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이상향 그린《무릉춘색도(武陵春色圖》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이상향 그린《무릉춘색도(武陵春色圖》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5-03-28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이상향은 저마다 생각하는 지고지선의 이상적이고 완전한 상상의 세계다. 추구하는 미래의 모습 또는 방향이다. 더러는 삶이 이상향에 지배받기도 하겠지만, 늘 떠올리거나 염두에 두고 생활하진 않는다. 사는 이유가 이상추구 아닌가? 그를 추구하는 것이 당연한데 말이다. 아마도, 세파에 시달리다 잊거나, 나태하고 게으른 탓이리라.

인생관 가치관도 이상향에 포함되리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꾸고 키워야 한다. 개인 뿐 아니라 시대정신 속에도 이상향이 있다. 함께 꿈꾸고 추구하는 이상이다.

이상향의 범주는 대단히 광범위하다. 실현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실현되면 현실이지 이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어의 이상향은 유토피아다.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모어의 저서 《국가의 최선 정체와 새로운 섬 유토피아에 관하여》에 등장하는 상상의 섬 이름이다. 그 안에 가장 완벽하고 평화로운 사회를 그린다. 독재, 화폐, 문의 자물쇠 등이 없다. 집은 모두 같고 10년 마다 이사한다. 시장은 모두 무료다. 동일한 시간 일하고 동일하게 먹는다. 일 한 다음 문화센터에 가서 자신에게 맞는 강좌를 듣는다. 뭔가 어색하고 어설프다. 플라톤이 구상한 아틀란티스, 이백(李栢)의 <산중답속인(山中答俗人)>에 등장하는 별유천지(別有天地) 등도 있다.

뿐인가, 종교에도 저마다 추구하는 이상세계가 있다. 에덴동산, 생명의 정원, 낙원, 천국, 극락, 황금기 인간사회, 신과의 결합, 쾌락의 동산 등을 제시한다.

유선경 저 《문득, 묻다 : 세 번째 이야기》마지막 장에 우리가 살고 싶어 하는 곳으로 제시되었던 사례를 소개해 놓았다. 첫째, 제너두. 원나라 초대황제 쿠빌라이 칸의 여름궁전 '상도'가 서양인에게 지상낙원으로 비춰져 붙여진 이름이다. 원이 명나라에 의해 멸망하면서 사라져, 실재 했으나 볼 수는 없다. 예술작품에만 남아있는 이상향이다.

둘째,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바벨탑. 노아의 후손들이 대홍수에 대비해 탑을 쌓으려 한다. 신이 다시는 대홍수를 내리지 않겠다고 했는데 불신한 것이다. 결국 신의 권위에 도전한 오만함으로 노여움을 샀다. 벌로서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해 끝 까지 쌓지 못한 탑이다. 인간은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다. 바벨탑은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고 말이 통해서 갈등이 없는 곳으로, 모두가 소통이 가능한 이상향의 세계다.

셋째, 이니스프리(자유의 섬). 아일랜드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시인 예이츠가 살고 싶어 한 섬이다. 책에 의하면, '길(Gill)'이란 호수는 길이 8킬로미터, 폭 2킬로미터 크기로 스무 개 가량의 무인도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니스프리'라 한다. 작은 오두막집에서 농사짓고, 찰랑대는 호수의 물소리 들으며 살고 싶다 한다.

넷째는 무릉도원이다. 중국 동진시대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에 등장한다. 복숭아꽃 피는 아름다운 마을에서 평화롭게, 본분에 따라 열심히 일함으로서 절로 기쁘고 즐거움이 따르는 세상이다. 평범하지만 이루기 힘든 소망이다.

무릉도원이 소재가 된 그림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안견(安堅)의 《몽유도원도》다. 오늘은 북산(北山) 김수철(金秀哲, 생몰미상, 19세기 중반 활동)의 《무릉춘색도(武陵春色圖, 1862년 작, 150.5cm × 45.6cm, 지본 담채, 간송미술관 소장)》를 들춰 보자.

그림
무릉춘색도(武陵春色圖)
김수철에 관한 자료는 매우 드물다. 박인석 · 유숙 · 유재소 · 이한철 · 전기 · 조중묵 · 허련 등 중인 화가들과 함께 회화 경연을 벌이고 김정희(金正喜)에게 평을 받은 내용, 전기의 중개로 그림 주문을 받고 매매도 하였다는 정도가 전한다.

