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오상(五常)의 정신으로 되새겨 본 어른이 어른다운 선비정신

  • 경제/과학
  • 지역경제

[프리즘] 오상(五常)의 정신으로 되새겨 본 어른이 어른다운 선비정신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 승인 2024-07-23 14:42
  • 신문게재 2024-07-24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민병찬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던 우리나라가 어찌하여 현재에 이르러 사회, 정치, 경제 분야 등에 있어 일부 정치인들의 부도덕성뿐만 아니라 각 집안 문중마다의 한 할아버지 자손들 간의 우의돈목은 사라지고 종중 종원간의 불신을 넘어 사법당국에 호소하는 법정 다툼의 지경에 이르렀을까 생각하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선대조로부터 대대손손 계승되어 온 오륜(五倫)과 함께 유교 윤리의 근본인 오상(五常, 인의예지신 仁義禮智信)의 덕목으로 일컬어지는 선비정신에 대해 되새겨보고자 한다.

어제가 없이 오늘이 있을 수 없듯 현재를 만들어 온 과거를 되짚어 봄으로써 문제의 열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에서다. 다시 말해 이 사회를 변화시킬 바람직한 인간에 관한 해석은 역사와 전통 속에 쌓아져 있다고 믿는다. 역사와 전통은 미래의 인간을 키울 수 있는 비옥한 땅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에 유교문화의 유입으로 선비가 갖추어야 할 덕목에 대한 이해가 조성되었고, 고려 말기인 충렬왕 때 안향과 백이정에 의해 원나라에서 성리학이 도입되면서 새로운 학풍, 도학이 형성되었다. 도학이 정립되면서 선비의 자각도 심화되었다.

조선에 들어와서는 유교가 통치이념이 되면서 선비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정립하였다. 고려 말 충의를 지킨 정몽주를 숭상하고, 절의를 굽히지 않은 길재의 학풍을 이으면서 선비정신을 강화하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선비는 사회의 지도적 계층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에 따라 선비의 생활도 매우 엄격한 틀에 의해 정형화되었다. 선비는 관직에 나아가거나 자연에 은둔해 살더라도 유학의 도를 강론하고 실천함은 물론 그것을 통해 일반 대중들을 교화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안게 된 것이다. 동방의 주자라 불리는 퇴계 이황은 선비를 가리켜 '세력과 지위에 굽히지 않는 존재'라 하였다. 또한 그는 "세속적 권세를 쫓는 무리"들이 부유함으로 한다면 나는 인(仁)으로 하며, 저들이 벼슬로 한다면 나는 의(義)로써 한다"라고 선비의 할 바를 일러주었다. 무릇 선비정신이란 이기적이지 않고 탐욕에 현혹되지 않으며, 도와 예를 바탕으로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다. 그 강인성은 변하지 않고 굽히지 않는 의리로 표현된다. 조광조의 말처럼 "자신을 돌보지 않고 오직 나라(단체)의 발전을 위해 도모하며, 일에 대해서는 과감히 실행하고 어려움을 헤아리지 않는 것"이 바른 선비의 마음가짐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자유인을, 근대의 영국에선 신사를, 고대의 중국인은 군자를 인생의 목표로 삼는 인간상으로 내세웠듯이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선비를 학식과 인품을 갖춘 사람으로 일컬었다. 공자와 맹자를 존중하며 사서오경을 공부하고 덕으로 백성을 교화하는 왕도(王道) 정치를 실현하고자 하였던 선비들의 삶과 이상은 현대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정신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쓸모없는 것은 분명 아니다. 사회가 급변하면서 삶의 방식이 바뀌어 가지만 현재의 한국인을 만든 문화적 기반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조선 시대 선비들이 심장 역할을 했듯이 오늘날의 대한민국도 오늘날의 선비들을 중심으로 변해간다.

