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지혜를 품은 도시

  • 정치/행정
  • 대전

[세상보기]지혜를 품은 도시

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 승인 2024-11-28 15:22
  • 신문게재 2024-11-29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병윤 전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장
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그리스의 북부 마케도니아에서 출원하여 지중해 대부분의 도시들을 포함해 이집트까지 점령한 알렉산드로스대왕은 늘 전쟁터에 책을 가지고 다닌 것으로 유명한데, 책은 전설적인 불멸의 서적으로 잘 알려진 호머(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였다. 그리스, 페르시아, 이집트를 포함해 자신을 아시아의 군주라 불린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이름과 연관된 도시들도 많은데 그중 대표는 이집트 옛 수도였던 알렉산드리아로 파로스의 등대와 최초로 설립된 도서관의 기원으로도 유명한 문명의 시점 도시이다. 고대 그리스의 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였던 알렉산드로스의 생애는 짧았지만 역사적인 도시와 괄목할 만한 최대의 도서관을 등장시켰다.

그리스에서 발원한 무세이온(뮤즈에서 시작되어 뮤지엄의 어원이 됨)을 넘어 거대한 학문적 집합체가 이집트 도시 알렉산드리아에 만들어 진다. 무세이온처럼 특권층만의 전유 공간이었던 부루키움이라 불린 첫 도서관은 당시 교수만 100여 명이 넘었다 하고 지금의 대학과도 같은 기능을 지닌 강의실, 열람실, 외에도 회의와 식당 등 부수적인 지원 공간 들이 갖추어져 있었음이 기록으로 전해진다. 이곳으로 많은 전 세계의 학자들을 초청하여 연구하도록 지원하였으며 의학 물리학 천문학 수학 등 고대문화의 진원지였고 유럽문화를 통틀어 설명함에 주된 골자인 동서문화의 융합체라 할 수 있는 헬레니즘의 기원지로도 알려진 배경의 산실이었다. 이곳 알렉산드리아도서관에는 지금의 분량으로 무려 100만 권에 가깝게 가늠되는 당시 양피지로 된 엄청난 분량의 두루마리 책이 소장되어 있었다 한다. 아쉽게도 로마 카이사르의 원정 전쟁이 일으킨 항구의 화재 등 이후 여러 사건을 연유로 도시는 파괴되고 도서관도 소멸하게 되는데 엄청난 양의 파피루스 책들은 이때 다 사라진다. 아쉽게도 장소도 명료하지 않고 세라페이온 신전 도서관 지하 유적이 당시의 흔적으로 남겨져 있을 뿐이다.

종이책 들이 모인 곳은 이렇게 그들이 신성시한 곳에 인류의 지식 모두를 다 섭렵하고자 하는 인간의 지식욕으로 시작되었고 약 2500 년의 긴 시간이 지나 알렉산드리아에는 다시 대단한 규모의 현대식 도서관이 만들어지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마치 거대한 지구본이 땅속에 박힌 듯한 모양을 지닌 거대한 해시계 형태의 웅장한 모습과 엄청난 양의 장서를 갖춘 압도적인 도서관이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렇게 학문의 교차로로서 시작된 도시에 이어 다투어 지식을 전달하는 도서관들이 세상의 곳곳에 만들어진다. 도서관(라이브러리)은 14세기 앵글로 프랑스어의 책방과 같은 의미를 지니며 어원은 책의 기원인 이집트의 파피루스와 연결되는 라틴어의 리베르(liber-나무껍질) 에서 비롯되었다. 알려진 바로 가장 많은 장서와 기록,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은 영국 런던의 북쪽 유로스타의 출발지인 '세인트 판크라스' 역 가까이에 위치한 대영도서관으로 무려 2500만 권의 규모를 자랑한다. 자유를 향한 대헌장, 마그나카르타를 비롯해서 기원전 300년 무렵의 자료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역사자료를 소장하여 세계 최대규모의 도서관으로 긍지를 지닌다.

