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의 날] 후송 거절에 무너지는 마음 "고맙다" 한마디에 다시 한번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소방의 날] 후송 거절에 무너지는 마음 "고맙다" 한마디에 다시 한번

대전서부소방서 구급대원 민경훈 소방장, 전선우 소방사 인터뷰
하루 평균 10건 이상 구급 출동…대원 1인당 담당인구만 5500명
의료 대란에 구급 현장 어려움 커져…구급대원 인력 보충도 필요

  • 승인 2024-11-07 17:13
  • 수정 2024-11-07 18:16
  • 신문게재 2024-11-08 6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119 구급대
7일 대전서부소방서 119구급대원인 민경훈 소방장과 전선우 소방사를 만나 구급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왼쪽부터 전선우 소방사, 민경훈 소방장 모습.(사진=정바름 기자)
"올해 폐섬유증을 앓고 있던 환자의 호흡곤란 신고가 들어왔어요. 산소 수치가 좋지 않아 무조건 병원을 가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대전에 수용 가능한 병원이 없어 결국에는 충북 청주까지 갔어요. 결국 환자분은 돌아가셨는데, 나중에 환자의 따님 분들이 찾아오셔서 그래도 마지막까지 애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하셨던 게 생각이 나요."

119구급대원으로 10년째 근무 중인 민경훈 소방장(35)은 최근 겪었던 씁쓸했던 일화를 들려주며, 요즘 구급 현장의 어려움을 환자와 보호자들도 느끼고 있다고 걱정했다.

소방의 날을 앞둔 7일 중도일보는 대전서부소방서를 찾아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근무 중인 민경훈 소방장과 올해 2년 차인 전선우 소방사(30)를 만나 구급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요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서부서의 구급대원 1인당 담당 인구는 5500명. 하루 평균 구급 신고는 10~15건. 새벽에만 4건 이상의 위급상황이 펼쳐진다. 최근에는 의료 대란의 여파가 응급 현장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심적 부담은 더 커졌다. 병원마다 전문의, 병상 부족 등으로 거절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후송 가능한 병원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다.

민경훈 소방장은 "관외 병원 이송은 지난 10년 동안 1~2건 정도였지만, 올해에만 10건 이상이 발생했다"라며 "최근 대전에서 발생한 호흡곤란 환자가 서울에 있는 병원에 이송되는 일도 있었다. 요즘은 대전에 이송할 수 있는 병원이 없으면, 충청권 전역으로 넓혀서 찾아보고 안되면 전라권이나 경기권, 그래도 안 되면 서울권까지 찾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송 가능한 병원을 찾기까지 1시간 이상 걸릴 때도 있다 보니 기다림에 지쳐 병원에 가길 포기하려는 환자들도 생겼다. 전선우 소방사는 "환자가 이송거부서까지 쓰게 되면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모시고 갈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를 통해서라도 최대한 설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생명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매일 사투를 벌이는 것은 이젠 일상이 됐다. 구급대원들의 초기 처치에 따라 환자의 안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빠른 시간 안에 환자의 상태를 판단해 적합한 응급 처치를 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간 민경훈 소방장은 신속한 응급 처치로 숨이 멎었던 심정지 환자 7명의 목숨을 살려내기도 했다.

전선우 소방사는 최근 뇌졸중 의심환자를 구했다. 전 소방사는 "한 달 전에 출동했던 건인데, 환자가 갑자기 말이 안 나오고, 한쪽 힘이 빠지는 것 같다고 신고했다"라며 "그때 순간적으로 뇌졸중이 의심돼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했다. 이후에 안부 연락을 드렸는데, 후유증 없이 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셔서 참 뿌듯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고맙다"라는 말 한마디는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물론 고충도 있다. 구급대원을 향한 폭언과 폭행은 고질적인 문제다. 구급 신고 중 3분의 1은 주취자 신고다. 구급 활동을 방해하는 비응급 신고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구급대원 인력 보충도 필요한 상황이다. 보통 구급차 한 대에 세 명의 구급대원이 한 조가 되어 출동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최근 장기 휴직자, 퇴직자가 많아지면서 정원 대비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소방서마다 구급차 3인 탑승마저 충족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졌다.

