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왜 트럼프일까

  • 오피니언
  • 세상읽기

[세상읽기] 왜 트럼프일까

  • 승인 2024-11-20 09:49
  • 신문게재 2024-11-21 18면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PRU20241115279901009_P4
연합뉴스 제공
트럼프와 <거래의 기술>을 함께 쓴 토니 슈워츠는 트럼프는 그저 사랑받기만을 원하는 상처입고 너무나도 연약한 어린 소년이라고 했다. 심리학자들은 트럼프를 위험하고 파괴적인 인간이라고 진단했다. 충동적이고 병적인 거짓말쟁이에다 도덕관념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심각한 나르시시스트. 인간의 인격형성은 유년기의 성장과정이 지배한다. 트럼프의 아버지는 지나치게 사업적이고 강하고 거칠었다. 트럼프의 형은 이런 아버지에게 압도당해 알코올 의존증에 시달리다 42세에 세상을 떠났다. 트럼프는 형보다 강인했다. 트럼프는 살아남는 방법을 일찍 터득했다. 살아남으려면 세상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고. 지배하든가 굴복하든가. 필사적으로 싸우며 적을 무조건 짓밟는 공격적인 냉혈한으로 성장한 그의 성향은 사업가로선 장점으로 작용했다.

트럼프가 다시 돌아왔다. 2016년 당선은 미국 정치의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겼으나 이젠 '트럼피즘'이라는 일상이 됐다. 미국은 왜 트럼프를 선택했을까. 미국은 번영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낙원의 꽃은 시들어 뭉개졌고 병든 사과가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다. 주린 배를 부여잡은 서민들은 상처입은 자존심으로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현실주의자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부르짖었다. 일자리 감소와 양극화, 이민자 급증으로 먹고살기 힘든 가난한 백인들의 대변자를 자처했다. 엘리트 계층이 증오하는 트럼프에게 미국의 보통사람들은 열광했다. 트럼프는 억만장자이지만 소탈하고 서민들이 먹는 햄버거를 좋아한다. 기득권층은 부유하고 세련되고 똑똑하다. 하지만 기득권층의 위선에 넌더리가 난 유권자들은 이들에게 정면으로 맞서 거칠게 공격하는 트럼프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2016년 대선을 상기해 보라. 유권자들은 표리부동한 모습의 착한 척 하는 여자(힐러리 클린턴)보다 자신의 본모습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나쁜 남자를 선택했다. 미국의 시대 상황이 괴물을 영웅으로 만든 것이다.



트럼프는 돈이 된다면 언제든지 협상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한 트럼프는 가치보다 실익을 중시하는 외교적 거래를 강조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휴전안을 내놓고 해외 분쟁엔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전 세계도 이 전쟁에 지쳤다. 트럼프는 현재의 상황에서 전쟁을 동결하고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내주고 우크라이나는 나토가입을 미루라고 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대신 러시아의 위협을 충분히 막아준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가 막바지 치고받는 상황인데 트럼프가 재집권 후 어떤 카드를 내밀지 관심이다.

'거래의 달인' 트럼프의 귀환으로 한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방위비 분담금 5배 증액. "우리가 왜 한국을 방어하는가? 우리는 어마어마한 돈을 잃고 있다. 한국은 부자 나라다." 여차하면 미군철수를 고려하겠다는 기세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북 관계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어쩌다 대통령 윤석열은 '마누라' 감싸기에 급급하다. 바이든식 '가치 외교'도 변동이 없을 거라고. 바이든이 어떤 사람인가. 뒤에선 이스라엘에 무기를 안겨주고 잘한다, 잘한다 네타냐후 궁댕이 두드리면서 앞에선 휴전을 종용하지 않았나. 미국의 아랍계 유권자들이 바이든 정부의 위선에 치가 떨려 트럼프를 찍은 이유다. 나라간 외교는 기브앤드테이크다. 윤석열은 기시다에게 줄 거 다 주고 받은 건 하나도 없는 비굴한 자세로 일관했다. 허구한 날 '빨갱이 타령'이나 하고, 북한을 힘으로 굴복시키겠다고 큰소리친다. 김훈은 <남한산성> 후기 '못다한 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우연한 만남을 적었다. 기차 안에서 만난 김 전 대통령은 주화파 최명길을 긍정한다면서 최명길이 조선시대 가장 훌륭한 정치가 중 한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훈은 김대중의 말을 정의의 이념을 간직하더라도 현실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는 말로 알아들었다고 했다. 정치 대가의 풍모와 노련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다시 김정은과 대화하겠다고 나설 여지가 충분하다. 우리도 더 이상 북한을 '주적이냐 아니냐'라는 관념적인 말에 갇힐 게 아니라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 전쟁과 평화는 한 끗 차이다. <지방부장>
우난순 수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세종시 합강동 스마트시티, 'L1블록 643세대' 본격 공급
  3.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4.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5.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1.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2.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3.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4. 충남개발공사 '고객만족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 획득
  5. [부고]김창세 세무사 빙모상

헤드라인 뉴스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과 가진 오찬에서 "수도권 과밀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시·도간) 통합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가 사실상 전폭 지원사격을 약속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