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9-대전의 대표적인 향토음식 ‘두부 두루치기’

  • 문화
  • 맛있는 여행

[맛있는 여행] 9-대전의 대표적인 향토음식 ‘두부 두루치기’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3-10-16 10:24
  • 수정 2023-10-16 14:22
  • 신문게재 2023-10-17 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KakaoTalk_20231016_084935009
대전 진로집의 두부두루치기
이번 '맛있는 여행'은 대전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인 '두부두루치기'맛을 보기 위해 차를 몰았다. 두부는 우리의 전통을 이어 온 고유음식이다. 이 음식이 대전의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연유를 알아보기 전에 두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두부가 최초로 등장한 문헌은 『목은집(牧隱集)』이다. 이 『목은집(牧隱集)』은 고려는 물론 원나라의 과거에서 장원을 한 고려말 성리학자이자 문신이었던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이 쓴 문집이다. 이 『목은집(牧隱集)』에 '대사(大舍)가 두부를 구해 와서 먹여 주기에'라는 시(詩) 등 두부에 대한 시가 다수 나온다.



시 한편을 소개하면 이렇다. 오랫동안 맛없는 채소국만 먹다 보니/ 두부가 마치도 금방 썰어낸 비계 같군/성긴 이로 먹기에는 두부가 그저 그만/늙은 몸을 참으로 보양할 수 있겠도다/오월의 객은 농어와 순채를 생각하고/오랑캐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양락인데/이 땅에선 이것을 귀하게 여기나니/황천이 생민을 잘 기른다 하리로다"

여기서 우리가 두부를 먹을 때 胡人(만주 사람)은 양락(羊酪) 즉 치즈를 먹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종실록(世宗實錄)』에 보면 세종 10년(1428년) 공조 판서 성달생(成達生)이 명나라에 있으면서 보고하기를 "사신 백언(白彦)이 찬녀(饌女)를 시켜 술·과일·두부(豆腐)를 만들어 올리니, 황제가 매우 가상(嘉尙)히 여겨 곧 백언을 어용감 소감(御用監小監)으로 제수(除授)하고 관대(冠帶)를 내려 주었습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내용은 명나라의 사신 백언이라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왔다가 명나라로 돌아갔는데, 그때 딸려간 찬녀가 정통 조선식 두부를 만들어서 황제에게 올렸더니 황제가 두부가 맛있다면서 벼슬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후 명나라 황제가 세종대왕에게 칙서를 보냈다.

세종 16년(1434년) 천추사(千秋使) 박신생(朴信生)이 칙서 세 통을 싸서 받들고 경사에서 돌아왔다. 명나라 황제는 "왕이 먼젓번에 보내온 반찬과 음식을 만드는 부녀자들이 모두 음식을 조화(調和)하는 것이 정하고 아름답고, 제조하는 것이 빠르고 민첩하고, 두부(頭腐)를 만드는 것이 더욱 정묘하다. 다음번에 보내온 사람은 잘하기는 하나 전 사람들에게는 미치지 못하니, 칙서가 이르거든 왕이 다시 공교하고 영리한 여자 10여 인을 뽑아서, 반찬·음식·두부 등류를 만드는 것을 익히게 해 모두 다 정하고 숙달하기를 전번에 보낸 사람들과 같게 하였다가, 뒤에 중관을 보내어 국 중에 이르거든 경사(京師)로 딸려 보내도록 하라"고 하였다.

이렇듯 두부는 명나라 황제가 칭찬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이어 온 우리의 고유한 음식 중에 하나다. 두부 하니 어렸을 적 소리로 일거리를 구하거나 물건을 파는 사람들이 생각이 떠오른다. 징을 울리며 다녔던 굴뚝청소부, 일거리를 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밤에 막대기를 두들기며 다니는 야경꾼이 있었고, 낮에는 엿장수의 가위소리 아침에는 종을 손에 들고 다니며 두부를 파는 두부장수가 있었다. 한편 "생선명태나 갈치나 꽁치 고등어~~~!"라며 목청껏 소리를 질러야 되는 생선장수와 찹쌀떡이나 메밀묵 장수가 있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콩나물은 대부분 집에서 길러 먹지만 두부는 집에서 하기가 쉽지 않았고, 생선 역시 보관이 어려웠다. 조선 후기 김진수(金進洙 1797~1865)의 『벽로별집(碧蘆別集)』 농가(農家) 제3수 두부(豆腐)라는 시가 나온다. "처마 끝의 가지에 대추 꽃 처음 피면/허리에 낫을 차고 보리를 벨 때라네./흰 소매에 푸른 치마 입은 아내 들밥 없으니/자장작불 손수 피워 두부를 삶으리라"

이렇듯 두부는 항시 해 먹을 수 없는 음식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들에서 일할 때나 관혼상제 등 가정의례가 있는 큰일에 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당시 아침마다 행상을 하는 생선장수와 두부장수는 돈이 되는 장사였다.

특히 두부장수는 집에서 불린 콩을 맷돌에 갈아 가마솥에 끓여 간수를 친 후 목판에 굳힌 두부목판을 지게에 지고 새벽마다 종을 흔들며 골목을 다니다 그릇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흰 천을 제치고 한 모씩 팔았다.