전 소방사는 "구급 인력이 없어 구급차에 2명이 타게 되면, 운전자 1명 외 나머지 1명이 오롯이 위급상황을 감당해야 한다"며 "구급차 역시 내구연한인 5년에 가까워지면, 노후 돼서 고장이 많이 나는데, 서마다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민 소방장은 "구급 인력 충원이 된다면, 3조 1교대에서 4조 2교대로 개편이 됐으면 한다"며 "현재는 24시간 일하고 48시간 휴식인데, 생활 리듬이 깨지다 보니 대원들의 몸이 망가지는 걸 많이 봐왔다. 장기적으로는 개선이 필요할 거 같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건 대전시민들의 안전이다. 겨울이 오면 낙상, 교통사고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만큼 주의와 함께 사고 발생 시 119 신고를 당부했다. 전선우 소방사는 "저희는 언제나 시민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라며 "현장에서 119는 가장 믿음직스러운 존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에게 신속히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단양군엔 3억6000만원 내라면서…105억 발전소 수익은 감춘 한국수자원공사
  2. 천안시, '백석마을아이파크' 서북구 제43호 공동주택 금연구역 지정
  3. 대전 갑천습지에 일제 금 수탈현장…무너진 동굴입구와 산책로 기초 드러나
  4.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중국전서 반전 노려야…비에 경기 지연 변수
  5. 형소법 개정 일주일 앞두고… 명칭부터 수사 인력 어떻게 달라지나
  1. 캠핑장서 아내 친오빠를 흉기로 살해한 40대…징역 16년 확정
  2. 장종태 "고속도로 안전순찰차 운영 실태 점검 필요"
  3. 천안문화재단, 10월 2일 흥타령춤축제서 '2026 대한민국 무용대상' 본선 개최
  4. ㈜엘림축산, 천안시 중앙동 취약계층 건강식품 후원
  5. 국민건강보험공단 천안지사, 천안지역 취약계층 육아용품 후원

헤드라인 뉴스


글로컬대학 ‘통합’ 곳곳서 난항… 충남대·공주대 사업 향방은

글로컬대학 ‘통합’ 곳곳서 난항… 충남대·공주대 사업 향방은

글로컬대학30 사업의 핵심 과제로 통합을 추진했던 충청권 대학들이 잇따라 통합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 충북대와 한국교통대가 통합 협상 중단을 결정하면서 글로컬대학 지원금 환수 절차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통합신청서 제출이 부결된 충남대와 국립공주대의 향후 사업 추진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7일 충남대 등에 따르면 충남대와 국립공주대는 글로컬대학30 선정 이후 통합을 주요 혁신 과제로 추진해왔다. 양 대학은 통합을 기반으로 교육·연구 역량을 결집하고 대전·충남의 산업 기반을 연계한 지역혁신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당국, 정책금융 등 고정금리 대출 확대 주력... 금리 인상기 취약차주 상환 충격 흡수
당국, 정책금융 등 고정금리 대출 확대 주력... 금리 인상기 취약차주 상환 충격 흡수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기 취약차주 상환 충격 흡수를 위해 정책서민금융상품 등 고정금리 대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당국은 고강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연말에 연장해서 금리 인상기 차주 리스크에 '범퍼'를 남겨둘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햇살론,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 등 정책서민금융·정책 모기지 공급 확대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정금리 상품 공급을 확대해 변동 금리 리스크 노출을 줄이고, 연체 이전 단계에서 상환 부담을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당국은 이미 내년도 예산안에..

수사권 개편에 인력 몰아놓은 대전경찰… 생활치안 균형 ‘시험대’
수사권 개편에 인력 몰아놓은 대전경찰… 생활치안 균형 ‘시험대’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앞두고 대전경찰이 수사 기능 강화에 인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치매노인 실종과 순찰·범죄예방 등 기존 생활치안 수요도 늘면서 인력 운용의 균형이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올해 수사인력 보강 상당 부분이 신규 충원이 아닌 기존 치안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만큼 수사권 개편 대응뿐 아니라 시민이 체감하는 현장 치안까지 충분히 고려했는지를 두고 지휘부의 판단이 중요해지고 있다. 백동흠 대전경찰청장은 올해 4월 취임 당시 각종 범죄와 재난으로부터 시민 안전을 두텁게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다시, 집으로’ ‘다시, 집으로’

  • 막바지 귀경길 막바지 귀경길

  •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건 추석의 의미

  •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 ‘버스전용차로 시행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