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돌 속에 갇힌 사자 해방 시키는 법"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 "돌 속에 갇힌 사자 해방 시키는 법"

김충일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24-02-20 17:23
  • 신문게재 2024-02-21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충일 북칼럼니스트
김충일 북칼럼니스트
지금, 필자의 책상위에는 여러 권의 책들이 겹겹이 쌓여 있고 흩어져 있다. 지난 연초부터 새 마음 다지기 차원에서 책상정리를 다짐했지만, 급한 일 처리와 소화가 덜 된 몇 권의 게으른 책 읽기 덕분(?)에 책상 위는 여전히 어지럽다. 해서 구정 연휴에 작심하고, 쌓여 있는 책 중에서 빼낼 책의 우선순위를 정하다가 "돌 속에 갇힌 사자를 해방시키려면 사자가 아닌 모든 부분을 없애야 한다."는 소크라테스의 은유적 전언(傳言) 풍경이 그려졌다.

남아 있는 기록에서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어린 소크라테스가 석공(石工)인 아버지 소프로니스코스에게 일을 배우는 장면이다. "먼저 바로 그 돌 속에서 사자를 보아야만 한다. 마치 돌의 표면 뒤에 사자가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다음에는 사자를 풀어놓아 주어야 한단다. 그 사자를 잘 보면 잘 볼수록 어디를 얼마나 깊이 쪼아야 하는지 그만큼 잘 알게 되는 거지. 물론 그 후에 중요한 것은 연습과 훈련이란다." 돌 속에 갇힌 사자를 해방시키려면 사자가 아닌 모든 부분을 제거해야 한다고?

어린 소크라테스는 아버지의 말을 가슴에 새겼을 것이고, 세월이 가면서 점차 스스로 깨달았을 게다. 무형의 돌덩이에서 어떤 형상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그 형상에 해당하지 않는 부분을 하나씩 제거해가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즉 어떤 것의 본질에 도달하고자 하면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부수적인 것들은 모두 제거해야 한다는 사실을. 바로 '부정, 제거, 빼기의 원칙'이다. 이 원칙이 처음에는 단지 석공 일을 하는 작업방식이었지만, '훈련과 연습'을 거치면서 그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되지 않았을까.

'지금, 여기'라는 상황 속에서 진실과 사실의 가면을 쓰고 거짓과 가짜라는 '허튼소리(Bullshit)'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제거'(subtraction)의 사유와 삶의 양식'을 구현하기 위해 빼내야 할 앞자리에 있는 대상은 '헛소리 꾼'들이다. 그들은 그것이 거짓말이든 아니든 '주구장창 반복해 읊어대면' 사람들이 그것을 믿게 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아내곤, 그들이 발견한 '얼치기 지혜'는 "우기면 된다!"이다. '우기고, 우기고, 또 우긴다.'



먼저, 우리의 정치문화 속에서 '보국안민(輔國安民)'을 실천할 '좋은 지도자'의 출현을 기대하기에 앞서 '빼박'증거 앞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만을 내뱉는 사람을 하나씩 빼보자. 단기적인 사욕을 얻으려 힘으로 밀어붙여 호가호위 하는 사람, 자기중심적 기억만으로 편집과 왜곡이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 남 탓만 하는 사람, 유체이탈 화법과 수동태로 위장언어 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 자기 반문과 반성대신 관성적 사고로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는 사람…. 뺄 사람은 줄을 서 있다. 그렇게 시민으로서 우리 자신 스스로가 일상의 삶 속에서 '빼기의 참여활동'을 하다보면 우리에게 필요한 '좋은 사람'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을는지.

평생 빼기라는 사유방식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다가 독 당근 즙을 마시고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써 말(logos)과 삶(bios)이 일치해야 한다는 비판적 태도의 모범을 아테네 시민들에게 보여준 테스 형! 그는 말이 세상을 바꾸려면―진실이 거짓을 이기려면, 상식과 순리가 아우성을 극복하려면, 오만과 독선이 대화와 타협의 광휘 앞에 굴복하려면, 요컨대 세상이 바르고 선해 지려면―스스로 자신의 말을 육화(肉化)하는 행동이 반드시 요구됨을 '빼기의 실천'을 통해 보여주며 현재 진행형으로 살아 있다.

우리의 사고와 삶을 옥죄어온 사소한 듯 작아 보이는 책상정리에서부터 무겁고 단단한 삶 속의 돌덩이들을 하나씩 부정하고 깨부수고 제거하고자 하는 희망은 때때로 불편하고 때로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희망이란 '말'과 희망이 이루어지도록 애쓰는 '행위'에 있음을 믿고 연습할 줄 아는 능력을 갖고 있다. 벌써 필자가 사는 아파트 방 창밖으로 한 겨울의 삭풍(朔風)을 견디어낸(빼낸) 목련꽃망울이 연한 아이보리색으로 변하면서 '희망의 봄바람'을 부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당신을 노리고 있습니다”…대전 서부경찰서 멈춤봉투 눈길
  2.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3. 대전·충북 회복기 재활의료기관 총량 축소? 환자들 어디로
  4. 충남도, 국비 12조 확보 위해 지역 국회의원과 힘 모은다
  5. 경영책임자 실형 선고한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상소…"형식적 위험요인 평가 등 주의해야"
  1. 충남도의회, 학교 체육시설 개방 기반 마련… 활성화 '청신호'
  2.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3. 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생활기록부 업무 담당자 연수
  4.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5. 충남권 역대급 더운 여름…대전·서산 가장 이른 열대야

헤드라인 뉴스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충청권 4년제 대학생 2만 명 학교 떠나… 대전 사립대 이탈 심각

전국 4년제 대학 중도탈락자 수가 역대 최대인 10만 명에 달했던 지난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충청권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학교를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권에선 목원대와 배재대, 대전대 등 4년제 사립대학생 이탈률이 가장 높아 지역 대학 경쟁력에서도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교육부 '대학알리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전국 4년제 대학 223곳(일반대, 교대, 산업대 기준, 폐교는 제외)의 중도탈락자 수는 10만 817명이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데, 전년인 2023년(10..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꿈돌이 컵라면 5일 출시... 도시캐릭터 마케팅 '탄력'

출시 3개월여 만에 80만 개가 팔린 꿈돌이 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꿈돌이 컵라면'이 5일 출시된다. 4일 대전시에 따르면 '꿈돌이 컵라면'은 매콤한 스프로 반응이 좋았던 쇠고기맛으로 우선 출시되며 가격은 개당 1900원이다. 제품은 대전역 3층 '꿈돌이와 대전여행', 꿈돌이하우스, 트래블라운지, 신세계백화점 대전홍보관, GS25 등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시 기념 이벤트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유성구 도룡동 엑스포과학공원 내 꿈돌이하우스 2호점에서 열린다. 행사 기간 ▲신제품 시식 ▲꿈돌이 포토존 ▲이벤트 참여..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서산 A 중학교 남 교사, '학생 성추행·성희롱' 의혹, 경찰 조사 중

충남 서산의 한 중학교에서 남성 교사 A씨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개월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일부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올해 학기 초부터 해당 교사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복된 부적절한 언행과 과도한 신체접촉을 주장하며, 학교에 즉각적인 교사 분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사건이 접수 된 후, A씨를 학생들과 분리 조치하고, 자체 조사 및 3일 이사회를 개최해 직위해제하고 학생들과의 접촉을 완전히 차단했으며, 이어 학교장 명의의 사과문을 누리집에 게시했다. 학교 측은 "서산교육지원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푸른 하늘, 함께 만들어가요’

  •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 늦더위를 쫓는 다양한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