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500마리' 대전 사설 보호소…철거 위기에도 수년째 대책 無

  • 사회/교육
  • 사건/사고

'유기견 500마리' 대전 사설 보호소…철거 위기에도 수년째 대책 無

시온쉼터 전날인 10일 지역구 국회의원에 1310명 탄원서명 제출
개발제한구역서 운영해 불법… 2018년부터 구청 철거·이전 명령
구청, 일부 견사 철거 후 축사 용도 변경 제안에 쉼터 "어렵다"

  • 승인 2025-03-11 17:49
  • 수정 2025-03-11 20:31
  • 신문게재 2025-03-12 4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50311115909
철거 위기에 놓인 대전 사설 보호소 '시온쉼터'에서 보호중인 유기견들. (사진=중도일보 DB)
대전 유성구의 한 사설 유기견보호소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지역에서 불법적으로 운영해 유기견 500마리가 또 다시 버려질 위기에 처했지만, 지자체와 사설 보호소 측이 수년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법적으로 개발제한구역에선 동물보호소를 운영할 수 없어 유성구청이 축사로서라도 용도 변경할 수 있도록 견사 시설 일부 철거를 요청했지만, 해당 보호소는 많은 유기견을 옮길만한 대체부지가 없다며 호소하고 있다.



11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사설 유기견 보호소인 대전 시온쉼터는 전날 오후 지역구 국회의원인 조승래 의원실을 찾아 시설이 합법화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폐쇄를 반대하는 1310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제출했다. 시온쉼터 측은 3월 6일부터 9일까지 탄원서명을 받았다.

시온쉼터는 2016년 개 농장에서 도살을 앞둔 22마리의 개를 구조하기 시작해 올해 기준 약 500마리의 유기견을 돌보고 있다. 해당 사설 보호소 부지는 쉼터 소장의 부친이 소유한 토지이지만 법적으로 개발제한구역이기 때문에 2018년부터 유성구청이 시설 철거·이전명령을 내린 상태다.



문제는 시온쉼터가 철거될 시 현재 지내고 있는 500마리의 거처다. 유기견들이 죽거나, 갈 곳 없는 상황에 처하지만 수년째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당초 단계적 철거를 요청했던 유성구청은 고심 끝에 2년 전 보호소 측에 대안을 제시했다. 축사로 운영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해 현재 사설 보호소가 있는 전체 세 필지 중 한 필지에 있는 일부 견사 시설이라도 철거하면 시설 용도를 축사로 허가 내 운영할 수 있게 한다는 제안이었다. 축사로 변경한다고 해도 기존 견사시설은 불법이기 때문에 우선은 철거하는 게 원칙이라는 것이 구청의 설명이다.

하지만, 시온쉼터 측은 일부 견사를 철거하는 것마저도 어렵다고 말한다. 한 필지 내 견사를 정리한다고 해도 유기견 500마리 중 340마리를 옮겨야 하는데, 이전 자금은 물론 유기견들의 임시적인 거처나 대체 부지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온쉼터는 올해 45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구청은 올해 안으로 철거하지 않을 시 내부 지침상 고발조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구청 내 개발제한구역 단속 담당 부서는 불법 시설인 만큼 철거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동물 정책 담당 부서는 동물 보호 관점에서 해당 사설 보호소가 합법적으로 운영이 가능한지 정부에 질의하는 등 법적 재검토를 할 방침이다.

