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아동문학의 중요성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아동문학의 중요성

민순혜/수필가

  • 승인 2024-03-20 14:1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글쓰기는 무엇일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의 글쓰기는 국내외를 여행하며 메모한 것이 수필로 완성되곤 했던 것 같다. 2010년 중국 옌타이(烟台)를 여행하며 쓴 수필이 계간 『시에』 가을호에 신인상으로 당선되어 등단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글을 쓸수록 뭔가 1% 부족한 듯 헛헛함이 체증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나는 늦었지만, 문학 강좌를 찾아 수강하며 어쭙잖지만, 기초과정부터 읽고 쓰기를 반복하며 나름 역량을 강화했다. 작년부터는 잊고 있던 시(詩) 쓰기도 병행했다. 마침 대전문학관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2024 문학교육 프로그램>을 개강, 이번 상반기에 아동문학을 수강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동문학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아동문학'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그들의 교육과 정서 함양을 위해 창작한 문학, 동시, 동요, 동화, 아동극이 있다. 또한 어린이와 동심적 성인을 위하여 창작되는 문학이기도 하다고 한다.

지난주가 첫 시간, 급하게 가느라고 강사 이름도 모른 채 다소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하며 강의실에 들어갔다. 강사는 <꽃비 내리는 날>(2023 출판사 초록달팽이) 저자 유하정 교수님이셨다.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대전 산내 골령골 이야기를 다룬 그림 동화책이다.



유하정 교수님이 강사님이라니 이게 웬 횡재인가. 나는 작년 10월 대전 산내 골령골에 갔었다. <세종 인근 지역의 민주주의 역사 알아보기> 1차 답사 활동에 참여, 답사 안내자 임재근 박사 안내로 동구 산내로 갔다. 그곳에서 유하정 출간 책 <꽃비 내리는 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떤 분이실까, 궁금했는데 대전문학관에서 아동문학 동시를 배우게 되다니 너무 기뻤다.

임재근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집행위원장은 추천사를 통해 "무겁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누군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아이들 언어로 이야기해 주길 고대했다"며 "그 일을 이 책이 해줘 정말 고맙다"고 했다, 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은 적도 있다.

나는 요즈음 아동문학책을 읽으면서 사색에 잠기곤 한다. 그동안 책장 높은 곳에 올려놓았던 책도 몇 권 아래로 내려놓았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루이스 캐럴 글), <플랜더스의 개>(위다Ouida 글), <피노키오>(카를로 콜로디), <자크 라캉이 들려주는 욕망 이야기>(양해림 글) 등. 워낙 알려진 책으로 구입은 했어도 건성으로 읽어선지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다. 다시 읽으려고 한다.

문득 어린아이들과의 일화가 떠올라서 혼자 씨익 웃었다. 오래전 「D 해외유학원」에서 근무할 때 초등학교 어린이에게 영어 회화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매주 한 번 4명 정도 그룹 레슨을 했는데 아이들이 귀여워서 나는 그 시간을 늘 기다렸다. 그런 우리가 재미있어 보였는지 멤버 친구 한 명이 더 오고 싶다고 해서 합류했다. 그런데 합류한 그 아이는 영어 회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우스꽝스러운 제스쳐로 친구들을 웃기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러니 금세 학습 분위기가 소란해지고 점차 다른 아이들도 영어 회화보다 웃고 떠드는 것을 더 좋아했다.

나는 걱정 돼서 그 아이 어머니한테 면담 요청을 했다. 그 사실을 안 그 아이는 눈을 위로 치켜뜨면서 심술궂게 말했다. "나 낼부터 영어 회화 안할거예요. 나 그만두면 선생님은 레슨비 못 벌어요."

나는 그 말에 충격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어른인 나한테 레슨비를 운운하다니 너무 기분이 나빴다. 실은 그 일로 인해 그 후 그동안 가르치던 어린이 영어회화그룹을 모두 그만 두었다. 암튼 그 아이 어머니는 금세 왔다.

나는 말했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영어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데, 지금부터 억지로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아이는 영어에 전혀 흥미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그 아이 어머니 안색이 점차 흙빛으로 변했다. 나는 위로를 한답시고 한마디 더 했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못하던 아이도 중학교에 가면 열심히 공부해서 상위권인 경우도 많으니, 이 아이는 운동을 좋아하니까 운동을 시키면 좋을 것 같다고,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아이를 낚아채듯이 데리고 나갔다.

며칠 지나서 그 그룹을 소개해 준 친구가 전화 와서 상황을 물었다. 내가 화를 내면서 얘기를 해줬더니 친구가 까르르~웃더니, 엄마들한테는 애가 공부 못한다고 하면 절대로 안 된다며 다시 해줄 것을 말했지만 나는 끝내 그만두었다. 그리고 그 일을 잊었다.

