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24.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24.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06-22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마침내 승리를 거둔 '역사의 종말'을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20년이 채 되지 않은 2008년의 금융위기는 자본주의는 우리가 기대했던 시스템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이 세계 도처에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자본주의는 효율적이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았다. 지난 4 반세기 동안 성장의 혜택이 최상위 계층에 집중되었음을 보여주는 통계 자료가 쏟아져나왔다"고 주장하면서,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트럼프 당선을 지적하며 과연 민주주의가 합리적인 제도인지 의문을 품게 했다고도 말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꼽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세 사람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의 자산을 합치면 미국 인구 하위 절반의 자산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저서 참조)

이런 이유로 자본주의(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실패에 대한 저서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도 없고, 하지도 않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제나 민주주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버리는 게 아니라 고쳐 쓰자'라는 입장이 확고한 것이지요.



이런 맥락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 희망으로 이어집니다. 가장 유력한 대안은 '선거의 힘'입니다. 특히 미국의 학계에서는 '선택의 가치'와 '개인의 책임 및 자유와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지요. '역사의 종말'을 선언했던 후쿠야마 교수도 최근의 저서에서 자유 민주주의가 최근 몇 년간 쇠퇴해 온 것이 확실하다고 자인하면서, 그러나 이러한 위기에 대한 답은 민주주의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요인을 '자제'시키는 것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자본주의 출발은 도덕적 토대와 뗄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절약과 검소함 그리고 근면함을 통해 부가 축적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기업가 중심의 자본주의가 활성화되면서 기업가는 근면한 노동보다는 사치와 향락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아담 스미스적 인간의 선한 의지가 아니라 탐욕 때문에 자본주의가 왜곡되고 부의 불평등이 만연된 것입니다.

민주주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고전적 가치보다는 정치 시스템에서 '돈의 힘'이 점점 커지는 현상을 보여왔습니다. 미국의 경우, 로비스트와 정치 기부금, 회전문, 갑부가 통제하는 언론, 부유한 기업은 재정적 지배력을 활용해서 정치적 지배력을 사들이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도 돌고 돌아 다시 고전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정치나 경제 모두 핵심은 도덕과 결부되는 것인데, 최근 ESG (환경, 사회, 거버넌스) 경영을 통해 자본주의를 구하자는 접근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기업인의 도덕적 각성에서 시작하지요.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도 그 고전적 가치를 살려,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내려오는 '아무것도 넘치지 않는' '자기 제약'의 실행 능력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개인과 공동체 모두의 차원에서 절제의 의미를 재발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생존의 열쇠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고전적 가치를 회복하는 데에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탈세 혐의' 타이어뱅크 김정규, 항소심도 징역 7년 구형
  2. 걸을 수 있는데 28년간 하지마비? 산재보험 부당수급 잇달아 적발
  3. 증산도 상생봉사단, 태백산서 자연정화.산불예방 캠페인 벌여
  4. 충남대병원, 정신건강 입원영역 적정성 평가 1등급
  5. 부동산 경기 악화에… 대전 오피스텔 공급 절벽
  1. 호국보훈의 달 앞두고 단장하는 현충원
  2.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37. 대전 유성구 온천1동 인근 파스타·스테이크
  3. 정부, 통상리스크 대응에 28.6조 정책금융 공급… 지역 피해기업 '숨통 트이나'
  4. 세종에선 고등학생들이 선거벽보에 담뱃불… 현재까지 3건 수사중
  5. 유성구, 청소년부모 아동양육비 지원 대상 집중 발굴

헤드라인 뉴스


대전·세종·충청 `이재명 45%, 김문수 36%, 이준석 14%`

대전·세종·충청 '이재명 45%, 김문수 36%, 이준석 14%'

21대 대통령 선거를 10여 일 앞두고 대전·세종·충청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첫 대선 TV 생중계 토론회 결과가 반영된 조사에서 '1강 1중 1약' 흐름이 확인됐다는 평가 속 이 후보는 두 후보와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40% 중후반대 지지율로 우위를 점했다. 선거일까지 지금의 흐름이 굳어질지, 단일화 성사 등의 이벤트로 구도가 흔들릴지 주목되는 가운데 부동층 표심이 승부를 결정지을 변수로 꼽힌다. 중도일보와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대신..

부동층 & 지지층 충성도, 21대 대선 종반전 가를 최대 변수로
부동층 & 지지층 충성도, 21대 대선 종반전 가를 최대 변수로

21대 대통령 선거가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부동층의 향배와 지지층의 충성도가 대선 승패를 결정지을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중도일보와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대신협)가 20~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상대로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대전·세종·충청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45%,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36%,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14%를 기록해 '1강 1중 1약' 구도를 보였다. 이재명 후보가 두 후보를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3.1%p) 밖에서 앞서는 상황에서, 지지 후보가 없다고 응답한 비..

충청 주민들 균형발전 위해 지역특화산단 최우선 과제 꼽아
충청 주민들 균형발전 위해 지역특화산단 최우선 과제 꼽아

충청권 지역 주민 다수는 다음 달 4일 취임하는 차기 대통령의 지역 균형발전 과제로 '지역 특화산업단지 조성'을 최우선 꼽았다. 국가균형발전은 국토와 국민을 보전하기 위해 더는 늦출 수 없는 최우선 국가과제다. 수도권에 고부가가치 산업이 몰리면서, 지방과 GRDP 편차가 갈수록 커지는 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특화산업 육성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지역에 확충·분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이와 함께 중앙행정기관의 지방이전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설문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필요성 의견을 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 ‘실제 상황이 아닙니다’…재난현장 긴급구조 종합훈련 ‘실제 상황이 아닙니다’…재난현장 긴급구조 종합훈련

  • 한빛탑 앞 선관위 캐릭터 `참참이` 눈길 한빛탑 앞 선관위 캐릭터 '참참이' 눈길

  • 호국보훈의 달 앞두고 단장하는 현충원 호국보훈의 달 앞두고 단장하는 현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