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3심제와 판결 이유 없는 1심 판결문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3심제와 판결 이유 없는 1심 판결문

최린아 변호사

  • 승인 2021-09-15 08:35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최린아3
최린아 변호사
사람들 사이에 법적 분쟁이 생겼을 때 '어느 쪽의 주장이 옳은지'에 대한 종국적인 판단을 내리는 곳이 법원이다. 법정 안에서 재판장은 당사자들에게 '신'과 같은 존재이며 재판장이 선고하는 판결에 따라 희비가, 극단적으로는 (사실상의) 생사가 극명하게 갈린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3심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1심 판결에 불복하는 경우 항소를, 2심 판결에 다시 불복하는 경우 상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판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당사자와 대리인, 변호인, 검사 등 재판 관여자가 주장, 입증을 충분히 하지 못했거나 재판부가 사실을 잘못 판단하거나 법리를 잘못 적용하는 등의 이유로 잘못된 판결이 선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오판의 가능성을 줄여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심급과 인적 구성이 각기 다른 재판부에서 세 번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3심인 상고심은 법률심으로서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에서 규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으면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기에 민사와 가사, 행정사건의 경우 심리 불속행 기각률이 2018년 기준 76.7%, 형사사건의 경우 상고기각 결정 비율이 61.8%로 상고심에서 심리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5년간의 통계에 따르면 상고심에서 파기판결(원심판결에 법령위반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선고되는 비율이 민사사건은 10% 미만, 형사사건은 1~2%에 불과하다.

결국 당사자가 하고 싶은 주장을 제약 없이 펼치고 그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는 실질적으로 사실상 1심과 항소심(2심) 두 번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고 생각된다. 1심에서 패소한 당사자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1심 판결문의 판결 이유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그 부당성에 대한 주장을 통해 항소심 재판부를 설득해야만 한다.

반대로 만약 1심 판결 이유에 적시된 증거와 사실 판단과 법리 적용이 명명백백해 완전히 납득할 수 있는 정도라면 당사자는 법원의 판결에 승복해 더 이상의 무익한 법적 다툼을 이어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1심 판결문에 기재하는 판결 이유는 국민의 권리 보호와 사법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제고,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인데, 때로는 판결 이유 없는 판결문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소액사건심판법은 3000만 원 이하 소액사건에 대해 판결문에 판결 이유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교적 단순한 소액의 민사사건을 간소한 절차에 따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판결 이유를 생략하는 경우에는 선고 시 판결 이유의 요지를 구술로 설명하도록 하고 있으나, 선고기일에 참석하지 않으면 판결 이유를 알 수 없다. 직접 참석해 설명을 듣더라도 어렵고 생소한 법률용어를 당사자가 이해하고 기억하여 항소 여부를 검토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3000만 원 이하의 소액사건은 전체 민사사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그 비중이 크고 상대적으로 소가가 적다 하더라도 당사자들에게는 하나하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 사건들이다. 소액사건이라고 판결 이유를 판결서에 기재하지 않을 수 있게 함으로써 당사자가 패소하고도 패소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항소심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기도 어렵게 하는 건 재판받을 권리를 부당하게 제약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재판장이 당사자가 변론한 내용과 사건 기록을 검토해 판단을 내리는 것은 소가가 많든 적든 마찬가지의 재판과정이다. 소가가 3000만 원 이상인 사건과 동일한 수준으로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판결 이유를 적시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재판장이 어떤 근거로 그렇게 판단한 것인지 알 수 있도록 간략하게라도 이유를 기재해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양쪽 당사자 주장이 옳고 그름에 대해 정의로운 판결을 내리는 것을 넘어 그들의 주장을 면밀히 검토했음을 보여주고, 어떠한 이유에서 그러한 결론을 도출한 것인지를 납득할 수 있도록 판결서를 작성하는 것 역시 법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법원 판결을 신뢰하고 재판을 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소액사건에서도 국민의 애환이 담긴 목소리에 설득력 있는 판결 이유로 응답해 주기를 바란다.
최린아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KTX 세종선·CTX 연장' 충청권 합의로 새 국면
  2. 서산 지곡면에 '문화예술 새 거점' 들어선다, 내포-서산 창작예술촌 건립 속도
  3. 천안시, 원성커뮤니티센터 건축설계 최종보고회 개최
  4. 진주 M2 페스티벌 7일 개막
  5. 장기수 천안시장, 복지현장서 폭염 대비 안전점검
  1. 천안시, 민선 9기 출범 맞춰 안전·보건경영방침 개정
  2. 남서울대, 롯데마트 성정점서 탄소중립 조형물 전시회 성료
  3. 與 당권주자, 지역 현안 실종된 순회경선에 비판 고조
  4.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 이색 청렴 캠페인 전개
  5. 천안시, 'K-컬처박람회' 앞두고 선제적 방역소독 총력

헤드라인 뉴스


폭염보다 더 힘든 희망고문…대전 쪽방촌 개발사업 또 표류하나

폭염보다 더 힘든 희망고문…대전 쪽방촌 개발사업 또 표류하나

연일 체감온도 33도 이상 불볕더위에 대전에서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정동 쪽방 주민들은 폭염보다 더 힘든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있다. 주거 취약계층 지원과 역세권 정비를 위한 이곳 쪽방촌 공공개발 사업이 지난해 9월 2년 반 만에 기본조사가 재개돼 기대감을 모았으나 최근 완공 시점이 2032년으로 변경된 데다 여전히 토지건물주 이견에 벽을 넘지 못해서다. <중도일보 2025년 1월 14·20·21·23일 자, 7월 9·10일 자, 8월 6일 자 1면 보도 등>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 연말까지 기본조사를 마친..

서남부터미널 폐업 초읽기… 조속한 교통대책 마련 필요
서남부터미널 폐업 초읽기… 조속한 교통대책 마련 필요

대전 서남부터미널 운영업체의 '경영 악화'로 터미널 폐업이 사실상 불가피해지면서 지자체의 조속한 폐업 결정과 교통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최근 단 하나 남아있던 금남고속마저 '이용객 감소'를 이유로 유성복합터미널로 기점 변경을 신청, 충남도가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폐업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운송업계에선 폐업을 늦추는 것보단, 조속한 이동권 확보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일 운송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금남고속은 충남도에 기점 변경을 신청했다. 금남고속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공사로 서남부터미널 진입..

금융당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겨냥 `긴급조치권` 카드 꺼냈다
금융당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겨냥 '긴급조치권' 카드 꺼냈다

금융당국이 증시를 뒤흔드는 주범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겨냥해 긴급조치권이라는 강도 높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본예탁금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보완책에 이어 발표된 추가 대책 일환으로, 글로벌 반도체 종목 쏠림 현상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겹쳐 극도로 높아진 시장 변동성을 관리한다는 차원이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긴급한 상황에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한다. 최근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배율 사례를 참조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

  • 장종태 의원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선출 장종태 의원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선출

  • 과태료 부과 무시한 채 불법광고물 부착 과태료 부과 무시한 채 불법광고물 부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