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기본이 되어있어야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기본이 되어있어야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4-11-01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문묘는 공자 신위를 모신 사당이다. 문선왕묘(文宣王廟)의 준 말이다. 문선왕은 공자를 이른다. 당 현종이 공자를 문선왕으로 추증하였기 때문이요, 따라서 공자묘라고도 한다. 공자를 정위로 하여 4성, 공문10철(孔門十哲) 및 송조6현(宋朝六賢), 우리나라의 명현 18현(十八賢)을 종사(從祀)해 태학생(太學生)들의 사표(師表)로 삼았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의하면 1949년 전국유림대회 결의로 동무와 서무에 종사한 중국 명현의 위판(位板)을 매안(埋安)하고, 우리나라의 명현 18위를 대성전으로 승당(陞堂)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문묘에 종사된 18현을 '동방18현' 또는 '동국18현' 이라고도 부른다. 유명세나 높은 벼슬, 권력에 의해 선정되는 것이 아니라, 독창적 학문세계, 양심과 도덕에 따른 실천이 주이다. 뛰어난 학식과 덕망, 학자로서 위상, 업적이 높아야 선정된다고 한다. 유학자로서 최고의 영예가 아닐 수 없으며, 만인의 칭송을 받는다.

동무 3번째에 종사되어 있는 인물이 김굉필(金宏弼, 1454~1504, 문신학자)이다. 김종직의 제자이며, 조광조에게 학문을 전수하여 우리나라 유학사의 정맥을 있게 했다. 별도로 언급하는 것은 오늘의 주제를 위해서다.

어려서는 꽤 폭력적이었던 모양이다. 사람들이 그를 만나면 피했다고 한다. 좋게 말하면 성품이 호방하고 거칠었던 것이다. 늦게 분발하여 학문에 힘썼다. 김종직 문하에 들어가 <소학>을 배웠는바, 그에 심취하여 스스로 '소학동자'라 일컬었다.



소학은 8세 안팎의 어린이 유교 입문서로 수신서(修身書)이다. 기초학습은 물론, 수신과 수양, 관계 및 생활규범, 생활철학이 주로 담겨있다. 거칠었던 자신의 성품을 <소학>으로 반추해보니 잘 못이 충격적으로 다가와 크게 깨닫게 되고, 깊은 감동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사람노릇을 제대로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깊고 성실하게 <소학>을 따라 처신한다. 나이 삼십에 이르러서야 다른 책을 접하고 경서를 섭렵하였다.

그럼에도 문묘에 종사 되었던 것은 경학에 치중하여 '치인(治人)'보다는 '수기(修己)'에 힘쓴 까닭이다. <소학>에 입각한 처신(處身),복상(服喪)·솔가(率家) 자세는 당시 사대부들의 귀감이 되었으며, '한훤당(김굉필의 호)의 가범(家範)'으로 숭상되었다.

기본이 잘 되어있어야 확장성이 크다. 넓고 깊게 된다. 기본이 되어있지 않으면서 정치적 술수로 차지하는 자리는 자신과 세상에 해악이 된다. 불치의 병에 들게 한다. 악업을 쌓는 일이다.

거짓과 부허(浮虛)에 더해 독선과 독설, 욕설, 비방이 난무하는 국회를 보자니 드는 생각이다. 기본조차 되지 않은, 미숙아보다 못한 사람들이 설치고, 지도자라 으스댄다. 그런 세상이 개탄스럽다. 바라만 보고 있는 것도 역겹다. 또, 그런 사람을 선출한 나는 무엇인가? 반성하게 된다. 또 한 번 강조하건데, 잘못을 알면서 고치지 않는 것, 그것이 잘못이다.(過而不改 是謂 過矣, <論語>) 더 큰 잘못이다.

다시 일깨워본다. 중요 내용을 네 글자씩 묶은 것이 <사자소학>인데, 수신편에 나오는 내용 몇 마디 다시 새긴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며,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며,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행동은 반드시 바르고 곧게 하고, 말은 미덥고 성실하게 하며, 용모는 단정하게 하고, 의관은 바르고 가지런하게 하라."

"다른 사람의 단점을 말하지 말고, 자기의 장점을 믿지 말라, 자기가 하고 싶지 아니한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 선행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뒤에 경사가 있고, 불선을 쌓은 집안은 반드시 뒤에 재앙이 있다."

"남을 손해 보게 하고 자신을 이롭게 하면 마침내 자신을 해치는 것이다. 재앙과 복은 특정한 문이 없어 오직 사람이 불러들인 것이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최종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응원하다 쓰러져도 행복합니다. 한화가 반드시 한국시리즈 가야 하는 이유
  2. "대전 컨택센터 상담사님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3.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4. 유성구장애인종합복지관, 여성 장애인들 대상 가을 나들이
  5. 김태흠 충남도지사, 일본 오사카서 충남 세일즈 활동
  1. "행정당국 절차 위법" vs "품질, 안전 이상없어"
  2.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3. 박경호 "내년 지선, 앞장서 뛸 것"… 국민의힘 대전시당위원장 도전장
  4. 올 김장철, 배추 등 농수산물 수급 '안정적'
  5. [2025 국감] 대전국세청 가업승계 제도 실효성 높여야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대전시 국감서 '0시 축제' 예산 둘러싸고 격돌

2년 연속 200만 명이 다녀간 대전시 '0시 축제' 운영 재정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과 보수야당 소속인 이장우 대전시장이 24일 뜨겁게 격돌했다.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민간 기부금까지 동원 우회 재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자발적 기부일 뿐 강요는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여당 주장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익산을)에 따르면 3년간 0시 축제에 투입된 시비만 124억 7000만 원, 외부 협찬 및 기부금까지 포함..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갤럽] 충청권 정당 지지도… '더불어민주당 51%, 국민의힘 29%'

충청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24일 나왔다. 한국갤럽이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대전·세종·충청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1%, 국민의힘은 29%를 기록했다. 이어 개혁신당 4%, 조국혁신당 2%, 진보당 1%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14%에 달했다. 전국 평균으론 더불어민주당 43%, 국민의힘 25%, 조국혁신당 3%, 개혁신당 2%, 진보당 1%, 기본소득당 0.2%, 사회민주당 0.1%, 무당층 25%로 조사됐다. 충청권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수..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기획] '가을 정취 물씬' 자연이 살아 숨쉬는 충남의 생태명소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태적 가치를 고스란히 간직한 충남도의 명산과 습지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힐링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청양 칠갑산을 비롯해 예산 덕산, 공주 계룡산, 논산 대둔산, 금산 천내습지까지 각 지역은 저마다의 자연환경과 생태적 특성을 간직하며 도민과 관광객에게 쉼과 배움의 공간을 제공한다. 가을빛으로 물든 충남의 생태명소를 알아본다.<편집자 주> ▲청양 칠갑산= 해발 561m 높이의 칠갑산은 크고 작은 봉우리와 계곡을 지닌 명산으로 자연 그대로의 울창한 숲을 지니고 있다. 칠갑산 가을 단풍은 백미로 손꼽는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대전시 국감…내란 옹호 놓고 치열한 공방

  •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유등교 가설교량 안전점검

  •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자랑스런 우리 땅 독도에 대해 공부해요’

  •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 상서 하이패스 IC 23일 오후 2시 개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