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역사를 저장한 유산, 향유권 확대가 절실한 이유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역사를 저장한 유산, 향유권 확대가 절실한 이유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 승인 2024-08-13 16:20
  • 수정 2024-08-14 07:21
  • 신문게재 2024-08-14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이상근 이사장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광복절은 3·1절, 제헌절, 개천절, 한글날과 함께 5대 국경일이다. 국경일은 국가의 경사로 여느 기념일과는 달리 특별하다. 그야말로 온 국민이 축하하는 날이다. 8월 15일은 1945년 광복 이후 올해 79주년이다.

그런데 올해 광복절을 앞두고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있다. 이유는 일제 침략과 강제 병합으로 인한 국권 상실에 대해 식민 지배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항일 독립의 역사를 부정하는 정부 여당 등 사회 일각의 역사 세탁-왜곡이 진행되고 광복회 등 항일운동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광복된 지 78년이 되었고, 3.1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105년이 지났음에도 이러한 소동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황망하고 참담한 심정이다.

5대 국경일은 '대한민국'의 기초를 쌓은 것은 기념하고 대대손손 전승하기 위해 법률로 정한 날이다. 대한 독립과 민주공화제를 주창한 3.1절과 나라의 독립을 이룩한 광복절,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확립한 제헌절, 유구한 역사를 지켜올 수 있게 한 개천절과 세계 150여 글자 중에 유리하게 창제 이력이 분명한 한글날은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역사의 증거이다. 그럼에도 광복(光復)이 부정되고 건국(建國)을 억지 부양하는 짓을 벌이면서 나라가 혼돈에 빠지고 있다.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유산 등재의 원칙은 진정성이다. 2015년 일본정부는 '군함도(하시마)' 등 근대산업시설의 등재 당시 조선인 강제 노동 등 유산의 전체 역사를 삭제하고 강제노동 시설을 가리고 일부만 소개하는 것에 대해 유네스코는 강제노동 사실을 적시하라는 권고 결정을 내렸고, 이번 사도 광산도 심사 단계에서 강제노동 사실 등을 표기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강제노동' 부분을 삭제한 체 등재에 합의하였다. 더구나 주무 부처인 국가유산청의 요구에도 외교부가 무시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두 개의 사례는 묘하게 닮아있다. 그것은 역사를 편의에 의해 비틀고 짜깁기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역사를 진정으로 온전하게 다루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서산 부석사 불상 재판과정에서 나온 피고 검찰의 항소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고려 때의 부석사가 현재의 부석사가 아니다"라며 그 이유로 소실로 인한 폐사의 가능성을 거론하였다. 마치 "정부청사가 소실되었으니 정부가 사라졌다"라는 논리이다. 물질적 요소만 중시하고 정신 문화는 무시하는 발상이다. 이에 재판부는 부석사의 역사성과 동일성을 인정함으로 항소이유를 배척했다. 지금 건국절을 주장하는 이들도 일제 강점으로 국권이 상실되었으니 마치 국민이 없어졌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역사가 무엇인지 모르는 주장이다.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과정에서 문화재 반환은 주요 의제이었다. 당시 한국은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주장하며 '반환'을 요구하였고, 일본은 식민 지배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한국전쟁의 피해로 상심한 한국민을 위해 '기증'한다고 하였다. 결국, 협상은 '인도'로 매듭하면서 일본은 최종적, 불가역적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한국은 환수 노력을 통해 '북관대첩비', '영친왕비 복식', '조선왕조도서'의 반환이 있었다. 건국절 주창론자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약탈문화유산의 반환은 불가능하다. 오직 일본 측의 선처에 따를 뿐이다.

유산은 역사를 저장한다. 역사를 온전히 전승하려면 유산을 진정으로 대해야 한다. 국경일도 우리 역사를 간직한 유산이다. 그래서 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향유하게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국가의 책임이다. 역사의 퇴행을 막고 올바로 정립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있다. 이 역사의 과업을 광복 100주년이 되기 전에는 바로 잡아 국가의 정체성을 바로 정립해야 할 절실한 과제가 지금 우리 앞에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