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12강 괄골요독(刮骨療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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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12강 괄골요독(刮骨療毒)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5-02-2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212강 刮骨療毒(괄골요독):(화타가 관우의 팔)뼈에 스며든 독(毒)을 긁어내어 치료하다

글 자 : 刮(깎을 괄) 骨(뼈 골) 療(병 고칠 료) 毒(독 독)

출 처 : 羅貫中(나관중)의 三國志演義(삼국지연의)

비 유 :



①화타(華陀)의 신(神)과 같은 의술과 관우(關羽)의 참을성의 강함을 비유,

②근본적인 치료나, 비장한 각오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다에 비유하기도 한다.

'괄골(刮骨)'은 '뼈를 긁어내다.'란 의미이며. '요독(療毒)'은 '독(毒)으로 인한 상처를 치료하다'라는 뜻이다.

이 이야기는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중 우리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주는 감동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기에 등장하는 화타(華陀)와 관우(關羽)는 실제로 있었던 인물들이며, 실제로 존재했던 상황(전투)인데 다만 치료부분의 이야기는 재미를 가미하기위해 소설의 형식을 띄었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정설이다.

필자가 어릴 적 삼국지 재미에 푹 빠졌을 때도 본 대목에 이르러서는 이런 거짓말 같은 이야기가 있는가? 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야기에 전개되는 화타(華陀)와 관우(關羽)의 매력에 빠져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기억이 또렷한 대목이기도 하다.

화타는 동한(東漢) 말기에 활동했다. 명의(名醫)로 이름이 높았지만, 자신은 선비라는 자의식(自意識)이 강했다. 그는 탁월한 치료 성과에도 자신을 드러내어 자랑하거나 표현하길 꺼렸고, 매사에 비교적 초연한 태도와 고결한 인품으로 임했다.

이 시대는 조조(曹操), 유비(劉備), 손권(孫權) 등 군웅(群雄)들이 자웅(雌雄)을 겨루며 내란(內亂)에 몰두한 난세인지라 화타는 모든 벼슬길을 사양하고, 출세를 적극적으로 피했다. 당시 전염병이 창궐하였기에 화타는 의학에 관심을 쏟으며 주로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거나 의학 서적을 저술하며 소일했다.

마지막에 화타는 조조의 만성적 편두통을 치료하게 되었고, 조조의 두통은 점점 더 심해졌다. 조조는 화타가 제시한 뇌 수술하기를 여전히 망설였고. 그냥 화타를 곁에 두고 주치의로 삼아 임시변통 치료를 반복하는 차선책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화타는 한사코 조조로부터 거리를 두고 싶어 했다. 따라서 화타는 부인의 병을 핑계로 휴가 신청을 반복했다. 이에 화가 폭발한 조조는 마침내 심복에게 따로 명령을 내린다.

"화타의 고향에 네가 가서 직접 확인하라. 만약 화타 부인이 진짜로 병을 앓고 있으면 그의 휴가 기간을 더 늘려주되, 거짓이라면 화타를 끌고 와서 감옥에 가두고 심문하라"는 내용의 특별지시였다.

결국 화타는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감옥에서 63세에 눈을 감았다. 한편, 조조는 말년에 헛것을 보기도 하는 등의 착란 증세를 보이다가 65세로 병사했다.

관우는 조조와 달라 화타의 방법에 응했고, 두 사람은 뜻이 맞아 치료에 성공했다.

관우가 전투 중에 날아온 독(毒)을 바른 쇠뇌를 오른팔에 맞았다. 그 통증이 엄청났으나 관우는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얼마 후 화타가 방문하여 관우의 다친 팔을 보고 수술을 권한다. 워낙 통증이 심한 수술이기 때문에 화타가 관우에게 말한다.

"조용한 곳에 큰 기둥을 세우고 고리를 기둥에 튼튼하게 박은 후 군후의 팔을 고리에 끼어 밧줄로 묶어 놓고 뾰족한 칼로 살을 벗겨냅니다. 그러한 후에 뼛속에 스며든 독을 긁어내야합니다. 그리고 약을 바르고 상처를 꿰매야만 합니다. 다만 군후께서 겁을 내시어 두려워하지 않으실지 의심스럽습니다."

이에 관우가 껄껄 웃으며 "팔쯤 긁어내는데 기둥과 고리는 필요 없소이다. 그냥 긁어냅시다. 술상을 차려와라." 그리고 마양에게 "두던 바둑을 계속 하자"고 하며 오른쪽 팔을 화타에게 맡긴다.

화타는 뾰족한 칼끝으로 관공의 팔을 찔렀다. 껍질을 벗기고 살을 헤친다. 독이 섞인 피가 폭포처럼 흐른다. 화타는 날카로운 칼끝으로 뼈를 박박 긁어낸다. 옆에 있는 장수들은 칼로 바드득 긁어내지는 소리에 소름이 쪽쪽 끼치며 얼굴을 가리며 외면한다.

그러나 정작 치료를 받는 관공은 태연했다. 화타는 칼로 뼈를 긁어 독한 기운을 말끔하게 뽑아낸 후에 약을 바르고 실로 꿰맸다.

"이제 다 되었습니다," 관우도 껄껄 웃으며 자리에 일어나 모든 장수들에게 말한다.

"화타선생이 참으로 용하군! 이제 팔은 전과같이 마음대로 굴신(屈伸)을 할 수 있고 조금도 아프지 아니한 걸! 하,하,하 천하의 명의를 만났단 말이야! 고마웠소, 선생! 선생은 참으로 신의(神醫)외다!" 화타가 놀라며 대답한다.

"제가 의원노릇을 한지 수십 년에 군후같이 정중(鄭重)하신 분은 처음 뵈었습니다. 군후께서는 실로 천신(天神)이십니다."

?관우는 이 수술 과정에서 극한의 고통을 참고 태연히 바둑을 둔다. 그가 보여준 이 의연한 태도가 삼국지 독자들에게 매우 깊은 인상을 남기곤 한다. 다만, 조조와의 일화는 실화이지만, 화타와 관우 사이의 이 일화는 나관중(羅貫中, 1330-1400)이 창작한 역사소설 속 한 장면에 불과하다. 인간이 이처럼 심한 고통을 참을 수 있겠는가?

역사 고증에 따르면, 이 무렵의 화타는 이미 조조에게 살해되어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영웅의 만남이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영웅(英雄)은 영웅을 알아본다.

그들에게서 인간의 강인함과 신뢰, 그리고 서로의 존경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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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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