오늘날의 선비는 전문 지식과 도덕적 양심을 가지고 실천하는 지성인으로서 사회적 공론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리사욕을 없애고 자신을 봉사할 수 있는 인간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인간의 가치관은 변해 간다. 이런 측면에서 바람직한 인간상으로 한국의 선비 정신을 말할 수 있다. 인간의 도리를 배우고 익히면서 실천하는 선비 정신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 줄 것이다. 선비라는 역사적 문화적 기반 속에서 한국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도 그 연속적 지향점을 가질 수 있다. 선비 정신은 보편적 인간상을 지니면서도 시대에 대한 책임의식으로 변화를 향한 실천을 풍부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선비 정신은 합리성과 실질보다는 대의명분을 강조함으로 인해 폐단을 불러오기도 한다. 하지만 선비라는 개념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선비 정신은 우리 사회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역사를 의롭게 이끌어 가려는 지성과 정의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듯이 사회에 어른다운 어른이 조직이면 조직, 가정이면 가정 등의 위치에서 바로 제 역할을 했을 때 그 사회는 존경받고 사랑받는 바른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민병찬 국립한밭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청주시 외평~북이 등 2개 도로 노선, 제6차 국도·국지도 예타 대상 선정
  2. 대전 미분양 1년 새 23% 증가… 중구 미분양 대폭 증가
  3. 포항 해수욕장 제사 반대 10만 서명운동 본격화
  4. [주말사건사고] 폐차장 화재부터 공장 폭발까지...대전·충남 사고 잇따라
  5. 한국마사회 글로벌 심판 영입… 서울경마 신뢰 높인다
  1. 충청 명운 가른다…정기국회 현안입법 예산 초당적 협력 시급
  2. 보완수사 기한 줄이고 절차 강화… 경찰 수사 완결성 시험대
  3. [2027 수시로 간다-대학의 색, 미래의 선택] 의료현장에 AI·데이터 더한다… 건양대가 여는 '데이터 의학'
  4. 국세청, 태국에 세정 선진 경험 전수… 글로벌 최저 한세 협력
  5. 지방 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지역 사립대 '직격탄' 우려

헤드라인 뉴스


[중도일보 창간75주년 특집] 기록을 딛고, 충청의 미래를 점화한다

[중도일보 창간75주년 특집] 기록을 딛고, 충청의 미래를 점화한다

원자번호 75. Re. 레늄(Rhenium). 녹는점이 3000℃를 훌쩍 넘는 레늄은 초고온에서도 안정적인 특성을 유지한다. 극한의 열을 견뎌야 하는 항공기 제트엔진의 터빈 블레이드용 초합금과 로켓·미사일 추진기관의 연소실·노즐 등에 활용되는 이유다. 특히 니켈계 초합금에 소량만 더해도 고온 강도와 내구성을 높일 수 있어 항공우주와 국방산업에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그 희소성은 더욱 특별하다. 레늄의 대륙지각 내 평균 함량은 10억분의 1 미만으로 지구에서 가장 희귀한 원소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극한의 열을 견디고 소량으로도 전체..

[창간75] AI 선도·반도체 성장축 떠오른 충청…초광역 ‘원팀 전략’ 관건
[창간75] AI 선도·반도체 성장축 떠오른 충청…초광역 ‘원팀 전략’ 관건

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대전환과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면서 민선 9기 대전·세종·충남·충북도 AI와 반도체 산업을 지역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천안·아산과 청주의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부터 대전의 연구개발(R&D), 세종의 첨단부품까지 충청권이 보유한 산업 기반도 탄탄하다.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통해 392조 원 규모의 민간투자 계획까지 더해지면서 충청권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관건은 충청권의 공동 대응이다. 4개 시도가 개..

[창간75] 충청권 392兆 대규모 투자 마중물… `초광역 경제권` 발판 삼아야
[창간75] 충청권 392兆 대규모 투자 마중물… '초광역 경제권' 발판 삼아야

충청권 산업이 대전환기에 들어섰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민간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충청권 첨단산업 민간투자 규모는 총 392조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충남에서는 올해 202조 원 규모의 투자사업이 착공과 인허가 등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이번 대규모 투자를 단기적인 생산과 고용 증가에 머물지 않고 지역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기업 투자를 계기로 산업 기반을 확충하고 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물폭탄에 잠긴 교량 차지한 오리 물폭탄에 잠긴 교량 차지한 오리

  • ‘두 달째 파행하고 있는 대덕구의회 규탄한다’ ‘두 달째 파행하고 있는 대덕구의회 규탄한다’

  •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자부 8강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자부 8강

  •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3~4학년부 4강전 제17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 3~4학년부 4강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