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난순의 식탐] 혼밥하는 당신께

  • 오피니언
  • 우난순의 식탐

[우난순의 식탐] 혼밥하는 당신께

  • 승인 2024-01-17 10:02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혼밥 그림
연합뉴스 제공
평일인데도 손님이 많았습니다. 이 분식집은 주말엔 자리가 없어 밖에서 사람들이 줄지어 서는 곳이에요. 지지난주 오전 일을 끝내고 대흥동에 볼일이 있어 서둘러 시내로 갔지요. 일을 마치고 중앙로 지하상가에 있는 그 분식집으로 들어갔어요. 도대체 얼마나 맛있을까 궁금했거든요. 떡볶이를 시켰어요. 가래떡과 어묵, 튀긴 김말이가 빨간 고추장 양념에 버무려 먹음직스러웠습니다. 과하게 맵지 않아 제 입맛에 맞았어요. 배가 고픈지라 국물을 떠먹으며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그러다 맞은편 사람하고 눈이 마주쳤습니다. 혼자서 참 맛있게 먹네. 그 표정이더군요. 낯설지 않아요. 혼자 식당에 갈 때마다 종종 받는 시선이니까요.

전 '혼밥'이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아요. 1인 가구여서 삼시세끼 혼밥하는 셈이죠. 점심도 도시락을 싸가니까요. 고요 속에서 혼자 밥을 먹는, 뇌의 휴식시간이죠. 지난 휴일 점심엔 동태찌개를 끓였는데 아주 맛있었어요. 얼큰하면서 시원하고. 추운 겨울에 이만한 음식이 없죠. 전 여행도 혼자 합니다. 영화도 혼자 보고요. 혼자로서 누리는 자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입니다. 이런 저를 주위에선 특이한 사람이라고 봅니다. 성격에 문제가 있는 '외톨이' 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전 개의치 않아요. 타인의 시선이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물론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식사도 아주 좋아합니다.



이런 제가 요즘 울적합니다. 목감기가 심해 2주 정도 앓았거든요. 침도 삼키기 힘들 정도로 아프고 기침은 얼마나 나오는지요. 의사가 "아이고 목이 많이 부었네요"라며 무리하지 말고 푹 쉬라고 하더군요. 항생제와 여러 가지 약이 한 줌이었어요. 몸도 안좋고 약이 독해서 밥 먹는 게 고역이었어요. 거기다 며칠전 배탈로 된통 혼이 나 고생 중입니다. 입맛이 없으니 아무 의욕도 없습니다. 더럭 겁이 났습니다. 나중에 늙으면 여기저기 몸이 고장날테고 혼밥이 결코 즐겁지만은 않겠구나 생각하자 우울합니다.

'혼밥'이 트렌드가 된 세상입니다. 1인 가구가 40%를 넘었다는 통계도 나옵니다. 자발적인 혼밥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환경으로 혼밥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혼자사는 사람은 고령층과 청년층의 비중이 높다고 하네요. 그런데 1인가구의 경제 사정이 열악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니 밥상은 오죽할까요. 이들에게 밥은 생존이지요. 경기불황과 극심한 취업난에 화장실에서 혼밥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배설의 공간이 청년들의 심리적 도피처가 됐다니요. 이 청년기의 고립이 노년까지 이어지고 결국 고독사 하는 불행으로 삶을 마감하는 비율이 높답니다.



제가 전에도 거론했던 국민일보의 '빈자의 식탁'은 가난한 사람들의 궁핍한 밥상을 리얼하게 묘사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식비 지출을 최소화한답니다. 방세와 병원비 등을 제하고 나면 식비에 쓸 돈이 없어서죠. 이들에게 고기와 과일은 사치입니다. 하루 한 끼만 먹는 게 다반사라죠. 라면이나 국수를 신물나게 먹거나 즉석밥과 김치 하나가 한 끼 밥상입니다. 그 중 죽은 자의 마지막 음식은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고독사한 청년의 자취방에서 발견된 햇반과 카레, 참치캔. 그의 일기엔 "가만히 안 움직이면 배는 별로 안 고픔…" 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역시 고독사한 노인의 냉장고도 휑했습니다. 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는 무얼 의미할까요. 민생, 민생 외치는 정치인의 구호는 공허합니다. 부자들은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밖에 없습니다. 허나 가난한 사람들과 기꺼이 '연대의 밥상'을 함께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종건 같은 사람 말입니다. 혼밥하는 당신. 혹여 의지할 가족이 없거나 돈이 없으면 도움을 청하세요. 가난은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니까요. <지방부장>
우난순 수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합강동 스마트시티, 'L1블록 643세대' 본격 공급
  2. 과기정통부 '출연연 정책방향' 발표… 과기계 "기대와 우려 동시에"
  3. 장철민 "새 충청은 젊은 리더십 필요"… 대전·충남 첫 통합단체장 도전 의지↑
  4. 최저임금 인상에 급여 줄이려 휴게 시간 확대… 경비노동자들 방지 대책 촉구
  5. 한남대 이진아 교수 연구팀, 세계 저명학술지에 논문 게재
  1. 학생들의 헌옷 판매 수익 취약계층 장학금으로…충남대 백마봉사단 눈길
  2. 김태흠 충남지사 "대통령 통합 의지 적극 환영"
  3. 민주평통 동구협의회, '화해.협력의 남북관계' 재정립 논의
  4.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 착수… '수산물 유통 중심으로'
  5. 지역대 육성 위해 라이즈 사업에 팔 걷어부친 대전시…전국 최초 조례 제정

헤드라인 뉴스


이장우 "김태흠 지사와 충청 미래를 위해 역할 분담할 것"

이장우 "김태흠 지사와 충청 미래를 위해 역할 분담할 것"

이장우 대전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적극 추진으로 급물살을 탄 대전·충남 행정통합의 단체장 출마에 대해 "김태흠 충남지사와 함께 충청의 미래를 위해 역할분담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19일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가진 오정 국가시범지구(도시재생 혁신지구) 선정 관련 브리핑에서 대전충남행정통합시장 출마 여부에 대한 질문에 "통합시장을 누가 하고 안 하고는 작은 문제이고, 통합은 유불리를 떠나 충청 미래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출마는) 누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과도 상의할 일이다. 김태흠 충남지사와는 (이..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