대담한 생략과 간결한 필치, 맑고 투명한 채색이 돋보인다. 간략하게 묘사하였지만, 보아야 할 핵심은 다 보여준다. 그만큼 형상과 필선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했다는 반증이다. 그림에는 복숭아나무로 보이는 것이 없어 의문이다. 관지에 의하면 송료음생이란 사람이 보산학사를 위하여 김수철의 그림에 제하였다고 되어있어, 시각이 서로 다르지 않았나 미루어 짐작한다. 산수화 자체가 이상향을 그리는 것이기에 의미엔 큰 차이가 없다.

'복숭아나무 심은 곳마다 무릉도원의 봄이거늘(種桃隨處武陵春)

어찌 꼭 구름 속으로 들어가 나루터 묻는가(那必雲中去問津)

그때의 도원(桃源) 속 나그네 만나보니(相見當年源裏客)

본분이 응당 농사에 힘쓰는 사람이로세.(多應本分力田人)'

무릉 뿐 아니라 복숭아나무 있는 곳 어디나 낙원이라 노래한다. 이상 또한 본분에 충실한 것이라 읊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라미드그룹, 천안 골드힐카운티리조트 관광단지 내 국제수준 5성급 호텔 개발 본격화
  2. 세종 신라스테이까지 공매로…"깊어진 상권 침체의 늪"
  3. 대전 선도지구 선정 구역들, 향후 절차와 계획은?
  4. 대전 공공기관에 정보공개 청구해봤더니… 같은 질문에도 제각각 답변
  5. [WHY이슈현장] 기관명은 대전중수청, 첫발은 세종에서…수사 효율 쟁점
  1. [WHY이슈현장] 자치경찰제 시행과 엇갈린 개편, 지역 자율성은 축소 우려
  2. 세종 '행정수도법' 통과 힘 받는다… 국회의장까지 '합심'
  3. 중수청 수사인력 충원 윤곽나오나… 대전중수청 직급별 인원은 아직
  4. [WHY이슈현장] 검찰청 없는 시대…충청권 사법체계 변화는?
  5. 국민의힘 충남도당위원장에 정용선 단독 등록… 충청권 전열 재정비 '속도'

헤드라인 뉴스


"행정수도법 연내 제정" 세종시민사회 대책위가 이끈다

"행정수도법 연내 제정" 세종시민사회 대책위가 이끈다

"역사는 기회가 왔다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민이 움직일 때 역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2002년 신행정수도 건설이 국가적 의제가 됐던 것도 국민의 염원과 참여가 있었기 때문이며, 오늘의 세종시 역시 시민들의 헌신과 연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시 연대가 시작돼야 합니다." 29일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 비상연석회의'가 열린 세종시청 대회의실에서 황치환 범국민대책위원회 준비위원장은 이같이 선언했다. 이 선언을 시작으로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제정을 위한 시민들의 결집이 공식화됐다. 내달 출범..

교육열 높은 세종, 학업 중단율도 전국 최고… 왜?
교육열 높은 세종, 학업 중단율도 전국 최고… 왜?

세종시 고등학생의 학업 중단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에 버금가는 교육열과 학생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퇴생이 매년 늘면서, 세종의 교육환경과 지역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 따른 내신 5등급제 전환으로 '전략적 학업 중단' 현상이 확산하면서, 학업 중단율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9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세종시 고등학교 자퇴생은 332명으로, 전체..

박수현 충남지사, 김민석에 "공공기관 2차 이전·발전본사 유치" 전폭 지원 요청
박수현 충남지사, 김민석에 "공공기관 2차 이전·발전본사 유치" 전폭 지원 요청

박수현 충남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민석 후보를 만나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과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 등 충남 지역 현안을 전달하고 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박 지사는 29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민석 후보는 당대표 후보 중 유일하게 면담을 요청해 온 인물"이라며 김 후보와의 면담 사실을 밝히고, 2차 공공기관 이전과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의 충남 설치 필요성을 적극 설명했다고 전했다. 박 지사는 세종시 출범으로 인한 충남의 상대적 손실과 내포신도시의 정체 상황을 강조했다. 그는 "..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더위 조심하세요’ ‘더위 조심하세요’

  • ‘여름 휴가 떠납니다’ ‘여름 휴가 떠납니다’

  • 폭염에 달궈진 도로 식히는 살수차 폭염에 달궈진 도로 식히는 살수차

  •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시작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