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54]<르포>제천 청풍승평계 4대 후손, “감격스러워”…제1회 학술세미나 개최

[10년간의 취재 기록-54]<르포>제천 청풍승평계 4대 후손, “감격스러워”…제1회 학술세미나 개최

청풍승평계 단원들의 환생 기원 ‘혼 맞이 행사’, 그들의 발자취 첫 고증
우리나라 최대규모 민간국악단체 청풍승평계, 국악관현악단 창단 제시
국악학계, ‘충북무형문화재 지정’ 촉구, 청풍승평계 악단 조직과 시립국악단 설립 제안

  • 승인 2022-10-27 16:06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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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희림(제29회 동아 국악콩쿠르 민요 금상) 국악인이 한지에 적힌'청풍승평계' 글씨를 들고 단원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지난 25일 오후 1시쯤 충북 제천시민회관 1층. 제천문화원이 둥지를 튼 이곳 1층 마당에서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다. 바로 '혼 맞이 행사'다. 혼 맞이 행사는 1893년 제천 청풍지역에서 창단한 우리나라 최대규모 민간 국악 단체인 청풍승평계 단원들의 혼을 불러, '제1회 제천 청풍승평계 학술세미나'를 열겠다는 것을 알리는 자리다. 한마디로 국악학계와 제천시, 제천문화원이 단원들의 청풍승평계 단원들의 발자취를 이해하고, 또 그들의 음악세계를 처음으로 고증하겠다는 것을 고하는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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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슬기(국가무형문화재 제 57호 경기민요 이수자) 국악인이 가을 국화를 손에 쥐고, 한 잎 한 잎 바닥에 뿌리면서 단원들의 꽃 같은 음악 활동을 민요로 표현하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이 행사의 주제는 '100년의 걸음으로 오소서, 오소서' 다.

양슬기(국가무형문화재 제 57호 경기민요 이수자), 이능경(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민요 전수자), 왕희림(제29회 동아 국악콩쿠르 민요 금상) 국악인들은 가을 국화를 손에 쥐고, 한 잎 한 잎 바닥에 뿌리면서 단원들의 꽃 같은 음악 활동을 민요로 표현했다.

양슬기 국악인은 "옛 어른(청풍승평계 단원)들의 음악 활동을 다시 기억해 보니, 숭고함이 느껴 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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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슬기 국악인은 "옛 어른(청풍승평계 단원)들의 음악 활동을 다시 기억해 보니, 숭고함이 느껴 졌다"고 말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이날 특별 손님도 초대됐다. 청풍승평계(1893년)·속수승평계(1918년) 소속 단원인 이태흥(李泰興·1871~1940년)의 4대 후손인 이화연(여·67) 선생이다. 그는 혼 맞이 굿을 보면 눈물을 흘렸다.

이 선생은 "할아버지(이태흥)가 다시 이곳(제천시민회관)에 오신 것같아 감격스러웠다"며 "할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는 자리였고, 많은분들이 할아버지를 다시 기억해 줘서 목이 메여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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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섭 제천문화원장은 청풍승평계 단원들의 발자취를 한지에 써 제문(祭文)을 읽어내려가고 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윤종섭 제천문화원장은 단원들의 발자취를 한지에 써 제문(祭文)을 읽어내려갔다.

윤 원장은 "단원들의 혼을 모셔서 당신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국악사랑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학계 등이 이 자리에 모였다"며 "제천지역이 그들로 인해 국악의 성지를 모색하고, 국악관현악단 창단을 이뤄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악학계와 시민들은 1시간가량 진행된 혼 맞이 행사를 관람한 뒤, 본 행사인 제천시민회관 3층 청풍승평계 학술세미나 실로 자리를 옮겼다.