어느날 친구 여동생이 결혼해서 결혼식장에 갔는데 한 아이가 저만치에서 "선생님~" 소리치며 막 뛰어오더니 내 허리를 덥석 껴안았다. 그 어린아이였다. 내가 뭐라고 할 사이도 없이 선생님 보고 싶었다고 하는데 순간 속 좁은 내가 미안했다. 그 엄마는 저만치에서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나는 요즘 동시 또는 그림 동화책을 보면서 문득 그 아이를 생각하곤 한다. 내가 그때도 지금처럼 아이들을 이해했다면 좀 더 좋은 관계를 맺었을 테니 말이다. 그 당시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은 한동안 다른 선생한테는 적응을 못했다고 여러 학부모한테 얘기를 들었다. 나는 아이들이 귀여워서 아주 신나게 수업했었다. 각국을 다니면서 본 아이들 이야기이며 어린이 세계를 얘기해주면 아이들이 작은 눈을 반짝이며 듣던 모습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마침 올해는 일 년간 대전문학관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하게 되었으니 전과 다르게 아이들 세계를 이해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아동문학 강사 유하정 교수는 충남대학교 국문과 박사 졸업 (현대문학 전공). 2015년 한국안데르센상 동시부문수상. 2024년 대전작가회의 부회장. 2024년 충남대학교 콘텐츠글쓰기 창작 과목 강의. 2013년 <어린이와문학>으로 등단, 2015년 한국안데르센상 동시부문 수상, 2019년 제 1회-혜암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수상하며 등단. 현재 충남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여우별이 뜨던 날>, <열 두살의 데이터>(공저), <슬이는 돌아올 거래>(공저), 동시집 <얼룩말 마법사>, <구름 배꼽>, 시 그림책 <또또나무> 등이 있다.

민순혜/수필가

민순혜 수필가
민순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청권 부동산 시장 온도차 '뚜렷'
  2. 오인철 충남도의원, 2025 대한민국 지방자치평가 의정정책대상 수상
  3. 위기브, ‘끊김 없는 고향사랑기부’ 위한 사전예약… "선의가 멈추지 않도록"
  4. 국제라이온스협회 356-B지구 강도묵 전 총재 사랑의 밥차 급식 봉사
  5. '방학 땐 교사 없이 오롯이…' 파업 나선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처우 수면 위로
  1. 대전사랑메세나·동안미소한의원, 연말연시 자선 영화제 성황리 개최
  2. 육상 꿈나무들 힘찬 도약 응원
  3. [독자칼럼]대전시 외국인정책에 대한 다섯 가지 제언
  4. 경주시 복합문화도서관 당선작 선정
  5. [현장취재 기획특집] 인문사회융합인재양성사업단 디지털 경제 성과 확산 활용 세미나

헤드라인 뉴스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 다음을 묻다] 대전·충남 통합 '벼랑끝 지방' 구원투수 될까

지방자치 30년은 성과와 한계가 동시에 드러난 시간이다. 주민과 가까운 행정은 자리 잡았지만, 지역이 스스로 방향을 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구조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제도는 커졌지만 지방의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수도권 일극 구조가 겹치며 지방자치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의 자치 체계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지, 아니면 구조 자체를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인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다. 2026년은 지방자치 30년을 지나 민선 9기를 앞둔 해다. 이제는 제도의 확대가..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 내년 지방선거 뇌관되나

대전 충남 통합이 지역 의제로선 매우 이례적으로 정국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 뇌관으로 까지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 여당이 강력 드라이브를 걸면서 보수 야당은 여당 발(發) 이슈에 함몰되지 않기 위한 원심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6월 통합 단체장 선출이 유력한데 기존 대전시장과 충남지사를 준비하던 여야 정치인들의 교통 정리 때 진통이 불가피한 것도 부담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들과 오찬에서 행정통합에 대해 지원사격을 하면서 정치권이 긴박하게 움직이..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 카페 일회용 컵 따로 계산제 추진에 대전 자영업자 우려 목소리

정부가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값을 따로 받는 '컵 따로 계산제' 방안을 추진하자 카페 자영업자들의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매장 내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머그잔과 테이크아웃 일회용 컵 가격을 각각 분리한다는 게 핵심인데, 제도 시행 시 소비자들은 일회용 컵 선택 시 일정 부분 돈을 내야 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27년부터 카페 등에서 일회용 컵 무상 제공을 금지할 계획이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최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컵 따로 계산제를 탈 플라스틱 종합 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