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영 시니어 경찰'...꺾이지 않는 열정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세종시 '영 시니어 경찰'...꺾이지 않는 열정

[특별 기고] 김정환 세종시 자치경찰위 상임위원 겸 사무국장

  • 승인 2025-02-11 17:43
  • 수정 2025-02-12 17:56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2025020601000515300019951
아름지구대와 시니어 폴리스 모습. 사진=남부서 제공.
"세종시 '시니어 경찰(POLICE)' 발대와 함께 평생 '영 시니어'로 남겠습니다."

노기복력 지재천리(老驥伏력 志在千里)란 말이 있다. 나이 든 준마의 마음은 여전히 천리를 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열사모년 장심불이(烈士暮年 壯心不已)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청운의 뜻을 펼쳤던 그 열정이 나이 든 이후라도 변함이 없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맹덕이 50대에 오환 족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지은 시로 나이가 들어 일선에서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일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보여준 데서 유래가 있다.

제 나이 공부상으로 65세가 되는 2025년 2월 1일 오전 8시 59분. "김정환 님! 그동안 헌혈에 감사드리며, 이날부터 연령 초과로 헌혈 참여가 불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란 문자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로부터 받았다.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 제26조의 규정에 따라 자기만족을 위해 간간이 했던 헌혈에 제한 연령이 됐음을 체감했다. 더불어 고궁·능원·박물관·공원 등의 공공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받을 수 있는 바라지 않았던 1천만 명의 '경로우대' 대열에도 어쩔 수 없이 들어섰다. OECD와 우리 대법원에서 정한 생산 가능인구와 육체노동 인구에서 제외됨을 확인하는 속절없는 시간이자 서글픈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노인인구는 2024년 7월 10일 기준 65세 이상 1천만 명을 넘어 노령인구 비율 20%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2050년에는 인구의 40% 이상이 65세가 넘을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인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출생한 약 705만 명이 고령자고용법 제19조에 따라 법정 정년 연령인 60세로 은퇴했고, 이제 1964년에서 1974년 사이에 태어난 954만 명이 작년부터 시작해 2030년까지 모두 은퇴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1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0.33%, 2차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매년 0.38%의 경제성장률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노인회에서는 2024년 10월 21일 노인연령을 연간 1년씩 단계적으로 올려 현행 65세에서 75세로 상향시키는 안을 보건복지부에 공식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그 옛날 제 고향 세종시 전신인 연기군 시절, 가난한 가정에서 아들 나이 열대여섯 살이 되면 아버지는 그동안 눈여겨봤던 소나무를 베어와 잘 다듬어서 아들 등치에 딱 맞는 튼튼한 지게를 만들어 줬다. 평생 흙과 함께 살아가는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 주면서 이른바 '상일꾼'으로 만들기 시작한 셈이다.

이 아들은 삼십 대 까지 25년 여 년 간 죽어라 모심고, 밭 갈고, 지게질하면서 흙과 싸우는 힘든 농사일을 하다가 불혹의 나이 마흔이 되면, 허리 다리가 끊어져라 아픈 모심기나 밭 메기에서 열외돼 논두렁에 편안히 앉아 '못줄을 띄우는 대우'를 받게 된다.

그러다 지천명 오십 나이가 되면, 모든 농사일에서 벗어나 수염을 기르고 장죽을 물고 손자를 어르면서 소일하다가 60을 지나 환갑잔치 상을 받고 생을 마감하는 일반적인 농사꾼의 일생을 살았다.

하지만 이제는 세월이 흐르고 시절이 바뀌어 과학의 발달과 의학의 힘으로 100세 '상수'를 맞는 노인이 9천 명을 넘기고 있으며, 간간이 알려오는 부고장을 보면 돌아가신 분들이 거의 90을 넘어까지 사시는 것을 보게 된다.

