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풍력발전 거리제한 조례 제정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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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풍력발전 거리제한 조례 제정 '딜레마'

학계, 주택지와 이격거리 1.5km 권장
발전허가 받은 지역 17개 업체
이 규정 따르면 공사계획인가 못 받아
국내 129개 지자체 조례 제정했으나
시의회, 조례안 심사 5개월째 '낮잠'

  • 승인 2025-05-27 17:15
  • 김규동 기자김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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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400m까지 날아가 주민들을 경악케 만든 풍력발전기 부러진 날개. 이 날개는 민가와 불과 200m 거리에 꽂혀 있다. 나머지 2개 날개는 행방이 묘연했다.


포항시 풍력발전시설 허가기준에 관한 조례 제정이 딜레마에 빠졌다.



주거지나 관광지, 축사 등으로부터 풍력발전시설까지 이격거리를 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논문에 따르면 풍력발전 소음에 장기간 노출된 주민들은 두통, 수면장애, 청력장애 등의 풍력터빈 증후군에 고통받을 가능성이 높아 가축 및 사육시설은 최소 1km, 주택지는 최소 1.5km 이격거리를 두도록 권장하고 있다.



조례를 제정한 경주시 등 대부분 국내 지자체들은 주택(5호 이상)으로부터 1.5km 안에 입지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별도 조례를 만들지 않은 영덕군 등도 주거지로부터 1.5km 안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자체 방침을 정해두고 있다.

포항시가 이들 지자체의 기준에 따른다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17개 사업자는 포항시로부터 개발행위허가 및 기타 인허가를 받을 수 없어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17곳 모두 주택지와의 이격거리가 1.5km 안에 있기 때문이다.

공사계획인가(착공)는 설비용량이 10MW 이상이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10MW 이하이면 해당 지자체로부터 받게 된다.

◇육상 16·해상 1곳 발전사업 허가 받아

포항지역에는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돼 가동 중인 곳은 남구 장기면 두원리 산 20번지의 경포풍력발전소(1기, 발전용량 1MW)와 북구 신광면 냉수리 도음산 63번지의 신광풍력발전소(6기, 발전용량 3.2MW) 뿐이다.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 17곳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2015년~2023년(2015년 3, 2016년 5, 2017년 1, 2018년 2, 2020년 1, 2021년 3, 2022년 1, 2023년 1곳) 사이 발전사업(274기 설비용량 987.5MW) 허가를 받았다. 육상 16곳, 해상 1곳(포항영일만해상풍력발전단지 12기)이다.

하지만 시가 업체로부터 풍력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내용의 개발행위 허가를 접수해 허가절차를 진행 중인 곳은 오천풍력발전단지 한 곳 뿐이다.

주민 수용성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특히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억대의 사업 추진비만 날리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로 사업비(1기 설치비 120억원) 마련도 만만치가 않다.

풍력발전사업자들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같은 법 시행령에 이격거리를 정해두지 않고 있으며 포항시도시계획조례에는 풍력발전시설 허가 기준과 관련, 조항이 없어 주민들이 반대하면 사업추진을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포항시도시계획조례에 풍력발전시설 허가기준을 두거나 포항시 풍력발전시설 허가기준에 관한 조례 제정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격거리를 정하기에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시민들은 "상위법(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58조, 같은 법 시행령 제56조 등)에 따라 조례를 정해야 한다"며 "그래야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난개발과 풍력발전사업의 장기 표류를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시의회, 풍력발전 허가기준 조례안 '제동'

김하영 의원 등 의원 12명의 발의로 포항시의회에 제출된 '포항시 풍력발전시설 허가기준에 관한 조례안'이 지난해 12월 시의회 건설도시위원회에서 유보된 뒤 5개월이 지나도록 낮잠을 자고 있다.

이 조례안 5조에 따르면 풍력발전시설은 △도로부터 1천m 이내 △주거밀집지역으로부터 2천m 이내 △정온시설(병원, 교육연구시설 등)로부터 2천m 이내 △관광지, 국가유산, 공공업무시설로부터 2천m 이내 △축사시설로부터 2천m 이내 안에 입지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오천읍 주민 50여명이 포항시청 앞 광장에 모여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되는 진전리는 상수도보호구역으로 개발사업을 할 수 없다"며 "풍력발전단지 조성으로 마을 발전을 앞당길 수 있도록 시의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곳에 풍력발전단지가 조성될 수 없도록 이격거리를 규정한 조례 제정을 반대한다"고 했다.

이와 달리 상당수 시민들은 "장기면 풍력발전기 날개가 부러져 400m까지 날아간 뒤부터 마음 놓고 산행을 할 수 없다"며 "이 산에도 '윙윙', 저 산에도 '윙윙'거리면 어떻게 등산이나 산나물을 채취할 수 있겠느냐. 마구잡이식으로 들어서는 풍력발전시설로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소음공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 "이격거리 1.5km는 주민들 생명선"

한 퇴직공무원은 "무분별한 풍력발전단지 조성은 환경 훼손에 따른 산사태 발생이 우려될 뿐 아니라 소음과 저주파로 인한 주민 건강이 우려된다"며 "이격거리 1.5km는 풍력발전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 권장거리로 절대 지켜져야 할 생명선이다"고 말했다.

죽장면 상옥리 주민들은 최근 한국동서발전·대명에너지·코오롱글로벌로 구성된 컨소시엄의 풍력발전단지 조성과 관련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주민설명회 자리에 건장한 남성 3~4명을 포함한 10여 명이 주민들의 동의 없이 설명회장에 들어와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주민들은 "용역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노려보며 위압감을 조성해 보복이 두려워 질문다운 질문을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마을 이장은 "개발위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회의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인정한 수 없다"고 했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김하영 포항시의원은 "탄소중립 달성 및 전력 보급원 다양화를 위해 신재생 에너지 산업의 성장에 따라 지역 실정에 맞는 풍력발전시설 허가 기준을 제정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체계적인 풍력발전사업을 관리하기 위해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 "육상 4년 내 공사계획인가 못 받으면 사업 취소"

관가 주변에서는 "포항시의회에서 해당 조례 제정을 미룬다면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지 말고 시민 대표기관답게 시민들과 향후 업체들이 상생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격거리 제한 조례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228개 중 129개에서 시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3년 발전사업 허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공사계획 인가기간'을 추가해 육상풍력 4년, 해상풍력 5년 내 공사계획인가(지자체 개발행위 허가 및 기타 인허가)를 받지 못하면 사업이 취소되도록 했다.

한편, 환경부 소속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2022년 6월 풍력발전기 저주파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배상을 신청한 사건에 대해 전남 영광지역 두 마을 주민 163명의 피해를 인정해 풍력발전 운영 주체에서 1억3천800만원을 배상토록 결정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korea80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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