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서산 부석사 불상, 역사의 정의 확립하기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특별기고] 서산 부석사 불상, 역사의 정의 확립하기를

이상근 서산부석사불상봉안위 상임대표

  • 승인 2023-10-23 08:46
  • 신문게재 2023-10-23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이상근 이사장
이상근 서산부석사불상봉안위원회 상임대표
서산 부석사불상 최종심이 10월 26일 오전 10시 대법원 2호 법정에서 열린다. 항소심이 7년여 소요된 점에 비해 이례적이다.

2013년 3월, '서산부석사금동관세음보살좌상제자리봉안위원회'라는 다소 긴 이름을 작명하고 조직을 결성한 바가 있는 필자는 10년 넘는 세월을 불상의 제자리 봉안을 위해 활동했다. 이 기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명확함과 모호함'과의 대결이다.

첫째는 서주 부석사에서 1330년 2월 32명이 관음상을 조성하고 영원히 부석사에 봉안하겠다는 제작 경위가 적힌 복장 결연문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나카사키현의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지만, 결연문의 위조 가능성을 놓고 항소심에서 가짜 논쟁을 벌였다가 결국 피고가 주장을 철회하는데 4년여가 걸렸다.

둘째는 왜 부석사 불상이 대마도에 있었나? 하는 것이다. 일본 학계 등의 발표에 따르면 "왜구에 의한 일방적 청구"라고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결과 1심과 2심은 왜구약탈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선조의 숭유억불을 이유로 불상이 약탈이 아닌 방식으로 선의 취득할 가능성을 근거도 없이 제기했다. 관음사도 1526년 조선에 와서 물려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약탈 가능성을 부인하지 못했다. 실록 등 사료에 따르면 조선에서 불상을 일본에 줬다는 기록은 찾을 수 없고, 일본에서 조선 조정에 헌납했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셋째는 '현 부석사가 그때의 부석사가 아니다'는 주장이다. 피고는 항소심에서는 왜구의 방화로 서주 부석사가 소실되었고 그 결과 1407년 '조선왕조실록'의 전국 88개 자복사 목록에 부석사가 게재되지 않은 점을 폐사의 근거로 제시하고,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도비산 부석사>를 근거로 공교롭게 같은 지역에 같은 이름으로 새롭게 사찰이 들어섰다고 하는 허구를 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은 1481년의 '동국여지승람'의 증보판으로 50여 동안 새롭게 추가된 내용은 반드시 신증(新證)했다고 표기하였다. 그러나 <도비산 부석사>에는 신증 표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의 추정은 허구임이 밝혀졌다. 또한 2심 재판부가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2017년 지표조사 결과를 보완하기 위해 시작한 최근 서산시의 지표 및 시굴 조사에서 신라-고려-조선을 잇는 기와편과 그릇조각이 발견됐는데, 물론 건물지와 고려시대 석축 양식 등이 발굴되면서 공교롭게 같은 이름의 사찰이라는 모호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게 되었다.

넷째는 유네스코 협약에 따라 도난품은 원소유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견 타당하고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이 아니다. 1970년 유네스코 협약은 문화재의 도난 등 불법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권고로 국가별로 국내 입법으로 강제할 때만이 효력이 발생한다. 한국은 1983년 가입해 '문화재보호법 제20조(외국 문화재의 보호)'에 의해 적용하고 있지만, 일본국은 2002년 가입한 후 '문화재의 불법적인 수출입 등의 규제한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여기에 자국의 보호 대상을 '중요문화재' 등으로 제한했다. 그 결과 2012년 당시 같이 도난당한 신라여래불은 중요문화재로 일본 정부의 관보에 게재(2012년 11월 29일)했으나. 지방문화재인 부석사 불상은 관보에 소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부석사 불상은 2심 재판부가 거론한 유네스코 협약 대상이 아니고 국내 판결로 그 행방이 결정된다는 점을 상고심에서는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약탈품도 시효가 지나면 소유권이 성립된다는 주장은 전근대적이고 국제사회의 흐름에 역행한다. 이제는 과거 불법을 바로잡아 역사의 정의가 있는 판결을 기대한다.

/이상근 서산부석사불상봉안위원회 상임대표·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집 좁아 에어컨 무상지원도 못 받아" 폭염에 노숙 택한 쪽방주민
  2. 새 정부 출연연 혁신 정책에 쏠린 눈… PBS·종사자 처우 등 개선 전망
  3. 대전노동청, 2025년 제1차 정기통합 워크숍 성료
  4. 마을어장에 '수상낚시터' 허용, 어촌에 새 활력 기대
  5. [박현경골프아카데미]스크린 골프장 주인이 회원들과 내기 골프를 쳤다는데.. 결과는?
  1. 세종미래전략산업펀드, 1호 투자 기업 큐노바 선정
  2. '국정기획위와 세종시' 첫 만남...지역 현안 얼마나 담길까
  3. 세종 대안·특수학교 수요 증가… 학교 추가설립 속도 낸다
  4. ‘시원하게 장 보세요’
  5. 세종시 학생 선수들, 체육 꿈 키운다

헤드라인 뉴스


여·야 전대 레이스 본격화… 충청 주자들 선전할까

여·야 전대 레이스 본격화… 충청 주자들 선전할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전당대회 레이스가 본격화되면서 충청 주자들의 선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에선 황명선 국회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이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황 의원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명 대통령과 같은 길을 걸어온 동지로, 국민주권 정부의 성공을 제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첫 민심의 평가다. 제가 승리를 책임질 야전사령관이 되겠다"고 밝혔다. 충남 논산 출생인 황 의원은 서울시의원과 3선 논산시장을 거쳐 22대 총선에서 국회의원 뱃지를 달..

이 대통령 “분열과 갈등 격화… 종교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
이 대통령 “분열과 갈등 격화… 종교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사회의 분열과 갈등이 격화된 점을 언급하며 포용적인 세상을 위해 종교 지도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종교 지도자들과의 오찬에서 “선거 과정에서 걱정했던 것처럼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분열적이고 대립적이고 갈등이 많이 격화돼 참 걱정”이라며 “종교 지도자 여러분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라는 게 기본적으로 사랑과 존중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종교 지도자 여러분들의 역할이 더 많이 요구되는 시대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며 “각별한 관심..

세종 공동캠퍼스 `충남대 의대` 9월 문 연다
세종 공동캠퍼스 '충남대 의대' 9월 문 연다

세종시 집현동 공동캠퍼스에 입주하는 충남대 의과대학이 오는 9월 문을 연다. 의정 갈등 여파로 한차례 개교 연기 끝 희소식으로, 앞으로 충남대 의대 입학생들은 의예과 1~2학년 과정을 세종공동캠퍼스에서 보내게 된다. 한석수 세종 공동캠퍼스 이사장은 9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임대형 캠퍼스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충남대 의대가 의정 갈등으로 입주를 못하다 보니 편의시설 미비 등 운영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 자리를 갖춰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세종공동캠퍼스 운영법인(이하 공캠법인)에 따르면 2024년 개교 이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꿈돌이와 전통주가 만났다’…꿈돌이 막걸리 출시

  •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대전 쪽방촌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

  • ‘시원하게 장 보세요’ ‘시원하게 장 보세요’

  • 지상 ‘한산’ 지하 ‘북적’…폭염에 극과 극 지상 ‘한산’ 지하 ‘북적’…폭염에 극과 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