나이에 관해 한 교수는 50∼65세까지를 예비 시니어, 66∼80세를 영 시니어, 81세부터 올드 시니어라고 하면서, 건강이 유지되는 한 삶을 마감할 때까지 손에서 일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발맞춰 세종에서는 세종시 자치경찰위원회와 세종경찰청 및 퇴직경찰관으로 구성된 경우회와 세종종합복지관 등 관계기관이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2월 3일부터 우선 10명의 퇴직 경찰관으로 구성된 '시니어 경찰(POLICE)'를 발대했다.

노인 한 명은 도서관 하나라고 한다. 이 '시니어 경찰(POLICE)'들은 30여 년 이상 경찰에 재직하면서 150여 종의 112신고는 물론이고 각종 고소·고발·진정 등 온갖 수많은 사건을 접하고 해결하면서 형법과 형사소송법 등 각종 법규를 해석하는데 최고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또한 각종 폭력사건 처리나 위험 현장 내 조치는 그 누구보다 신속, 정확하고 안전하게 처리하는 만능 해결사이기도 하다.

그리고 경찰의 업무 특성상 경청과 인내가 미덕으로 승화된 현장에서 수많은 부류의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주고받은 삶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경찰 업무상 끊임없이 제기되는 수많은 민원사항에 대해서도 필요에 의해 각자 계발할 수밖에 없는 개개인의 특화된 지혜로운 해결방법을 갖고 있다. 이를 활용해 어려운 민원을 슬기롭게 처리하는 등 경찰의 숭고한 목표인 시민의 안전과 편안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만큼, 사장시키기 정말 아까운 소중한 인적 자원이다.

즉 이들은 한명, 한명이 경찰의 바이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각종 범죄예방과 청소년 선도 활동 등 촘촘한 사회안전망의 한축을 담당하도록 한다면, 시민들은 더 안전한 시스템 안에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앞서 언급한 노기복력 지재천리, 열사모년 장심불이. 지난 정년 퇴직과 동시에 '시니어 POLICE' 에 합류한 후배님은 이렇게 말한다. "제 건강이 허락하는 한, 평생 시민의 안전을 위한 '영 시니어 POLICE '로 영원히 남겠다고". 이 땅의 시니어 경찰들에게 경의와 함께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드린다.

2024051501001012300042631
필자인 김정환 전 서장이 지난해 출간한 삶의 지혜를 담은 책 '목민경찰 39+'. 사진=자치경찰위 제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행복로 통큰세일·빛 축제’로 상권 활력과 연말 분위기 더해
  2. 서산 대산단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기존 전기료比 6~10%↓
  3. 세종시 반곡동 상권 기지개...상인회 공식 출범
  4. 셀트리온 산업단지계획 최종 승인… 충남도, 농생명·바이오산업 거점지로 도약
  5. 충남대 올해 114억 원 발전기금 모금…전국 거점국립大에서 '최다'
  1.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24강 위기득관(爲氣得官)
  2. 한남대 린튼글로벌스쿨, 교육부 ‘캠퍼스 아시아 3주기 사업’ 선정
  3. "천안·아산 K-POP 돔구장 건립 속도 낸다"… 충남도, 전문가 자문 회의 개최
  4. 심사평가원, 폐자원의 회수-재활용 실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
  5. 충남도, 도정 빛낸 우수시책 12건 선정

헤드라인 뉴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각종 비위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가운데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 중 충청 출신이 거론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현재 당 사무총장인 3선 조승래 의원(대전유성갑)으로 그가 원내사령탑에 오르면 여당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이 모두 충청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후임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를 다음 달 11일 실시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보선을 1월 11일 실시되는 최고위원 보궐선거 날짜와 맞추기로..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30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0대 직장인의 구..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서울 고척 돔구장 유형의 인프라가 세종시에도 들어설지 주목된다. 돔구장은 사계절 야구와 공연 등으로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문화체육시설로 통하고, 고척 돔구장은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였다. 돔구장 필요성은 이미 지난 2020년 전·후 시민사회에서 제기됐으나, 행복청과 세종시, 지역 정치권은 이 카드를 수용하지 못했다. 과거형 종합운동장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충청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에 고무된 나머지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서다. 결국 기존 종합운동장 구상안은 사업자 유찰로 무산된 채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행복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 세밑 한파 기승 세밑 한파 기승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