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도검, 전통 도검의 세계적 예술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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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도검, 전통 도검의 세계적 예술로 도약

문희완 이사, 한국 전통 도검을 예술품으로 재현
고려도검, 300여 편의 사극에 도검 소품 납품
세종시 공장 이전 후 대량생산 체제 구축
한국 전통 도검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입증

  • 승인 2025-05-20 16:39
  • 신문게재 2025-05-21 9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문나부부
고러전통기술 문희완 이사(왼쪽) 나연희(오른쪽)대표가 도검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금상진 기자
"도검은 무기가 아니라 예술품입니다."

도검 연구가이자 고려전통기술의 문희완(64) 이사는 검에 대한 정의를 이렇게 내렸다.

육군 장교 출신인 문 이사는 전역 후 기념품으로 소장하고 있던 장식용 검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고 2001년 '고려도검'이라는 간판을 걸고 창업했다. 당시 국내에는 도검을 전문으로 제작·유통하는 회사가 거의 없었다.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도검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완제품을 들여오거나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방식이었다.

문희완이사
도검연구가 고려전통기술의 문희완 이사가 도검 제품을 살펴보며 점검 하고 있다. 금상진 기자
평소 검도를 수련하며 전통도검에 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던 문 이사에게 중국에서 만들어진 검은 매우 조잡했고 품질도 좋지 못했다. 고심 끝에 검을 직접 제작해보기로 하고 도검 제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검에 대해선 문외한이었죠. 검에 대한 지식이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찾아갔습니다. 역사와 유물을 연구하는 대학교수님들부터 연구원, 공방을 운영하는 장인까지 안 찾아 다닌 곳이 없었어요. 관련 서적이나 논문을 찾아 자료를 축적했고 일본과 중국에서 발행된 도검 서적을 구해 일일이 번역하면서 공부했습니다."

수년간 발품 팔아 도검을 연구하며 자신감을 얻은 문 이사는 2006년 20년 경력의 도검 장인을 영입해 도검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낡은 건물에 공방 수준에 불과한 작은 공장이었지만 직접 주물을 내고 단조하고 연마해 디자인하는 과정까지 모든 과정을 한 곳에서 가능하도록 했다. 드라마에 촬영용 도검을 납품하게 된 시기도 이때부터였다. 배용준이 주연했던 '태왕사신기'가 고려전통기술이 반영된 도검을 납품한 첫 드라마 진출 작품이었다.

당시 문 이사의 아내인 나연희(61) 대표가 제품 판매와 납품을 담당했는데 드라마 촬영지가 제주도라 완성된 도검 소품을 납품하는데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현행법상 도검류는 비행기에 실을 수 없다.

"촬영 현장에서는 하루빨리 소품을 보내달라고 하는데 소품이 위험물로 취급돼 기내 반입이 불가했죠. 일주일 넘게 청주공항과 경찰서를 오가며 동분서주한 끝에 겨우 납품 날짜를 맞췄습니다. 그때부터 조금씩 방송·영화계에 우리 제품이 알려지기 시작했어요."

고려도검 나연희 대표
고려도검의 도검 제품에 대해 설명하는 고려전통기술 나연희 대표. 금상진 기자
'태왕사신'기를 시작으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무신', '대풍수' 등 300여 편의 사극 영화와 드라마에 고려전통기술의 소품이 납품됐다. 주연 배우의 검부터 단역의 검까지 작은 문양 하나에도 검증 과정을 거치며 세심하게 제작했다. 촬영 후에는 배우들과 연출자들이 검을 소장하기 위해 눈치싸움 할 정도로 고려전통기술의 검은 인기가 좋았다.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장인 명량의 '충무공도' 케이블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도깨비의 '도깨비검', 구한말 시대극 미스터 션샤인의 '구동매의 검'이 모두 고려전통기술의 작품이다. 특히 도깨비검은 나 대표가 각별하게 애착을 보이는 소품이다.

"도깨비라는 드라마 타이틀과 대본 외 구체적인 디자인 도안도 없었어요. 고민을 거듭하다 한국 전통문양에 도깨비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고 그대로 검에 적용했습니다. 드라마에서 CG가 더해진 모습을 보니 한층 세련되고 아름답게 보였어요. 드라마 주제와 배역들과도 잘 어울려 매우 보람 있었습니다."

