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단지 행복한 한가위이기를 기원한다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단지 행복한 한가위이기를 기원한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승인 2024-09-10 11:02
  • 신문게재 2024-09-11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유재일 대표님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다음 주면 추석(秋夕) 명절이 다가온다. 이 명절은 가을 수확을 앞두고 풍년을 기원하는 날로 한국에서는 한가위라고 부르고, 중국과 베트남은 중추절, 일본에서는 중추명월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가위는 한국에서는 3일간의 연휴를 법정 공휴일로 지정할 정도로 한민족 최대 명절로 여긴다. 그래서 한가위를 앞두고 나누는 인사말에는 "풍성하다", "넉넉하다"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덕담이 예전처럼 많이 사용되지는 않는 것 같다. 단순히 의례적인 것을 넘어 가식적인 것으로 여겨져서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현상은 이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 시인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에서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는 구절처럼 탄식의 대상은 아닐 것이다.

잘 알다시피 한국은 경제 규모에서 세계 12위로 구미 선진국들보다는 약간 뒤처지지만, 경제적으로 비교적 잘 사는 국가군(群)에 속해 있다. 또한 민주주의 지수가 세계 22위에 점할 정도로 '완전한 민주주의국가'군에 들어가 있다. 하지만 국민의 행복도는 경제와 민주주의 수준에 걸맞지 않게 낮게 나타난다.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2021년 5.845점(세계 62위), 2022년 5.935점(59위), 2023년 5.951점(57위), 2024년 6.058점(52위)으로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체감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행복지수는 객관적인 정량지표와 주관적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도출되기 때문에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가 강한 동북아시아에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참고로 2024년 일본은 6.060점(세계 51위)으로, 중국은 5.973점(60위)으로 한국과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집단주의의 영향보다는 심화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나 돌파구 없는 정치 사회적 갈등이 실질적인 행복감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에서 명절이 되면 기쁘기보다는 스트레스나 증후군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행복의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풍성하고 넉넉한 덕담을 나누는 것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추론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 이와 관련된 한 연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리서치가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의뢰한 「한국인의 울분과 사회·심리적 웰빙 관리 방안을 위한 조사」(8월 27일 발표)에 따르면, 국민 49.2%가 부당하고, 모욕적이고, 신념에 어긋나는 것으로 여겨지는 스트레스 경험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의미하는 울분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응답자가 부정적 사건을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정치적·사회적 사안들, 즉 정치·정당의 부도덕과 부패, 정부의 비리나 잘못 은폐, 언론의 침묵·왜곡·편파 보도, 안전관리 부실로 초래된 참사, 납세의무 위반 등에 대해 4점(매우 울분) 척도에서 3.53점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세상의 불공정함과 그것을 해결하리라 믿었던 사회지도층이나 정치지도자들에 대한 배신감이 극단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지만, 정치 사회적 갈등은 행위 주체들이나 이해당사자들 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그리고 정치지도자의 리더십 발휘를 통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양극화 문제도 점진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치지도자의 상생적이고 통합적인 리더십은 적대적이고 배제적인 정치문화나 정치제도가 정치적 갈등을 양산한다 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여야 지도자들은 '밴댕이 소갈머리' 같은 협량함을 버리고 절영지연(絶纓之宴)과 같은 포용력을 발산하기를 바란다.

마찬가지로 충청권 지방정부의 수장도 시대적 가치와 과제가 다양성과 통합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지방의회와 시민사회단체들과 더욱 소통하고 협치해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특히 예산국회를 앞둔 지금, 소속 정당이 다른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부디 올해 추석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덕담과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격려의 말이 널리 퍼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롯데백화점 대전점, 성심당 리뉴얼... 백화점 중 최대 규모 베이커리로
  3.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수는 적은데 국비는 수십억 차이…지역대 '빈익빈 부익부' 우려
  4. [행복한 대전교육 프로젝트] 대전변동중, 음악으로 함께 어울리는 행복한 예술교육
  5. {현장취재]김기황 원장, 한국효문화진흥원 2025 동계효문화포럼 개최
  1. "함께 걸어온 1년, 함께 만들어갈 내일"
  2. 농식품부 '농촌재능나눔 대상' 16명 시상
  3. 작은 유치원 함께하니, 배움이 더 커졌어요
  4. 충남경찰, 21대 대선 당시 선거사범 158명 적발… 직전 대선보다 119명↑
  5. 서머나침례교회, 관저종합사회복지관에 연말 맞아 이웃사랑 후원금 전달

헤드라인 뉴스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 세종 이전법 발의했는데, 뒤늦은 대구 이전법 논란

대법원을 세종시가 아닌 대구시로 이전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향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도한 데다, 11월에 혁신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황운하 의원(비례)이 ‘대법원 세종 이전법’을 발의한 터라 논의 과정에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이견으로 대법원 지방 이전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혁신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차규근 의원(비례)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권칠승 의원과 함께 대법원을 대구로 이전하고 대법원의 부속기관도 대법원 소재지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내년 출산휴가급여 상한액 220만원으로 오른다

직장맘에게 지급하는 출산 전후 휴가급여 상한액이 내년부터 월 220만원으로 오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하한액이 출산휴가급여 상한액을 웃도는 역전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출산전후휴가 급여 등 상한액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자는 출산 전과 후에 90일의 출산전후휴가를 받을 수 있다. 미숙아 출산은 100일, 쌍둥이는 120일까지 가능하다. 이 기간에 최소 60일(쌍둥이 75일)은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유급휴가다. 정부는 출산·육아에 따른 소득 감소를 최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선사유적지 인근'... 월 총매출 9억 1000만원 상회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10일 소상공인 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 서구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

  • ‘졸업 축하해’ ‘졸업 축하해’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