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상도 벌도 주지 마오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상도 벌도 주지 마오

신은 100% 만족을 주지 않는다

  • 승인 2023-07-1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서울∼양평 고속도로 신설 구간 공사의 원안과 대안 논란이 점화되면서 부동산을 둘러싼 잡음까지 덩달아 시끄럽다. 부동산(不動産)은 움직여 옮길 수 없는 재산으로 주로 토지나 건물, 수목 따위를 통칭한다.

그렇지만 예나 지금이나 부동산이 많으면 부자가 된다. 과거 친일로 부와 명성까지 쌓았던 인물을 살펴본다.

친일파 거물로 조선을 팔아먹은 이완용(李完用) 외에도 공주 출신 갑부였던 김갑순(金甲淳)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빈농(貧農)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열세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가족을 건사해야 하는 소년 가장이 되었다.

그가 처음 취업한 곳은 지금으로 치면 공주 교도소에서의 교도관 심부름꾼이었다. 그러다가 그와 의남매를 맺고 있는 여인이 관찰사의 애첩으로 들어가면서 팔자가 바뀐다.



이어 운이 트이면서 많은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는 일찌감치 부동산의 가치에 주목했으며 이를 핑계로 공주와 대전 등에 닥치는 대로 땅을 사기 시작했다.

1930년대 대전읍 면적은 190만7400㎡(57만 8000평)이었는데 김갑순 소유의 땅은 22만 평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전에서는 김갑순의 땅을 밟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뿐만 아니라 그 무렵 대전을 포함한 김갑순 소유의 땅은 무려 3300만㎡로 1000만 평에 이르러 충청도 최고의 갑부로 올라섰다고 하니 현대인들로선 상상도 불가능할 정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송곳 박을 땅도 없다'는 속담처럼 지금도 부동산은커녕 남의 집에서 세를 살고 있는 서민이 많다.

세벌이(맞벌이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짬을 내어, 또 하나의 일자리에서 돈을 버는 일)를 해도 부족한 서민은 홑벌이(가정에서 한 사람만이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벎)라고 한다면 말할 나위조차 없을 정도로 궁핍하다.

하물며 이들에게 있어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신설 구간 공사와 연관된 잡음은 가뜩이나 더워서 짜증이 나는 판에 스트레스까지 가중시키는 단초일 따름이다.

이런 와중에 인기배우 차인표 씨가 작고한 부친 차수웅 우성해운 전 회장이 생전에 물려주고자 했던 물경 371조의 경영권 승계에도 초연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세인들의 관심이 고조되었다.

국내 업계 4위이자 전 세계 10위권 수준까지 오르기도 한 우성해운의 경영권을 두고 "평생 우성해운에 몸 바친 분들이 계신데 해운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저와 형제들이 경영권을 물려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는 부분에서는 커다란 존경심이 발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는 마치 "우리가 부동산에 투기하면 애먼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는 논리와 동격의 고운 마인드가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여간 땅이든 재물이든 많이 소유한 자는 사실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반면 나처럼 꼴뚜기장수(재산이나 밑천 따위를 모두 없애고 어렵게 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의 비루한 처지 서민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마천루를 닮은 아파트 신축 공사를 보는 것조차 심드렁하다.

그렇다고 해서 지난 시절의 공주 갑부 김갑순을 부러워한다거나 고속도로 신설 구간 공사장 부근에 허름한 맹지(盲地)라도 사두지 못한 나 자신을 책망하지는 않는다.

본디 신은 인간에게 100% 만족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가수 이태호의 히트곡 [사는 동안]이 조금은 허전한 내 마음을 위로한다.

=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내 몫만큼 살았습니다 / 바람 불면 흔들리고 비가 오면 젖은 채로 이별 없고 눈물 없는 그런 세상 없겠지만은 / 그래도 사랑하고 웃으며 살고 싶은 고지식한 내 인생 상도 벌도 주지 마오" =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홍경석 두아빠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밀양시 홍보대사, 활동 저조 논란
  2. 대전에서 날아오른 한화 이글스…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
  3. [2025 국감] IITP 매점 특혜? 과기연전 노조 "최수진 의원 허위사실, 규탄"
  4. [2025 국감] "출연연 이직 대책 마련 시급… 연봉보단 정년 문제"
  5. 7-1로 PO 주도권 챙긴 한화 이글스, 한국시리즈 진출 성공할까
  1. 충남도-나라현, 교류·협력 강화한다… 공동선언
  2. 대전사랑메세나, 대신증권 박귀현 이사와 함께한 '주식 기초 세미나' 및 기부 나눔
  3. 배움의 즐거움, 꽃길 위에서 피어나다
  4. '내 생의 최고의 선물, 특별한 하루'
  5. 전국마라톤협회 장영기 회장, 초록우산 그린리더클럽 위촉

헤드라인 뉴스


천안법원, 경찰관에게 대변 던진 40대 중국인 `징역 1년`

천안법원, 경찰관에게 대변 던진 40대 중국인 '징역 1년'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5단독은 폭력 등으로 현행범 체포되자 경찰관을 폭행하고 인치된 후 대소변을 던져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A(46)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25년 8월 25일 동남구 신부동에서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때려도 돼요?"라고 말하며 발등을 밟고 복부를 수회 가격하는 등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그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동남경찰서 형사과 인치실에서 소란을 피우던 중 경찰관을 향해 신발을 던지거나 소파 위에서 대변을 본 뒤..

천안동남서, `성착취 목적 대화죄` 위장수사 집중 활동 기간 운영
천안동남서, '성착취 목적 대화죄' 위장수사 집중 활동 기간 운영

천안동남경찰서(서장 송해영)는 최근 성착취 목적 대화죄 미수범 처벌규정 신설에 따라 아동·청소년 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 달 간 '성착취 목적 대화죄' 위장수사 집중 활동 기간을 운영한다고 24일 밝혔다. 그동안 경찰관이 아동으로 위장해 피의자에게 접근·대화 시 '아동 성착취 결과' 발생 가능성이 없어 처벌하지 못했으나 이번 개정으로 미수범 처벌이 가능해 현장에서 위장 수사를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아울러 온라인상 행위에 제한되었던 처벌 범위가 오프라인으로 확대돼 직접 만나 성착취 목적으로 대화하는 오..

천안법원, 억대의 짝퉁 명품 판매한 일당 징역형
천안법원, 억대의 짝퉁 명품 판매한 일당 징역형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5단독은 억대의 '짝퉁 명품'을 판매해 상표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39)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B(42)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들은 2023년 위조상품 판매사이트를 개설해 아미(AMI) 등 위조상품 총 933개를 판매하면서 1억1754만원(정품가액 합계 32억170만원) 상당을 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류봉근 부장판사는 "판시 범행은 정당한 상표권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시장경제질서를 교란하는 범죄로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고인이 상표권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