고려전통기술 도검 제작은 단순히 방송 소품 제작에 머물지 않았다. 문 이사는 아들 문준기 도공(39)을 일본으로 유학 보내 도검 제작 기술을 사사 받도록 했다. 일본의 전통도검 제작기술과 국내 금속가공기술을 조합해 맥이 끊어진 한국의 전통도검을 재현하기 위함이었다.

문준기
문희완 대표의 아들 문준기 고려전통기술 대표 도공이 도검 연마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동영상 캡처)
아들 문 도공에게 전통 도검을 전수한 스승은 일본에도 손꼽히는 도검 인간문화재 마츠바이치로 장인이다. 문 도공은 4년 간 마츠바 장인의 집에 머물며 도검 제작기술을 전수 받았다. 주변 도검 장인들이 조선인 출신 제자를 들인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마츠바 장인은 '백제에서 전해진 기술을 돌려주는 것뿐'이라는 말로 일축했다. 마츠바 장인은 지금도 종종 한국으로 건너와 문 이사 가족들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고러도검전시관
세종시에 위치한 고려전통기술 도검 전시관. 금상진 기자
고려전통기술은 2019년 대화동에 있던 공장을 세종시로 확대 이전했다. 기존 공장에서 운영했던 원스톱 생산설비를 그대로 적용했고 주물, 연마, 설계, 목공 등 분업화를 확대해 대량생산 체제를 갖췄다. 최근에는 3D 설계와 프린팅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여기에 공주대 금속공학과와 산학협약을 맺고 학생들에게 도검 제작기술을 전수할 수 있도록 진행할 예정이다.

고려전통기술은 전통검을 재현하면서 검에 들어가는 장식과 문양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 검을 무기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예술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문 이사의 생각이다.

"과거에는 검을 만드는 사람들을 '환쟁이'라 불렀습니다. 예술인들을 비하하며 부르는 말이었죠. 도검도 도자기나, 민속화, 의복처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봐야 합니다. 우리 조상들이 지혜와 손기술이 도검에도 담겨 있어요. 저는 이를 '도검미술'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만큼 문화를 대하는 시선도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순신검
드라마 도깨비 소품으로 사용된 도깨비검(왼쪽) 영화 명량의 이순신 장검(오른쪽)이 고려도검 전시관에 자리하고 있다.금상진 기자
고려전통기술을 찾는 고객을 보면 검을 수련하는 관장을 비롯해 무속인, 주한미군, 공무원 등 천차만별이다. 나 대표가 기억하는 고객 중에는 소위 '조폭'이라 불리는 험한 손님들도 있었다.

"하루는 건장한 체격을 가진 사람들이 매장을 찾아 왔어요. 당시 혼자 있던 여직원을 위협하는 행동이 보여 매장에 있던 칼을 뽑아서 진지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주먹은 당신들이 강한지 모르겠지만, 검은 내가 잘 다룬다. 지금 당장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니 두목으로 보이는 남자가 '누님'이라 부르며 사과하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아찔합니다."

조선환도와 사인검
고려도검이 복원한 조선환도(위)와 사인검(아래) 금상진 기자
문 이사는 검을 연구하는 일 외에도 진검으로 심신을 수련하는 검도 동호회 '검리연'을 이끌고 있다. 신성동 본사 지하에 연습장을 만들어 주중과 주말에 검도를 전수하고 있다.

"검을 구매한 고객들이 언제부터인가 망가진 검을 서비스받겠다고 매장을 방문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제품에 문제가 있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검을 제대로 다룰 줄 몰라서 파손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건 아니다 싶어 고객들에게 도검 사용법을 지도하면서 검도까지 가르치게 됐습니다."

검리연은 분기별로 단증 시험을 치러 검도 단증을 수여하고 있다. 3단까지는 대전 본사 수련장에서 자체 시험을 치르고, 4단부터는 일본에 있는 검도 문파에서 승급 시험을 치른다.

우씨왕후 검
드라마 '우씨왕후'에 사용된 왕후와 왕실의 검 금상진 기자
고려전통기술은 국내 방송소품 시장을 넘어 해외시장까지 엿보고 있다.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해외 도검시장에 한국의 전통 검을 소개해 한국 도검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고려전통기술이 만든 검은 품질도 우수하고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돈을 벌겠다는 마음보다. 한국의 검도 일본검에 못지않은 우수성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요. K드라마와 영화, K팝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사실을 도검을 통해 증명하고 싶습니다."

*본 기사와 관련된 한국의 전통 도검 영상은 유튜브 '중도일보' 채널과 'JD스낵' 채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글·사진=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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