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현직 여교사가 보여준 현란한 발리 댄스

  • 오피니언
  • 문예공론

[문예공론] 현직 여교사가 보여준 현란한 발리 댄스

임준수/언론인,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 대리

  • 승인 2024-05-28 10:1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모처럼 젊은 여성의 관능미를 즐겼다. 가슴의 속살을 거의 다 드러내고 배꼽 부위를 요란하게 흔드는 발리 댄스를 구경한 것이다. 비슷한 몸동작을 보이는 하와이의 훌라춤과는 비교가 안되는 농염한 몸짓이었다. 내가 젊었을 적에는 '뇌쇄적'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렸을 법한 이 남태평양 미개인의 춤은 우리나라에서도 공연문화의 한 축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나같은 소수 꼴통에게는 아직도 눈요기로 비쳐지는 발리댄스가 펼쳐진 곳은 임진강변에 자리잡은 한 가구 전시판매장의 주차장이었다. 공연의 공식 명칭은 '저녁노을 음악회'-- 일몰 무렵이면 석양 빛이 내려앉는 공연장 위치에 착안하여 이같은 타이틀을 붙인 것 같다. 공연을 마련한 '가구톡세상'의 송도현 사장은 별난 상호가 말 해주듯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고양가구단지에서 기린아로 떠오른 인물이다



충남 홍성 출신인 송 사장은 경기도 고양시에서 사업 기반이 잡힌 10여년 전부터 지역 지식인을 대상으로 '귀가 쫑끗(귀쫑)'이라는 월례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여 그 나름으로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이번 음악회의 출연진의 상당수는 '귀쫑'회원으로 각자 취향에 따른 동호회 활동을 통해 연주 기량을 쌓은 아마추어 예술인들이었다. 이날 특별히 시선을 끈 발리 댄서들도 인문학강좌의 단골 수강생으로 밝혀졌다.

막간의 춤판을 매개로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교차되는 공연은 관람자들의 열띤 호응 속에 두시간 넘게 이어졌다. 일교차가 심한 차가운 의 밤공기가 옷깃을 여미게 했지만 실 오라기 하나만 걸친 발리 댄서를 봐서도 쉽사리 자리를 뜰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정작 내가 사로잡힌 것은 정렬적인 발리 춤이 아니라 두 무희가 갖는 신상 배경이었다.



"오늘의 호프 발리 댄서는 우리 귀쫑회의 고참 회원으로 현직 교사입니다"

-아니-. 새파란 여 선생이 벌거벗고 배꼽을 흔들어?"

출연자 소개를 듣고 장탄식을 토한 나는 공연이 끝난 뒤 옆에 앉았던 나이든 지인에게 넌지시 관람 소감을 물었다. 적어도 발리 댄스의 출연자에 대해서는 내 생각과 같을 줄 알았던 상대는 뜻밖에도 배곱춤을 오늘 공연의 하일라이트로 꼽았다.

필자와 광천 상고 5회 동기인 김용복도 조카딸이 발리댄서라고 자랑하는 소리를 들었다.

시대를 앞서가는 친구인 것이다. 모두들 시대흐름에 맞춰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 혼자만 꼰대 라는 말인가?

볼멘 소리를 하면서도 즐길 것은 다 즐기고 볼거리도 다 본 뒤 귀로에 오른 나는 어둠이 깔린 자유로를 달리면서 많은 상념에 사로잡혔다. 차창 밖으로 명멸하는 한강 변의 수많은 불빛은 나의 가슴에 새겨있는 오랜 다짐들을 하나 하나 소환했다. 그 리스트의 으뜸 자리에 있는 '고정관념을 털어버리자' 항목이 방금 무참히도 박살났다 싶으니 자동차 핸들을 잡은 나의 손이 가느다랗게 떨렸다.

"시대착오적인 사고를 못 버리는 것은 지구를 떠날 날이 가까워졌다는 증거가 아닐까?"

임준수/언론인,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 대리

임준수
임준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해시, '김해맛집' 82곳 지정 확대...지역 외식산업 경쟁력 강화
  2. 인천 남동구 장승백이 전통시장 새단장 본격화
  3. 파주시, 운정신도시 교통혼잡 교차로 신호체계 개선
  4. 고양시, 2026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 참여자 모집
  5. 고등학생 70% "고교학점제 선택에 학원·컨설팅 필요"… 미이수학생 낙인 인식도
  1. 대전 횡단보도 건너던 50대 승합차 치여 숨져
  2. 대전·충남 우수 법관 13명 공통점은? '경청·존중·공정' 키워드 3개
  3. 충남도의회, 인재개발원·충남도립대 행정사무감사 "시대 변화 따른 공무원 교육·대학 운영 정상화" 촉구
  4. [홍석환의 3분 경영] 가을 비
  5. 대전 환경단체, 열병합발전 발전용량 증설 승인 전기위 규탄

헤드라인 뉴스


1천만원 이상 고액‧상습체납 대전 247명, 94.6억원 달해

1천만원 이상 고액‧상습체납 대전 247명, 94.6억원 달해

대전지역에 1000만원 이상 고액·상습 체납자 247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대전시는 19일 지방세 및 지방행정제제·부과금 체납액이 각 1000만 원 이상인 고액·상습체납자의 명단을 시 누리집 및 위택스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고액·상습체납자는 올해 1월 1일 기준 체납 발생일부터 1년이 지난 1000만 원 이상 체납자이며 지난 10월까지 자진 납부 및 소명 기회를 부여한 후 지방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공개된 정보는 체납자의 성명·상호(법인명), 나이, 직업, 주소, 체납세목, 납부기한 및 체납요지 등이며..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조직위, 기본계획 마련… 성공 개최 시동

'섬비엔날레' 개막이 5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섬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예술감독과 사무총장, 민간조직위원장 등을 잇따라 선임하며 추진 체계를 재정비하고, 전시 기본계획을 마련하며 성공 개최를 위한 시동을 켰다. 19일 조직위에 따르면, 도와 보령시가 주최하는 제1회 섬비엔날레가 2027년 4월 3일부터 5월 30일까지 2개월 간 열린다. '움직이는 섬 : 사건의 수평선을 넘어'를 주제로 한 이번 비엔날레는 원산도와 고대도 일원에서 펼쳐진다. 2027년 두 개 섬에서의 행사 이후에는 2029년 3개 섬에서, 2031년에..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 공공기관 지자체 발주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 확대

정부가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발주하는 공사 '지역제한경쟁입찰' 대상을 확대하는 등 지역 건설업체 살리기에 나선다. 정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지방공사 지역 업체 참여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지역 건설사의 경영난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지방공사는 지역 업체가 최대한 수주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우선 정부는 공공기관(88억 원 미만)과 지자체(100억 원 미만)의 지역제한경쟁입찰 기준을 150억 원 미만까지 확..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구직자로 북적이는 KB굿잡 대전 일자리페스티벌

  •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찰칵’

  •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 추위와 독감 환자 급증에 다시 등장한 마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