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생명을 지키는 기술, 지진조기경보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기고]생명을 지키는 기술, 지진조기경보

유희동 기상청장

  • 승인 2023-10-16 15:12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유희동 기상청장
유희동 기상청장
자연재난은 지구상의 모든 인류를 위협하는 위험한 요소 중 하나로, 고대부터 자연재난에 대한 공포는 인류에 각인되었다. 해마다 크고 작은 자연재해로 인해 인명사고와 같은 불가역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에 사회·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는 경우도 많다. 제아무리 기술과 문명이 발전하였다 하더라도 자연재난을 원천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기에, 우리는 재난 상황에 대비하여 유효한 대책을 수립하고 조치하는 것을 최선으로 삼고 있다. 태풍, 호우와 같은 풍수해의 경우 주기적으로 피해를 겪으며 경험치가 쌓여 왔고 어느 정도 예측도 가능하기에, 대비가 부족하여 큰 피해를 겪게 되면 우리는 이를 인재(人災)라고 부른다. 그러나 지진은 피해가 발생하는 강진이 극히 드물고 예측도 불가능하여, 우리의 대비 수준이 충분한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2016년 경주에서의 지진을 기점으로 지진에 대한 위기의식이 급변했다.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국내 계기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5.8을 기록했으며, 진앙지인 경주뿐만 아니라 인접한 울산과 경북지역에도 큰 피해가 발생하였다. 계속되는 여진으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도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수도권에서도 유감신고가 빗발칠 만큼 위력이 강했던 이 지진으로 전 국민의 관심과 불안이 고조되었고, 정부 차원에서도 지금까지의 지진 대응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공시설물 등 각종 건축구조물의 내진성능과 지진정보 전달체계를 점검·강화하였고, 지진 대응 매뉴얼 및 행동 요령도 실효성 있게 개선하였다. 기상청은 당시 국민안전처로부터 지진 관련 긴급재난문자(CBS) 발송 업무를 이관받아 지진 발생 시 자체적으로 신속하게 지진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하였고, 지진조기경보시스템의 고도화에도 박차를 가하였다.



지진조기경보는 지진파 중 P파가 S파에 비해 빠르게 전파되는 특성을 이용해,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S파가 도달하기 전에 먼저 도달하는 P파를 분석하여 지진 발생 사실을 신속하게 알리는 것이다. 지진은 발생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진이 발생했음을 얼마나 빠르게 전파하는지가 핵심 관건이다. 무방비 상태로 지진피해에 노출되었을 경우와 비교하였을 때, 지진파 도달 전 5초 정도의 여유만 주어져도 머리를 가리거나 책상 밑으로 피신하는 것이 가능하여 사망자와 중상자를 80%나 줄일 수 있다.

올해 초 튀르키예를 강타한 지진은 현지 시각 2월 6일 새벽 4시 17분에 발생한 규모 7.8의 대지진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발생한 강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사망자만 5만 명이 넘게 발생했다. 지난달 모로코에서도 현지 시각 9월 8일 밤 11시 11분에 발생한 규모 6.8의 강진으로 수천 명이 희생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내에 머물거나 잠이 든 후 벌어진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었다. 특히 튀르키예 지진은 한겨울에 발생하여 이주민들과 복구 인력은 매서운 추위와도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이렇듯 예고 없는 재난은 우리를 당황하게 하고 여러 가지 어려움에 빠뜨린다.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지진도 미리 준비하고 대처한다면 생명을 보존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기상청은 생명을 지키는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지진조기경보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그리고 단 1초라도 더 빨리 지진을 탐지하기 위해 지진관측망도 더욱 촘촘하게 구축했다. 그 결과 경주지진 발생 당시 지진파 최초 감지 후 26초 만에 발표되었던 지진조기경보는 현재 최초 관측 후 5~10초 후에 발표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인천강화 해역지진 발생 시 관측 후 9초, 5월 동해 해역지진 발생 시 6초만에 지진조기경보를 발표했다. 빠른 탐지와 정확한 분석, 신속한 통보 3박자의 화합이 잘 이루어진 결과이다. 지진이 언제 다시 한반도를 위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확률이 극히 낮다고 할지라도 자연의 움직임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에, 기상청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생명을 살리는 기술인 지진조기경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 6대 전략 산업으로 미래 산업지도 그린다
  2. 강성삼 하남시의원, '미사강변도시 5성급 호텔 유치' 직격탄
  3. [특집]대전역세권개발로 새로운 미래 도약
  4. 대전시와 5개구, 대덕세무서 추가 신설 등 주민 밀접행정 협력
  5. 대전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사회통합 자원봉사위원 위촉식 개최
  1. 백소회 회원 김중식 서양화가 아트코리아방송 문화예술대상 올해의 작가 대상 수상자 선정
  2. 대전시 '제60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선수단 해단'
  3. 충남대·한밭대, 교육부 양성평등 평가 '최하위'
  4. 9개 국립대병원 "복지부 이관 전 토론과 협의부터" 공개 요구
  5. 대전경찰, 고령운전자에게 '면허 자진반납·가속페달 안전장치' 홍보 나선다

헤드라인 뉴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제과 상점가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