국악학계는 학술세미나에서 제천시 청풍면에서 조직된 '청풍승평계의 가치'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전승과 보존, 활성화를 위한 조례 제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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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민회관 3층에서 열린 제1회 청풍승평계 학술세미나...국악학계는 '충북무형문화재 지정'을 촉구하고, 청풍승평계 악단 조직과 시립국악단 설립을 적극 추천, 제안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특히 학계는 청풍승평계의 '충북무형문화재 지정'을 촉구하고, 청풍승평계 악단 조직과 시립국악단 설립을 적극 추천, 제안했다.

이날 이형환 중앙대학교 부총장,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 관장, 주재근 한양대학교 한국음악과 겸임교수, 손도언 중도일보 기자(청풍승평계 첫 발굴자)가 이날 학술 세미나 발제자로 나서 청풍승평계 가치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또 이상기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한인섭 중부매일 대표이사, 김성우 경주시립신라고취대 예술감독이 토론자로 나서 청풍승평계의 콘텐츠 개발과 국악단체의 중요성 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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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환 중앙대학교 부총장은 "청풍승평계 단원들은 굉장히 고급스럽고, 조직화된 음악 활동 전개했다"고 말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이 부총장은 "제천 청풍승평계는 조선 후기와 근대 시대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운영해 왔던 여러 풍류방들보다 더 고급스러고 조직화된 음악 활동을 전개해 왔다"며 "아마추어 국악 단체의 활동으로 보여지지 않기 때문에 국악사 연구 측면에서도 큰 가치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 관장은 "제천 등 충북도는 국악의 불모지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은 국악의 성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놀라운 점은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민간 국악단체인 청풍승평계는 관에서 조직된 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형성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주 교수는 "제천시의 문화재 자원은 모두 77건 중 충북도 무형문화재 1건으로 무형문화재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청풍승평계를 충북무형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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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청사자놀음 팀은 우륵 선생과 청풍승평계의 음악 정신을 춤으로 표현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학술세미나가 끝나고, 다시 1층 광장으로 모여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한명인 우륵 선생를 기리기 위한 공연이 펼쳐졌다.

정병인·박창대가 이끄는 북청사자놀음 팀은 관객들과 호흡하면서 신명나게 사자춤을 췄다.

관객들은 제천에서 처음 본 북청사자놀음 팀을 크게 환호했다.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까지 행사를 즐기는 등 농악팀과 어울려 뛰놀던 북청사자놀음 팀은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 청풍승평계 단원들은 우륵선생의 정신을 잇기 위해 창단했다. 우륵 선생의 12곳 중 하나는 농악이다. 그래서 북청사자놀음의 공연은 우륵 선생과 청풍승평계의 정신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또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이수자인 조동언 판소리 명창은 소리로 청풍승평계 단원들의 넋을 위로했다.

한편 청풍승평계 국악단체는 우륵의 정신을 이어갈 목적으로 129전인 1893년 제천시 청풍지역에서 창단했다.

청풍승평계는 창단 당시, 33명의 단원으로 출발했고 수좌와 통집, 교독, 총률 등 현재 국악관현악단의 지휘자와 악장 등처럼 직급도 갖췄다. 또 청풍승평계 단원들이 연주했던 악기는 현재의 국악관현악단처럼 다양했다.

청풍승평계의 단원들은 풍류가야(정악 가야금), 산조가야(산조가야금), 양금, 현금(거문고), 당비파(현악·8음), 향비파(현악·8음), 피리(향피리), 젓대(대금), 장고 등을 연주했다.

국악 학계는 일단, 청풍승평계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국악 단체로 보고 있다. 일부 학계는 국악관현악단으로 보고 있는데, 학계에서 국악관현악단으로 인정받는다면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으로 우뚝 서게 된다.

현재 공식적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은 1965년도에 창단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다. 학계가 청풍승평계를 최초의 국악관현악단으로 인정한다면 현재 국악관현악보다 72년 앞서고, 우리나라 국악관현악단의 역사도 새롭게 써야한다.

청풍승평계 단원들은 6·25 전쟁 이후 각 지역으로 흩어졌고, 악기와 악보 등은 충주호 개발 등으로 모두 청풍호에 잠겼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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