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밀집이 가해자다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독자칼럼]밀집이 가해자다

이지완 (TJB 기획콘텐츠팀장)

  • 승인 2022-11-03 23:44
  • 수정 2022-11-07 09:44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temp_1667476007196.840188952
서울 이태원에서 벌어진 참사에 온 나라가 슬픔에 빠졌다. 참담하고 허망하기 그지없다. 수년째 전염병이 가둔 답답함을 풀어 보려고 나온 젊은이들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말았다. 받아들이기가 더욱 힘들고, 떠나보내기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무도 고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저 축제를 즐기려고 나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 벌어진 비극이다. 서로의 몸이 살인무기가 되었고, 즐기려는 마음이 사망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고 만다.

애도의 시간이 흐르면서 참사 원인과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이 진행 중이다. 많은 용의자(기관)들이 구설에 오르고 있지만 아무도 지목하지 않는 가해자를 폭로하고 싶다. 바로 '집중 선호'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이런 상상을 해 본다. 핼러윈의 개성 넘치는 분장들만큼 모이는 장소도 다양했으면 어땠을까? 각자의 동네에서 이웃들, 가족들, 동네 친구들과 멋과 개성을 뽐냈더라면 어땠을까? 왜 이태원만 핼러윈의 대명사여야만 했을까?

우리사회는 일등과 대표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것 같다. 속담에서 보듯 말의 서식지 중 일등은 제주요, 사람이 뜻을 펴고 살기에는 서울이 일등이다. 맏이는 막중한 부담과 함께 입신양명의 책임을 진다. 일등기업 밀어주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는 장소로 치자면 이태원이 으뜸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전국 각지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그 일등주의의 결과는 어땠나? 밀집이고, 비극이었다.

효율이야 선택과 집중이 낫겠지만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는 분산이 정답이다. 각자 사는 곳이 고유한 특성을 인정받으면 좋겠다. 내가 사는 곳, 내가 일하고 노는 장소가 나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마음을 이제는 내려놓자. 불필요한 특권의식과 자격지심이 거대 동경, 중앙 집중, 지방 소멸을 초래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서울은 밀집으로 힘들고, 지역은 소외로 괴롭다. 처절한 반성이 있어야 비로소 젊은이들의 일자리와 놀자리가 더 넓어질 것이다.

TJB를 포함한 전국의 지역민방 9개사는 얼마 전 지방자치의 날을 전후로 지방자치 주간을 운영했다. 분권과 균형이 왜 필요한지, 집중의 폐해는 무엇인지, 지방 소멸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등을 시청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공유했다. 공교롭게도 참사가 벌어진 것이 10월 29일, 지방자치의 날이었다. 이 비극이 과도한 쏠림과 불균형의 결과라고 생각하니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고 무겁게 느껴진다.

그날 이태원에 간 사람들은 죄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도 또 다른 밀집의 비극을 막지 못한다면 이 원통함은 배가 될 것이다. 서울은 압사로 죽고 지방은 고사로 죽는 일, 더는 없어야 한다. 고질적인 서울 사대주의와 지역 폄하가 끝나길 소망한다. 각자 자신의 삶터를 사랑하며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나라를 꿈꿔 본다. 삼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이지완 (TJB 기획콘텐츠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與野 행정수도특별법 합의처리로 "세종시 완성" 의지 증명해야
  2. 대전시, 시내버스 이용 에티켓 홍보 확대
  3. 대전서 연이틀 배터리 충전 화재… 전기 이동수단 이용 증가에 '안전주의보'
  4. 대전 공공재활병원 피해 부모들 “허위치료 전수조사해 책임 물어야"
  5. ‘인상 vs 동결’ 내일 4차 석유 최고가격제 향방 촉각
  1. [문화 톡]노금선 전 MBC 아나운서의 화려한 귀환
  2. "취지 빠진 정책, 출발선은 같아야"…서울대 '3개'만 만들기 논란 지속
  3. 가짜뉴스 3.0 시대 -민생과 시장 경제 보호 위한 대응전략
  4. 장기 정지 원전설비 부식 정도 정확히 측정한다… 원자력연 실증 완료
  5. [교정, 사회를 다시 잇다] 수용자 돌볼 의사 모집공고만 3번째…"치료와 재활이 곧 교정·교화인데"

헤드라인 뉴스


[법의날 기획]`아픈 수용자 곁에 의사를` 시급한 의료처우

[법의날 기획]'아픈 수용자 곁에 의사를' 시급한 의료처우

대전교도소가 새로운 부지를 이전하고 지금의 자리를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지역사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도소 이전사업의 착수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3000명 가까이 수용하는 대전교도소가 새롭게 이전할 때 어떤 교정시설이 되어야 지금보다 더 안전한 사회가 될 것인가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4월 25일 법의날을 앞두고 대전교도소의 현재 수용상황을 점검하고 교정과 교화를 위한 대전교도소의 미래를 그려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과밀수용에 고령화… 변화하는 수용환경 2. '아픈 수용자 곁에 의사를' 시급한 의료..

대전 지방선거 광역 및 기초단체장 대진표 완성 전운
대전 지방선거 광역 및 기초단체장 대진표 완성 전운

6·3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대전 광역 및 기초 단체장 여야 대진표가 완성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직 단체장들이 등판 예열을 마치고 본격 링에 오르는 가운데 곳곳에서 '리턴매치'가 성사되며 선거 열기가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2018년 이후 8년 만에 대전에서 3선 구청장이 배출될는지도 촉각이다. 22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동구청장 후보로 황인호 전 동구청장을, 서구청장 후보로 전문학 전 시의원을 확정했다. 이로써 대전시장과 5개 구청장을 포함한 지역 단체장 선거 구도가 모두 완성됐다. 대전시장..

중동전쟁 여파 나프타 68% 급등… 생산자물가 7개월 연속 상승
중동전쟁 여파 나프타 68% 급등… 생산자물가 7개월 연속 상승

중동전쟁 여파로 나프타 가격이 68% 급등하는 등 생산자물가가 7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생산자물가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물가 상방 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3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5.24(2020=100)로 전월 대비 1.6% 상승했다. 생산자물가는 2025년 9월 이후 7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가 이처럼 장기간 상승한 것은 환율과 유가가 급등했던 2022년 1~7월 이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에너지 절약 동참해주세요’ ‘에너지 절약 동참해주세요’

  • 자연 속 힐링 요가 자연 속 힐링 요가

  • 실전 같은 소방훈련 실전 같은 소방훈련

  • 도심 속 눈길 사로잡는 영산홍 도심 속 눈길 사로잡는 영산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