전학원연합회 '제1회 진로체험 한마당' 성황…직업현장 생생한 경험
  4. "한국문화 체험하며 한국을 더 사랑하게 됐어요"
  5. 아산시, 베트남 닌빈성과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 MOU' 체결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부동산시장 "민간임대 비율 조정" 목소리 커져

대전 부동산시장 "민간임대 비율 조정" 목소리 커져

지방에서 미분양이 쏟아지는 등 부동산 한파가 심각한 가운데 지방 도시개발사업에서 천편일률적인 임대주택건설 의무 비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전시는 이 같은 여론을 주시하면서 지역 부동산시장의 면밀한 분석을 통한 '조정'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어 주목된다. 민간임대주택의 장점과 수요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건설 경기 부양 등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염두한 최대공약수 찾기에 나선 것이다. 최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분양이 이뤄진 아파트 단지 청약 미달률은 1순위 기준 41.9%에 달했다. 반면 서울만 0%를..

`호남고속도로지선 확장 공사`예타 통과
'호남고속도로지선 확장 공사'예타 통과

대전의 숙원 사업인 '호남고속도로지선 확장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함에 따라 충청과 호남의 축 병목 해소에 청신호가 켜졌다. 최근 대전시에 따르면 '호남고속도로지선 확장 사업'은 10월 31일 기획재정부 제10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예비타당성조사 심의 결과 최종 통과했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3522억 원 규모로 호남고속도로지선 서대전분기점~회덕분기점 구간(총 18.6㎞)이 4차로에서 6차로로 확장하는 사업이며 사업기간은 약 8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은 이 구간을 '충청·호남을 잇는 병목지점'으로 지목하며..

대전 소상공인·전통시장 경기 체감 지수 상승 뒤 유지... 11월 전망지수도 `밝음`
대전 소상공인·전통시장 경기 체감 지수 상승 뒤 유지... 11월 전망지수도 '밝음'

대전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들이 느끼는 경기 체감 지수가 상승 곡선을 그린 뒤 유지하고 있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원 등으로 반등한 지수가 우상향하고 있는 것인데, 11월 경기 상황을 내다보는 전망 지수도 올라서면서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내비친다. 2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발표한 '소상공인시장 경기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전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10월 경기 체감 지수는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원으로 상승한 이후 평행선을 유지 중이다. 경기 동향 조사는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사업체 운영자의 체감 경기 파악..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성비 좋은 겨울옷 인기 가성비 좋은 겨울옷 인기

  •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겨울철 대비 제설작업 ‘이상무’

  •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중장년 채용박람회 구직 열기 ‘후끈’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한화 팬들의 응원 메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