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글로컬과 새로운 시민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글로컬과 새로운 시민

류유선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23-01-11 10:23
  • 신문게재 2023-01-12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목요광장 신규필진] 류유선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류유선 연구위원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가계는 잘 운영되고 있는지 한파주의보가 일기예보에 등장할 때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뉴스에 등장할 때마다, 대전역 인근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그들 생각이 든다. 한국어가 서툴러 일자리를 찾기도, 출신국에서의 교육경력과 일 경력을 인정받지 못해 원하는 직업을 갖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향 취업한 일자리에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노동문화를 견디기보다는 나고 자라면서 몸으로 체득한 출신국의 문화를 자원 삼아 음식점을 직접 창업하고 경영하는 이주여성 이야기다.

2021년 대전역을 중심으로 창업한 이주여성에 대한 사례연구를 진행하면서 여러 가게를 방문했다. 코로나 19가 확산되면서 많은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신고하는 가운데서 꿋꿋하게 가게를 운영하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가게를 시작한 경제적 독립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이주여성이 있었다. 음식점을 창업한 사례가 주를 이뤘지만, 옷가게와 슈퍼, 카페를 창업했거나 자원이 부족해 길가 가판대에서 음료수와 빵을 파는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요리를 배우고 한국문화를 배우는 교육의 대상으로 존재하는 이주여성이 아닌 자신이 잘하는 것을 상품화하고 상품을 구매할 고객을 예측하며 고객이 오기 쉽고 선호하는 장소를 식별할 줄 아는 사업 감각을 지녔다.



베트남에서 온 김설희(가명) 씨는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에 식당을 시작할 수 있었다. 식당 계약부터 인테리어까지 한국인 남편 도움이 컸다. 식당에 있는 동안 2명의 자녀를 돌봐주는 시부모님과 퇴근 후 집안일을 도맡아 해주는 남편은 큰 힘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식당의 성패를 가르는 주방은 베트남에서 온 친정엄마가 담당하고 있다. 김설희 씨는 개업 2년 후, 큰 식당으로 이사했다. 그녀의 사업 능력과 더불어 한국과 베트남 가족 모두의 협력이 없었으면 힘들었을 성공이다. 출신국의 음식문화를 자원으로 하는 이주여성의 사업은 출신국의 가족, 특히 친정어머니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다른 3명 이주여성의 창업과정과 성공도 김설희 씨와 유사하다.

이주민의 사회 적응과 정착에 있어 사회참여, 특히 경제활동 참여는 주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한국어와 한국요리, 한국문화 등 적응교육과 함께 경제활동 참여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이주여성의 경제활동은 생계유지라는 이유 외에도 가족의 인정과 자기 정체성의 확인, 그리고 사회적 역할 및 소속감과 연계된다. 직업은 이주여성의 사회적응력을 높이는 한편, 다른 문화에서 경험하는 소외와 우울, 고독 등의 감정을 극복하는데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취업을 하건 창업을 하건 이주여성에게 '일'은 가족유지를 위한 생계활동이면서 생활세계의 참조체계를 지역민으로 하는 소속감의 확인 과정이며 한국인 되기와 같은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행정안전부가 매년 발표하는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현황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전인구 1,479,740명의 2.2%인 3만3천78명의 외국인 주민이 우리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대전시민 50명을 만나면 그 가운데 1명은 외국인 주민인 셈이다. 이제 '다문화'는 정책이나 이론 속에 있는 추상적 용어가 아니라 일터, 식당과 카페, 거리, 학교 어디서나 그리고 언제나 만날 수 있다.

이들의 생활세계는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로까지 확장되고 지역민의 문화는 다채롭고 풍요로워진다. 이들이 가져온 레시피로 중국 딤섬과 비슷하지만 다른 필리핀 룸피아(lumpia)를, 베트남 샌드위치 반미(banh mi)를, 네팔 가정식 요구르트 도히(Dohi)를 지역에서 즐길 수 있다. 이미 와 있던 선주민 내국인과 새롭게 온 이주민이 함께 만드는 사회는 글로컬(glocal)이 될 거다. 정책으로써의 다문화나 세계화가 아닌 '일상생활 속의 다문화'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류유선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건양어린이집 원아들, 환우를 위한 힐링음악회
  3. 세종시체육회 '1처 2부 5팀' 조직개편...2026년 혁신 예고
  4. 코레일, 북극항로 개척... 물류망 구축 나서
  5.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1. 대전 신탄진농협,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진행
  2. [교단만필] 잊지 못할 작은 천사들의 하모니
  3. 충남 김,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4. 세종시 체육인의 밤, 2026년 작지만 강한 도약 나선다
  5.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수기업이 보여준 변화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가 2030년에도 빠듯한 일정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같은 해 6월까지도 쉽지 않아 사실상 '청와대→세종 집무실' 시대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조속한 완공부터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했고, 이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도 채택한 바 있다. 이 같은 건립 현주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가진 2026년 행복청의 업무계획 보고회 과정에서 확인됐다. 강주엽 행복청장이 이날 내놓은 업무보고안..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지역구 18명+비례 2명'인 세종특별자치시 의원정수는 적정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9+3' 안으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수 증가와 행정수도 위상을 갖춰가고 있으나 의원정수는 2022년 지방선거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16+2'로 적용했다. 이는 세종시특별법 제19조에 적용돼 있고, 정수 확대는 법안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12일 세종시의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명분은 의원 1인당 인구수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수는 2018년 29만 4309명, 2022년..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