유성구 동물정책팀 관계자는 "2023년부터 민간 동물보호시설 신고제가 단계적으로 도입이 됐기 때문에 시온쉼터가 그린벨트 내에 있어도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 농림축산식품부에 질의할 계획"이라며 "문제는 개발제한구역법이 까다로워 허용 가능한 시설만 용인해주는 만큼 농식품부에 건의해도 어려울 수도 있다. 안되더라도 유기견 보호를 위해 대전시와 협의해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온쉼터 소장은 "지역 주민들이 우리 쉼터에 개를 버리고 가는 일이 잦아 500마리까지 늘었고 대부분 대형견이라 입양도 잘 안 되는 실정"이라며 "현재 대전시 동물보호사업소 내 유기견 보호시설도 포화상태라 추가적인 수용이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이들을 지킬 수 없게 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 같아 3월 말까지 탄원서명을 더 받으려고 한다"라고 토로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중도초대석] 임정주 충남경찰청장 "상호존중과 배려의 리더십으로 작은 변화부터 이끌 것"
  2. "내년 대전 부동산 시장 지역 양극화 심화될 듯"
  3. [풍경소리] 토의를 통한 민주적 의사결정이 이루는 아름다운 사회
  4. 대전·세종·충남 11월 수출 두 자릿수 증가세… 국내수출 7000억불 달성 견인할까
  5. SM F&C 김윤선 대표, 초록우산 산타원정대 후원 참여
  1. 코레일, 철도노조 파업 대비 비상수송체계 돌입
  2. 대전 신세계, 누적 매출 1조원 돌파... 중부권 백화점 역사 새로 쓴다
  3. 대전 학교급식 공동구매 친환경 기준 후퇴 논란
  4. LH, 미분양 주택 매입 실적…대전·울산·강원 '0건'
  5. [특집] CES 2026 대전통합관 유레카파크 기술 전시 '대전 창업기업' 미리보기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18개 기업과 투자협약… 6개 시군에 공장 신·증설

충남도, 18개 기업과 투자협약… 6개 시군에 공장 신·증설

국내외 기업 투자 유치를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충남도가 이번엔 18개 기업으로부터 4355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끌어냈다. 김태흠 지사는 23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김석필 천안시장권한대행 등 6개 시군 단체장 또는 부단체장, 박윤수 제이디테크 대표이사 등 18개 기업 대표 등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18개 기업은 2030년까지 6개 시군 산업단지 등 28만 9360㎡의 부지에 총 4355억 원을 투자해 생산시설을 신증설하거나 이전한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기계부품 업체인 이화다이케스팅은 350억 원을 투자해 평택에서..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기획] 백마강 물길 위에 다시 피어난 공예의 시간, 부여 규암마을 이야기

백마강을 휘감아 도는 물길 위로 백제대교가 놓여 있다. 그 아래, 수북정과 자온대가 강변을 내려다본다. 자온대는 머리만 살짝 내민 바위 형상이 마치 엿보는 듯하다 하여 '규암(窺岩)'이라는 지명이 붙었다. 이 바위 아래 자리 잡은 규암나루는 조선 후기부터 전라도와 서울을 잇는 금강 수운의 중심지였다. 강경장, 홍산장, 은산장 등 인근 장터의 물자들이 규암 나루를 통해 서울까지 올라갔고, 나루터 주변에는 수많은 상점과 상인들이 오고 가는 번화가였다. 그러나 1968년 백제대교가 개통하며 마을의 운명이 바뀌었다. 생활권이 부여읍으로 바..

이춘희 전 세종시장, 2026년 지방선거 재도전 시사
이춘희 전 세종시장, 2026년 지방선거 재도전 시사

이춘희 전 세종시장이 23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2026년 지방선거 재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경 보람동 시청 2층 기자실을 방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입장을 공식화했다. 당 안팎에선 출마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고, 이 전 시장 스스로도 장고 끝에 결단을 내렸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 내 시장 경선 구도는 이 전 시장을 비롯한 '고준일 전 시의회의장 vs 김수현 더민주혁신회의 세종 대표 vs 조상호 전 경제부시장 vs 홍순식 충남대 국제학부 겸임부교수'까지 다각화되고 있다. 그는 이날 "출마 선..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크리스마스 분위기 고조시키는 대형 트리와 장식물

  •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6·25 전사자 발굴유해 11위 국립대전현충원에 영면

  •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동지 팥죽 새알 만들어요’

  • 신나는 스케이트 신나는 스케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