종이책은 지식의 도시를 만들고 지혜를 품은 창조의 장소를 만든다는 자부심도 갖게 한다. 대규모 도서관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의 파주 출판도시에도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내부를 모두 열린 도서관으로 만들어 '지혜의 숲'이라 부르는 곳이 있다. 기존의 도서관과는 달리 권독사라는 특이한 책 안내자 외에는 간섭 없이 자유롭게 걸으며 많은 책들을 만날 수 있다. 벽을 따라 늘어선 책들을 따라 걷자면 수 킬로의 길이이며 한 문인은 죽기 전 힘이 남아 있는 동안 이곳을 찾아 죽음을 맞고 싶다 할 정도로 책의 무덤을 그리워한 곳이기도 하다. 급변하는 책의 생태계에서 도서관의 유적이 주는 가르침은 책의 소중함이며 우리에게 깜짝 놀랄 만큼 기쁜 소식도 가져온 책은 우리 곁에서 지혜의 도시를 낳고 우리와 도시를 가꾸는 지혜의 원천임을 다시 일깨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가원학교 건물 흔들림 현상에 학생·교사 대피…경찰 조사 중
  2. 참전유공자들, ‘안보’의 중요성 강조
  3. 2026년 지방선거 향하는 세종시 정치권...'시장 선거' 구도는
  4. 대전 초등학생 11년 만에 순유입 전환… 유성·중구 전국 상위권
  5. 문화재 내부 공사인데도 '자체심의'…문화재 보존 사각지대 심각
  1. ‘피해 없도록’…침수대비 수방장비 점검
  2. 광복 80주년 대전 시내버스 통해 '호국 영웅' 알린다
  3. 주말까지 비 예보…장마 시작에 침수 피해 지역 '불안'
  4. 대전선화초 증축사업 시작… 220억 들여 2026년 8월 준공
  5. [사설] 서해 어민 위협할 중국 불법 구조물

헤드라인 뉴스


대전 가원학교 건물 흔들… 증축공사 앞두고 ‘불안하네’

대전 가원학교 건물 흔들… 증축공사 앞두고 ‘불안하네’

보강공사 후 증축을 앞둔 대전 특수학교 가원학교에서 건물 교실이 흔들려 학생들이 대피 후 결국 귀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조사 결과 옥상에 놓인 에어컨 실외기가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학교 구성원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보다 정확한 조사가 요구된다. 17일 대전교육청·대전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교시 수업을 앞둔 9시께 4층 한 교실에서 담임 교사와 부담임, 특수교육실무원이 책상과 교실이 흔들리는 것을 감지하고 학교에 보고했다. 교사들은 해당 학급 학생들을 야외로 대피시켰고 인근 교실 학생들도 만일에 대비해 특별실로 이동토록 했..

대전 `30년 초과` 공동주택 비중 전국서 가장 높아… 대책 마련 필요
대전 '30년 초과' 공동주택 비중 전국서 가장 높아… 대책 마련 필요

대전의 공동주택 노후화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도 주택 노후화가 심화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부동산R114가 정부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전국 30년 초과 노후주택은 260만 6823채로 전체의 22%로 나타났다. 즉 전국 주택 4채 중 1채가 노후주택인 셈이다. 노후 주택은 2022년 135만 9826채(12%), 2023년 170만 5215채(15%), 2024년 219만 4122채(18%)로 꾸준히 늘..

`환불` 하려니 안된다?... 캠핑장 피해구제 신청 다발
'환불' 하려니 안된다?... 캠핑장 피해구제 신청 다발

충청권 캠핑장 피해구제 신청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역민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피해구제 신청 중 환불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해 캠핑장을 예약하기 전 날씨와 환불 규정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17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접수된 캠핑장 관련 피해구제 사건(327건) 중 환불 불만 사례가 246건으로 전체의 75.2%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인천이 48.1%(157건)로 가장 많았고, 대전·세종·충청이 15.7%(51건), 강원 12.9%(42건), 부산·울산·경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마철 앞두고 적십자사 구호물품 준비…‘유비무환’ 장마철 앞두고 적십자사 구호물품 준비…‘유비무환’

  • 참전유공자들, ‘안보’의 중요성 강조 참전유공자들, ‘안보’의 중요성 강조

  • ‘피해 없도록’…침수대비 수방장비 점검 ‘피해 없도록’…침수대비 수방장비 점검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