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당신은 공정하고 합리적인가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당신은 공정하고 합리적인가

천식 (사)공공리더십연구원 이사장·행정학·도시공학 박사

  • 승인 2022-10-30 09:16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신천식
신천식 이사장
얼마 전 토요일 점심 무렵 사무실 근처의 식당에 들렀다. 근처에 근무지를 두고 있는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 식당이고, 평소 식단 구성과 수준이 저렴한 가격대에 비해 양호한 편이라 다른 약속이 없다면 가끔은 들리는 곳이었다. 그날 사실은 식당에서 근래 보기 드문 충격적인(?) 일을 겪게 되었다. 점심을 공짜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미리 준비한 음식 재료가 동나서 부실한 음식을 제공하게 되어 돈을 받을 수 없으나 식사는 무상으로 하시라는 설명이었다. 주는 음식이니 그냥 먹어도 되는지, 돈을 안 내는 것이 맞는 일인지 엉겁결에 먹긴 먹었지만, 두고두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한 끼 식사가 되었다,

인간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하여 살아가는지에 관한 질문은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많은 이들이 공통으로 품어온 의문이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명확한 대답은 아직도 없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본성과 특성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채롭기만 하다. 자본주의 시대를 사는 현대의 인간을 판단하는 주류적 인간관은 오로지 이익 극대화를 유일 최선의 목표로 삼는 합리적 ‘경제인관’이라고 할 수 있다. 화폐 중심적이며 물질 본위적 합리적 경제인관의 핵심은 인간을 지극히 합리적 존재로 상정하고 언제나 이익창출을 최고의 지향가치로 삼고 있으며, 사물과 사건을 대하는 근원적 원동력은 이기심이라고 단정한다. 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유명한 비극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질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Shylock)이 대표적 인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경제학 이론의 주류는 신고전파 경제학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의 주장은 인간은 물질적 측면에만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자존심과 수치심도 없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행위까지도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소모적 행태의 전형으로 규정하며 경멸한다. 경제는 한정된 자원으로 욕망을 최대한 충족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익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무모한 감정투입은 마땅히 제거하거나 무시돼야 한다. 그동안 경제학이 전형적 인간형으로 설정한 무조건적인 경제 중심의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omicus)가 지금까지는 대표적 인간형으로 인정되고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합리적 경제인 모델에 반기를 드는 새로운 경제이론이 등장하고 있는데 행태경제 이론(Behavioral Economics)이라고 부를 수 있다. 행태경제이론은 인간이 정말로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인지를 검증하자고 한다. 인간은 사실은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철저하게 이기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의사결정 방식만 놓고 따져도 인간은 모든 대안을 분석하고 결과 여부를 세심히 고려하여 선택하기보다는 현상을 유지하는 선에서 어림짐작이나 주먹구구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함을 든다. 일반적인 거래 행위에서도 매도인이 단지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만 했을 뿐임에도 매도인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가격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는 닻 내림 효과도 합리적 인간관을 부정하는 사례로 제시된다. 또 같은 문제나 사실이라 해도 대상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질문하느냐에 따라 대상자의 판단과 선택이 달라지는 현상도 합리적 경제인의 가정을 위협하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행동경제학적 관점에 따르는 정책 결정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학의 정규 교과목으로 배정되고 있다.

인간과 인간성에 관한 탐구와 해석은 인류역사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지속될 것이다. 동시에 시공을 초월하는 절대적이며 영구불변의 바람직한 인간형을 발굴하고 제시하려는 인류집단의 끈질긴 노력과 관심 또한 나름 생명력을 이어갈 것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인간의 본성과 기질에 관한 판단은 시간과 공간과 상황적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래서도 인간은 참으로 오묘 불가사의한 존재이고, 인간관계는 누구에게나 버거운 일이라는 점이다. 덧붙인다면 한 끼 공짜점심은 근래 보기 드문 아주 괜찮은 경험이었다. /신천식 (사)공공리더십연구원 이사장·행정학·도시공학 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속보>대전 갈마동 타이어업체서 화재
  2. 세종 스마트시티 2100세대 분양 초읽기…11월 견본주택 오픈
  3. 대덕대 야구부 창단 4년만에 프로선수 배출
  4. 국방부, 대전 문화동 부지 '전면 매각' 추진…터전 잃을 위기 화훼단지
  5. 대전 용두동2구역, 분양가 이견에 사업 표류… 이자 눈덩이
  1. 글로벌 바이오기업 머크, 대전에 4300억 원 생산거점 구축
  2. [중도일보 독자권익위원회] "골목상권 살릴 소비촉진, 지역언론이 이끌어주길"
  3. 국립한밭대 동문 윤통섭 비전세미콘 회장, 발전기금 1억원 기부
  4. 국산 밀·콩, 학교급식 타고 식탁으로… 세종 나성중서 소비 캠페인
  5. 대전 둔산신협, 서구 월평2·3동 저소득계층 위한 겨울이불 전달

헤드라인 뉴스


머크, 대전 추가투자 가능성 시사… 지역경제 동반성장은 과제로

머크, 대전 추가투자 가능성 시사… 지역경제 동반성장은 과제로

머크(Merck)가 대전 생산센터 준공을 계기로 추가 투자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대전 바이오산업의 확장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KAIST와 공동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연구시설 확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대전이 머크의 아시아·태평양 생산거점을 넘어 연구개발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열린 머크 대전 생산센터 준공식에서 머크 독일 본사와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대전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규모 생산시설 건립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외국인투자지역 입주에 따..

대전 갈마동 타이어 판매점 화재 진화완료…2~3층 창고에서 발생 추정돼
대전 갈마동 타이어 판매점 화재 진화완료…2~3층 창고에서 발생 추정돼

30일 오전 10시 2분께 대전 서구 갈마동의 한 타이어 판매점에서 발생한 화재가 4시간 31분 만인 오후 2시 33분께 완전히 진화됐다. 짙은 연기와 거센 불길이 치솟으면서 화재발생 직후부터 150건 이상의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으며, 대전소방본부는 대전시와 산림청 헬기 2대와 소방장비 98대, 인력 238명을 투입해 화재 진압과 방수 작업을 벌였다.소방당국은 최초 신고 18분 만인 오전 10시 20분께 관할 소방서의 모든 소방력을 동원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으며, 현장 주변에서는 교통 통제와 주민 대피도 진행됐다.타이어판매점..

`대전 예수` 와이스, 한화 돌아올까… 독수리 군단 마운드 재건 변수로
'대전 예수' 와이스, 한화 돌아올까… 독수리 군단 마운드 재건 변수로

한화이글스의 가을을 뜨겁게 달궜던 '대전 예수' 라이언 와이스가 다시 독수리 군단의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까. 미국 메이저리그(MLB) 재도전에 나섰던 와이스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풀리면서 한화 복귀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미국 현지 보도에 따르면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와이스에게 걸려 있던 2027시즌 500만 달러 규모의 구단 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바이아웃 50만 달러를 지급하면서 와이스는 새로운 소속팀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와이스에게 올해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 시즌이었다. 지난해 한화에서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타이어전문점 화재 대전 타이어전문점 화재

  •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포기마다 정성 담아’…맛있는 이웃사랑

  • 미래 진로직업 체험 미래 진로직업 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