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기수역 교육 현장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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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키호테 世窓密視] 기수역 교육 현장 단상

우리나라 교육의 불명예

  • 승인 2023-07-2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캡처
단원 김홍도 작, '서당'
조선의 천재화가였던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의 그림 중에 '서당'이라는 명품이 돋보인다. 훈장님에게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은 한 아이가 훈장님 앞에서 훌쩍훌쩍 울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친구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입을 가리고 킥킥대며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더욱 압권이다. 그중에는 갓을 쓴 사람도 보이는데 갓을 썼다는 것은 장가를 갔다는 뜻이다.

김홍도는 지금의 학교와 같았던 서당의 모습을 그처럼 촌철살인의 혜안으로 재미있게 표현했다. 필자는 베이비부머 세대이다. 지금의 초등학교인 '국민학교'를 다닐 적에 과거의 훈장님, 즉 선생님은 그야말로 극강(極?)의 존경 대상이었다.

그러한 시류 덕분에 필자와 반에서 수위를 다퉜던 친구는 교직으로 진출했으며 교장으로 정년퇴직했다는 후문을 들은 바 있다.



교육부 장관과 각 지역의 교육감들이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이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뒷북치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18일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인해 숨진 채 발견된 서이초등학교 교사는 생전에 학부모의 극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으며, 현재 교육당국 조사 및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 사건에서 볼 수 있듯 작금 교사의 위치는 과거처럼 존경의 대상은커녕 툭하면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도 시달림을 당하고 있는 실로 가련한 처지로 수직추락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한 원인과 대책은 필자보다 많이 배운 교육 전문가들이 더 잘 알 것이겠기에 생략한다. 다만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아무리 만시지탄(晩時之歎)일망정 이제라도 서둘러 우리의 교육 현장을 기수역(汽水域)으로 만들자는 주장이다.

'기수역'은 강어귀와 같이 민물과 바닷물이 서로 섞이는 구역을 말한다.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까닭에 예부터 황금어장을 이뤄왔다. 기수역의 염분 농도는 0.5∼30‰(퍼밀·1천 분의 1) 정도로 계절과 강수량 등에 따라 염분 변화의 폭이 크다.

일반적으로 염도 0.5‰ 이하의 물은 '담수', 30‰ 이상은 '해수'라고 하는데 기수역에는 염분의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이곳이 황금어장의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예컨대 최고의 멸치로 잘 알려진 삼천포와 남해 앞바다에서 나는 죽방멸치도 기수역 덕분이다.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과는 별도로 현직 고교 교사 1백여 명이 대형 입시학원으로부터 거액을 받아 사교육 카르텔의 고리를 형성했다는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가 나와 세인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로 인해 특히 학생과 학부모들이 느낀 괴리감은 상당했으리라. 우리나라 교육의 어떤 불명예는 어느 정부조차도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사교육 시장을 잠재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매듭짓지 않는 이상 역대 최저를 기록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작년 0.78명)의 반등은 여전히 요원한 난제가 될 건 명약관화하다. 없이 사는 서민은 자녀에게 학원 보낼 돈조차 없어서 전전긍긍인 반면, 소위 중산층 이상은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 진학을 위한 고가의 조기교육 학원을 보내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필자는 발간된 다수의 저서에서도 일관되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필자의 자녀는 학원 한 번을 안 갔음에도 오로지 학교수업만으로 이른바 명문대를 갔다. 자투리 시간과 휴일이면 도서관을 찾아 풍부한 책을 읽은 내공 덕분인데 그게 바로 필자가 발견한 기수역 황금시장이었다.

우리의 교육 현장이 하루빨리 어이없는 학부모의 민원 속출과 교사 괴롭히기를 떠나 사교육 없이도 열심히만 공부하면 누구든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기수역 교육 현장이 되길 소망한다. 이는 사교육 카르텔의 고리를 깨는 해법으로도 그만이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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