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째 N번방, 반복되는 공포] 일상 공유했을 뿐인데…딥페이크 성범죄 타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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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째 N번방, 반복되는 공포] 일상 공유했을 뿐인데…딥페이크 성범죄 타깃

27일 텔레그램 겹지인방 피해 신고 대전경찰, 교육청에 접수돼
매년 대전 디지털성범죄 상담건수 200건이상…피해 보호 절실

  • 승인 2024-08-27 18:56
  • 신문게재 2024-08-28 1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N 번방' 사건 이후로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까지 꺼내 들며 뿌리를 뽑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 최근 AI 기술을 이용한 딥페이크 기반 합성물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일명 '겹지인방'이라는 제2의 N번방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지자체 관심은 적다. 대전은 디지털성범죄 특화상담소가 사라지고, 기존 피해 지원책 예산을 삭감하는 등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로 얼룩지는 온라인 속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중도일보는 3편의 기획을 통해 지역 내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심각성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上. 디지털 성범죄 기승, 속출하는 피해자

中. 피해 지원 절실한데 역행하는 대전



下. 이대론 안 돼… 피해자 치유부터

22
인스타그램을 통해 A씨에게 가해자 보내온 메시지(사진=A씨 제보)
#대전에 사는 20대 여성 A 씨는 지난해 3월 말 인스타그램 DM(Direct Message)을 통해 낯선 계정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트위터에 A씨의 사진이 도용되고 있다"는 영문 메시지였다. 놀란 A씨는 곧바로 계정주에게 답장을 보내 도용되고 있는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다. 곧이어 계정주가 보낸 사진은 남성과 성행위를 하고 있는 여성 나체사진에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사진이었다. 사진을 보낸 계정주는 갑자기 한국말로 욕설과 성희롱을 하며, A씨가 다니는 학교 남학생들에게 해당 사진을 퍼트리겠다고 협박을 하기 시작했다. 가해자는 다음날과 한 달 뒤에도 계정 삭제 후 또 다른 계정을 생성해 메시지를 보내며 성희롱과 유포 협박을 해왔다.

A 씨는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가해자가 익명 계정에다가 계정과 DM을 바로 삭제하고 사라져 못했다"며 "스토킹이나 금전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합성사진이 유포됐을지도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한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딥페이크 기반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대전에서 속출하고 있다.

현재 수면 위로 드러난 텔레그램 '겹지인방'에서 미성년자의 사진이 도용돼 음란물이 제작됐다는 의혹이 대전에서 사실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이날 오후 대전교육청과 경찰에 대전 지역 고등학교 여학생이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음란물이 올라왔다며 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지인의 얼굴을 합성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유포하는 '겹지인방' 텔레그램 채팅방이 대전에서도 개설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논란이 일자 현재는 텔레그램 내에서 삭제된 상태지만, 본보가 직접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검색한 결과, 최근까지도 '대전겹지방'이라는 명칭으로 운영돼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엑스에 올라온 대전겹지방 소개 게시글에는 해당 채팅방으로 이동하는 링크주소와 함께 '지인능욕', '능욕방' 등 성적인 단어가 해쉬태그(#)돼 있었다. 대전겹지방을 찾는 게시글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트위터 캡처
엑스에 올라온 대전겹지방 게시물 모습 (사진=엑스 갈무리)
앞서 지인의 얼굴을 음란한 사진과 합성해 허위 사진·영상물을 유포하는 텔레그램 채널이 지역별로 개설돼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음란물 제작에 미성년자의 사진도 도용됐다며, 전국 대학교, 중·고등학교 피해 명단까지 올라오면서 대전에서도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전교육청은 전날인 26일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피해 사실이 있다면 교육청과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한 상태다.

그간 대전에서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는 매년 발생했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최근 3년간 대전경찰이 적발한 사이버 성폭력(허위, 불법영상물 제작·유포) 범죄건수는 284건, 검거인원은 217명이다.

여성긴급전화 1366대전센터에 접수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상담 건수는 매년 200건 이상 접수되고 있는데, 2021년 262건, 2022년 217건, 2023년 228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대전 YWCA 성폭력·가정폭력상담소에 접수된 디지털 성범죄 상담건수만 해도 60건에 달했으며, 이중 6명은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겹지인방' 피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대전 내 피해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지역의 피해자 보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대전여민회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보니 매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피해자 보호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지만, 대전에는 현재 디지털성범죄 특화 지원센터가 없다. 서울과 경기, 부산, 인천처럼 피해자 상담과 피해 사진·영상물 삭제 지원 등 원스톱 지원이 가능한 광역센터가 대전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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