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세계의 행정수도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세계의 행정수도 사례에서 배우는 교훈

김효정 행복청 도시계획국장

  • 승인 2025-03-19 10:13
  • 신문게재 2025-03-20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행복청) 김효정 국장님 프로필 사진
김효정 행복청 도시계획국장
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은 로마의 낭만적인 도시 풍경이다. 하지만 고대 로마가 처음부터 아름다운 도시였던 것이 아니다. 초기 로마는 비위생적인 환경과 혼잡한 도로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대화재와 전염병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도시 계획을 점차 개선해 나갔다. 로마는 그리스 도시의 장점과 다른 정복 지역의 우수 시스템을 받아들이며 성장하였고, 세계적인 제국의 수도로 자리 잡았다. 이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교훈을 준다. 사람은 실수를 통해 배우고, 도시는 다른 도시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는다. 대한민국의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실질적 행정수도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계 주요 행정수도의 사례를 분석하고 그 교훈을 적용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행정수도들은 각자의 역사적·지리적 배경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조성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워싱턴 D.C.와 브라질의 브라질리아, 호주의 캔버라를 들 수 있다. 이 도시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건설됐지만, 모두 국가를 대표하는 행정기능이 도시와 잘 어우러지도록 조성되었다. 단순히 정부 기관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니라, 국가를 상징하며 국민들이 언제나 오고 가는 도시로 자리 잡은 것이다.

18세기 말 조성된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는 국가상징성과 국민 개방성이 조화를 이루는 대표적인 사례다. 주요 국가기관과 기념시설 및 문화예술시설이 내셔널 몰(National Mall) 주변에 배치되어 국민과 관광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도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사례는 행복도시에 조성될 국가상징구역과 맞닿아 있다. 대통령 제2집무실과 국회세종의사당이 들어설 국가상징구역은 단순한 행정기능의 집합체를 넘어, 국가를 상징하며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공간이 될 예정이다.

브라질은 1960년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해안가에 편중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내륙 중심부 브라질리아로 수도를 옮겼다. 철저한 도시 계획을 바탕으로 새롭게 건설된 브라질리아는 행정, 상업, 주거 구역이 체계적으로 구분된 현대적인 도시 구조를 갖추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기능 중심적으로 설계된 탓에, 시민들의 생활 편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사례는 행복도시가 단순한 행정 중심지를 넘어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행정기능뿐만 아니라 주거, 문화, 경제 기능이 균형을 이루는 자족도시로 성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행복도시는 주민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기업활동과 창업 촉진을 위해 세종테크밸리 등 성장거점도 조성 중이다. 또, 현재 운영 중인 어린이박물관을 필두로 5개 박물관이 모여 있는 국립박물관단지를 건립하며 문화·예술 기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호주의 수도 캔버라는 시드니와 멜버른 간 수도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조성된 도시다. 도시 계획 단계부터 자연환경을 적극 반영해 도심 곳곳에 호수와 공원을 배치했으며, 이를 통해 녹지 공간이 풍부한 도시로 자리 잡았다.

이 사례는 행복도시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도시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행복도시는 도시의 절반 이상을 녹지로 조성하고 있으며, 1인당 공원 면적이 서울의 12배에 이를 정도로 풍부하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23년과 2024년 2년 연속으로 '거주지 주변 자연환경 만족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으로 조사되었다. 앞으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도시환경을 구축하여 지속 가능한 도시 모델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행복도시는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국가 전체의 균형 있는 발전을 견인한다는 중차대한 소임을 맡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정부 기관을 이전하는 것만으로는 완전한 행정수도로 자리 잡을 수 없다.

행정수도 워싱턴 D.C.의 상징성과 개방성, 계획도시로서 브라질리아의 장단점, 캔버라의 친환경적 도시 설계 등 세계 주요 행정수도의 성공과 한계를 종합 분석하여 행복도시만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행복도시는 대한민국의 균형발전을 이끄는 성장 엔진이자,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행정수도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김효정 행복청 도시계획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산 지곡면에 '문화예술 새 거점' 들어선다, 내포-서산 창작예술촌 건립 속도
  2. 코스피 역대 최대 상승세... 하이닉스 상한가 마감
  3. 'KTX 세종선·CTX 연장' 충청권 합의로 새 국면
  4. 천안시, 원성커뮤니티센터 건축설계 최종보고회 개최
  5. 장기수 천안시장, 복지현장서 폭염 대비 안전점검
  1. 천안시, 민선 9기 출범 맞춰 안전·보건경영방침 개정
  2. 남서울대, 롯데마트 성정점서 탄소중립 조형물 전시회 성료
  3. 與 당권주자, 지역 현안 실종된 순회경선에 비판 고조
  4. 천안시청공무원노동조합, 이색 청렴 캠페인 전개
  5. 천안시, 'K-컬처박람회' 앞두고 선제적 방역소독 총력

헤드라인 뉴스


폭염보다 더 힘든 희망고문…대전 쪽방촌 개발사업 또 표류하나

폭염보다 더 힘든 희망고문…대전 쪽방촌 개발사업 또 표류하나

연일 체감온도 33도 이상 불볕더위에 대전에서 폭염특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정동 쪽방 주민들은 폭염보다 더 힘든 희망고문에 시달리고 있다. 주거 취약계층 지원과 역세권 정비를 위한 이곳 쪽방촌 공공개발 사업이 지난해 9월 2년 반 만에 기본조사가 재개돼 기대감을 모았으나 최근 완공 시점이 2032년으로 변경된 데다 여전히 토지건물주 이견에 벽을 넘지 못해서다. <중도일보 2025년 1월 14·20·21·23일 자, 7월 9·10일 자, 8월 6일 자 1면 보도 등>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 연말까지 기본조사를 마친..

서남부터미널 폐업 초읽기… 조속한 교통대책 마련 필요
서남부터미널 폐업 초읽기… 조속한 교통대책 마련 필요

대전 서남부터미널 운영업체의 '경영 악화'로 터미널 폐업이 사실상 불가피해지면서 지자체의 조속한 폐업 결정과 교통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최근 단 하나 남아있던 금남고속마저 '이용객 감소'를 이유로 유성복합터미널로 기점 변경을 신청, 충남도가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폐업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운송업계에선 폐업을 늦추는 것보단, 조속한 이동권 확보 방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2일 운송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금남고속은 충남도에 기점 변경을 신청했다. 금남고속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공사로 서남부터미널 진입..

금융당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겨냥 `긴급조치권` 카드 꺼냈다
금융당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겨냥 '긴급조치권' 카드 꺼냈다

금융당국이 증시를 뒤흔드는 주범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겨냥해 긴급조치권이라는 강도 높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기본예탁금 상향 등을 골자로 하는 보완책에 이어 발표된 추가 대책 일환으로, 글로벌 반도체 종목 쏠림 현상에 레버리지 상품까지 겹쳐 극도로 높아진 시장 변동성을 관리한다는 차원이다.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긴급한 상황에서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한다. 최근 홍콩의 가변 레버리지 배율 사례를 참조했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충청서 순회경선 시작

  •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 북적이는 계곡과 한산한 도심

  • 장종태 의원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선출 장종태 의원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선출

  • 과태료 부과 무시한 채 불법광고물 부착 과태료 부과 무시한 채 불법광고물 부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