이러한 것들은 한국전쟁이 끝난 50년대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우리들의 삶에 묻어 있던 풍경이었다. 특히 보릿고개를 겨우 넘겨야 했던 이 시절 두부는 서민들의 훌륭한 단백질 보충 원이었으며, 역사가 오래된 우리의 고유음식이다. 1950년 여름 대전은 전쟁 발발 후 임시수도의 역할을 감당하였고, 전투와 폭격으로 대전역을 비롯한 대전 시내는 폐허가 되었다. 이러한 아픔을 겪으며 종전 후 대전시내는 판자집이 생기고, 교통 요지인 대전역과 중앙시장을 중심으로 많은 장사꾼과 노무자들이 모여들었고, 이로 인해 노점상이나 포장마차와 같은 작은 식당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KakaoTalk_20231016_084935009_01
대전 진로집 입구
1969년 장사를 시작한 대전의 노포로 알려진 '두부두루치기'의 명가 '진로집(대전시 중구 중교로 45-5)'도 포장마차 형태의 작은 두부집이었다고 한다. 술안주로 '생두부'나 '두부지짐'을 팔고 있던 어느 날 손님이 양념을 한 '두부두루치기'를 만들어 팔면 어떻겠냐고 하여 시작한 것이 오늘날 대전의 대표적인 향토음식 '두부두루치기'가 탄생한 배경이며, 이러한 영향을 받아 인기를 모은 두부 두루치기는 진로집으로 시작해 광천식당, 청양식당으로 퍼져 나갔으며 대전 전역에 칼국수와 두부 두루치기 전문점이 성업 중이다.

대전의 두부 두루치기 식당인 진로집의 남 씨는 '두부를 맛있게 매쳐라, 때려라, 매때려라, 두루쳐 내와봐라'하는 말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럴까? 우선 '두루치기'에 대해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자. 1966년에 편찬된 [국어대사전]에 두루치기는 조개 낙지 같은 것을 살짝 데쳐서 양념을 한 음식으로 기록되었으며, 1994년에 편찬된 [새국어사전]에는 돼지고기, 조갯살 낙지 따위를 살짝 데쳐서 갖은 양념을 한 음식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살짝 데치다 양념을 했다는 것은 볶다가 양념을 넣어 끓이거나 조린다는 방식과는 달라 현재의 두루치기와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두루치기'는 '두루'와 '치다'의 명사형인 '치기'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말이다. 두루는 '빠짐없이 골고루' 즉 '두루두루'라는 뜻이다. '치기'의 원형인 '치다'는 원래 "손이나 손에 든 물건으로 뭔가를 세게 부딪치게 하는 행위"를 이르는 동사인데 이로부터 파생하여 달리 '셈을 치다'에서처럼 "셈을 맞추다", "계산에 넣다"라는 의미로도 쓰이고, 또 "…한 셈 치다"에서처럼 "어떠한 상태라고 인정하거나 사실인 듯이 받아들이다"라는 의미로도 쓰이는 말이다. 따라서 '두루 친다'는 '두루두루 맞추다', '두루두루 한 셈 치다'라는 의미로서 '포괄적', '종합적'이라는 개념이 들어 있는 말이다. 그러므로 국어사전은 '두루치기'를 "한 가지 물건을 여기저기 두루 씀. 또는 그런 물건", "두루 미치거나 두루 해당함"이라고 풀이하고 있으며, 여기서 더 진화하여 "한 사람이 여러 방면에 능통함. 또는 그런 사람"이라는 뜻풀이도 하고 있다. 두루치기는 팔방미인이라는 뜻도 갖고 있는 것이다. 루치기'는 '두루두루'에서 파생된 말인데, '두루두루'의 유의어(類義語)는 '골고루'다.

두루치기와 돼지고기나 삼겹살로 하는 주물럭과 제육볶음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두루치기는 고기에 재료와 양념을 넣고 볶다가 물을 약간 넣고 센 불에 끓인 음식을 말한다. 두루치기는 제육볶음보다 약간 물기가 있다. 여기서 '짜글이'는 양념한 돼지고기에 감자와 양파 등의 채소를 넣어 찌개보다는 물이 적지만, '두루치기'처럼 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즉 찌개와 볶음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음식이다.

주물럭은 고기에 갖은 양념을 넣고 잘 주물러 숙성시켜 굽는 음식을 말하고, 제육볶음은 돼지고기에 갖은 양념을 넣어 볶다가 다시 부추, 양파 따위를 넣고 볶음 음식을 말한다. 세 가지 음식은 비슷하지만 조리방법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전라도 두루치기는 쇠고기와 내장을 기본 재료로 화려한 고명을 얹은 음식이다. 일부 달걀을 푸는 경우도 있다. 국물이 적은 편이라 짜글이나 제육볶음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어쨌든 진로집이 장사를 시작한 1969년 이전의 사전인 1966년에 편찬된 [국어대사전]에 이미'두루치기'라는 말이 나왔다. 이 말은 대전의 두부두루치기 이전에 두루치기라는 음식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KakaoTalk_20231016_084935009_02
진로집 내부 모습
그렇다면 대전의 두부두루치기는 상용되고 있었던 두루치기라는 말을 차용해 두부와 함께 만들어진 요리라고 보는 것이 맞다. 필자가 진로집을 찾은 건 점심 때가 지나서 3시쯤 되었을 것이다. 오래된 노포(老鋪)답게 골목 허름한 집에 테이블 서너개에 30~40대 손님들이 두부두루치기와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두부두루치기를 주문하니 매운맛과 중간 매운맛 중에 어떤 걸 주문하겠느냐고 한다.

필자는 매운맛에 약해 중간 매운맛을 시켰는데, 이조차도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웠다. 두부를 모두 건져 먹고 남은 양념에 칼국수나 우동사리를 넣어 먹어도 좋다. 진로집에는 그냥 두부만 들어간 '두부 두루치기'와 오징어랑 두부가 같이 들어간 오징어 두부 두루치기 두 가지 메뉴가 있었다. 두부두루치기 따로 오징어두루치기 따로 파는 곳도 있다. 대전의 두부두루치기는 밥반찬이나 술안주로 담백하게 즐길 수 있는 대전만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라는 점에서 향토음식으로 발전하여 중앙로와 대전역 인근을 중심으로 충남도청이 대전에 소재하던 시절부터 두부두루치기는 구도심의 중장년층들이 사랑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 “이런 정체는 처음"… 원촌육교 공사에 출근길 마비
  2. [춘하추동]'대전'을 근대의 틀에 가두지 마라
  3. 올해 수능 11월 19일 시행… 평가원 "적정 난이도 확보"
  4. 4월에도 대전 시민 생활불안 더 커진다… 고공행진 기름값에 이은 교통불편
  5. 김정겸 충남대 총장 "AI 시대는 충남대의 기회…지역 발전 선도 대학으로 거듭날 것"
  1. [중도시평] AI가 논문을 쓰는 시대, 연구자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2. 4월 2일부터 '약물운전' 단속·처벌 강화
  3. 예비후보들 얼굴 알리기 ‘분주’
  4. 화재 안전공업 오일미스트와 금속분진 발생 작업환경측정서 확인
  5. [내방] 조진형 대전 동부교육장·조성만 서부교육장

헤드라인 뉴스


3칸 굴절차량 타보니…"버스와 트램 사이 그 어디쯤"

3칸 굴절차량 타보니…"버스와 트램 사이 그 어디쯤"

"트램이야? 버스야?" 신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3칸 굴절 차량이 대전에서 시범운행을 시작했다. 1일 서구 도안동 호수공원 일원에서는 전국 최초 도입을 앞둔 3칸 굴절차량의 본격 운행에 앞서 차량 안전성과 도로 적합성을 점검하는 시범운행이 진행됐다. 모습을 드러낸 3칸 굴절차량은 일반 버스를 3칸 연결한 형태로 길이가 30m 정도다. 차량을 얼핏 보면 겉모습이 '트램'과 구분하기 어려웠다. 운전석은 맨 앞과 뒤 두 곳에 있어 종점이나 시작점에서 차를 돌리기 위한 공간이 필요없었다. 실내는 통창으로 개방감이 돋보였으며, 내부는 통로를..

전쟁 추경에 지자체 부담 눈덩이…국비 비율 조정 목소리도
전쟁 추경에 지자체 부담 눈덩이…국비 비율 조정 목소리도

정부가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한 가운데, 대전시 등 전국 지자체들이 상당한 지방비 부담을 떠 안게 됐다. 고유가 피해 지원 등을 위한 '3대 패키지' 사업에 국비와 지방비를 매칭해 부담하는 구조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재정난이 심각한 지자체가 적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중동 리스크로 재정난을 부채질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 총 26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의결했다. 중동발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에 대응하..

대전서 조리 인재 새 무대 열린다... 대한민국 챌린지컵 국제 요리경연대회
대전서 조리 인재 새 무대 열린다... 대한민국 챌린지컵 국제 요리경연대회

대전에서 대한민국 조리 인재들의 새로운 무대가 열린다. 한국음식조리문화협회는 5월 23일부터 24일까지 대전컨벤션센터 제1전시장에서 '2026 대한민국 챌린지컵 국제 요리경연대회'를 진행한다. 이번 대회는 유럽 조리 네트워크인 유럽토크(Euro-Toques)의 공식 승인과 월드마스터 셰프 소사이어티(World Master Chefs Society) 인증을 동시에 획득했다. 국제 기준을 통과한 대회 이력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경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대회는 유럽 기준의 심사 시스템과 글로벌 마스터셰프 심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 버스와 트램의 장점 살린 3칸 굴절차량 도심 주행

  • 오직 동네 슈퍼에서만…990원 착한소주 등장 오직 동네 슈퍼에서만…990원 착한소주 등장

  • 대덕구청 재난상황실 도로상황 예의주시 대덕구청 재난상황실 도로상황 예의주시

  •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자 토론회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자 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