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5일 '국악의날' 첫 시행…대전, 국악의 중심에 우뚝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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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국악의날' 첫 시행…대전, 국악의 중심에 우뚝 서다

'국악의 날' 첫 시행과 대전시립연정국악원 10주년 맞물려
대전에서 피어난 전통의 맥…국악 진흥의 두 축 국악원·방송국
‘여민락’의 정신을 오늘에… 제도화된 국악, 지역에서 길을 찾다

  • 승인 2025-05-29 16:53
  • 신문게재 2025-05-30 10면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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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녕(寧), 왕자의 길' 공연./사진=대전시립연정국악원 제공
국악은 오랜 세월 민초들의 삶과 호흡을 함께해온 우리 고유의 소리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국악은 때로는 전통의 틀에 갇히고, 때로는 대중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아련한 과거의 유산으로만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악의 날'의 제정은 한국음악의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국악의 날 제정과 국악의 현재를 고민하는 이 지면을 통해, 전통과 현대, 예술과 시민의 일상이 만나는 접점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2023년 대한민국 음악계에 한 줄기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바로 국악의 진흥과 보급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국악진흥법'의 시행과 더불어 국악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상징적 기념일 '국악의 날'이 제정된 것이다.

그 기준일로 정해진 6월 5일은 세종대왕 시기 악학궤범(樂學軌範)에 최초로 등장한 '여민락(與民樂)'. 백성과 더불어 음악을 즐긴다는 의미의 곡명이 기록된 날로 국악이 공동체 문화로서 시작되었음을 상징하는 날이다. 여민락은 왕실에서 연주되던 정악(正樂)으로, 그 선율 속에는 나라와 백성을 위로하고 하나로 아우르고자 했던 정신이 담겨 있다.

이처럼 국악의 날은 단순한 음악 기념일이 아니다. 공동체적 가치, 예술의 사회적 역할 그리고 전통의 현대적 계승이라는 여러 층위가 교차하는 문화적 기점이다. 국악이 지닌 본연의 정신, 즉 '백성과 함께 호흡하는 음악'으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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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녕(寧), 왕자의 길' 공연./사진=대전시립연정국악원 제공
이런 흐름 속에서 주목할 지역 거점이 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이하 국악원)은 지난 2014년 신청사 개관 이후, 국악 진흥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며 대전은 물론 충청권 전체의 국악 생태계를 이끌어왔다. 1979년 대전시민회관에서 출발한 국악 공연은 이제 국악원이라는 전문 기관을 통해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콘텐츠로 거듭났다.

10년 전, 대전시 서구 만년동에 둥지를 튼 신청사는 당시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국악 전용 복합 문화시설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와 시설을 자랑했다.

국악 공연을 위한 전용 극장인 '큰마당'과 '작은마당'은 음향과 조명이 국악 악기의 섬세한 소리결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국악 자료실, 유아실 등이 함께 마련되며 국악의 전승과 교육, 체험이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통합적 시스템이 갖춰졌다.

이러한 국악원은 단순히 공연을 열고 전통을 보존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감각을 담은 창작국악 개발에 앞장섰고, 국악을 단순한 청중의 예술이 아닌 시민과 함께 호흡하는 일상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지역 국악인과 시민이 함께 호흡하는 국악강습, 청소년 대상 국악강습, 방학 중 국악 체험 행사 등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는 데 집중해 왔다. 국악에 대한 거리감이 점차 좁아지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자긍심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평가다.

특히 연정국악단은 국악의 형식과 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다. 전통가무악은 물론이고, 창작음악과 퓨전국악 등 현대적 색채를 입힌 무대도 꾸준히 선보이며 다양한 세대의 호응을 얻었다. 또한 지역 예술인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대전의 문화 아이덴티티를 국악을 통해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이러한 노력이 쌓이면서 대전시립연정국악원은 전국 국공립 국악기관 가운데 손꼽히는 수준의 공연장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10년간 1500회 가량의 공연과 42만 명 이상의 누적 관객을 기록했다. 지역 국악인을 위한 무대 제공과 청년 예술인 육성에 있어서도 모범 사례로 꼽힌다.

대전이라는 도시는 전통적으로 국악과 인연이 깊다. 국악 관련 학과에서 배출한 인재들이 지역 국악계를 떠받치고 있으며, 대전국악방송은 이러한 전통을 전파하고 공유하는 또 다른 축으로 기능한다.

대전국악방송은 2017년 개국 이후, 대한민국 전통 및 창작 국악 보급 교육과 국악의 대중화를 위해 지역민과의 거리 좁히기에 주력해왔다.

충청권 유일의 국악 전문 방송으로서 지역 국악 행사 생중계는 물론이고 신진 예술인 발굴 프로젝트, 지역 국악인 인터뷰, 국악 교육 방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국악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대전국악방송과 연정국악원은 상호 협력 속에서 국악 콘텐츠 제작 및 아카이빙 사업, 공동기획 공연 등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방송과 공연이 손을 맞잡으면서, 지역 국악 생태계는 전승을 넘어서서 창작과 유통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수도권 중심의 문화예술 지원 체계에서 벗어나, 지방 분권형 문화 확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도 평가받고 있다.

대전시 역시 올해 국악의 날 제정을 계기로 국악 전승과 진흥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국악의 날이 제정되기까지 국악계 내부의 오랜 논의와 목소리들이 있었다. 일각에서는 '굳이 특정일을 정해야 하느냐'는 회의적 시선도 있었지만, 지속 가능한 예술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컸다.

실제로 국악원은 국악의 날 제정을 계기로 세대와 장르를 아우르는 다양한 국악 콘텐츠를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6월 한 달간 이어지는 공연과 행사는 '전통을 온전히 계승하되,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국악'이라는 국악원의 방향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또한 장애인 예술인들과의 협업 무대인 지역 청소년 대상 국악 교육 프로그램 등은 '여민락'의 정신을 오늘에 맞게 재해석한 실천으로 읽힌다.

이처럼 국악의 날은 전통예술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다.

이제 국악은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재를 관통하는 소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질 감각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첫 해, 그리고 국악원의 10돌이 겹친 2025년은 국악이 더 넓고 깊게 뻗어나갈 기회의 시기이기도 하다.

지역에 뿌리를 두고 세계로 뻗는 국악의 중심, 대전. 전통과 현대, 대중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이 복합적 공간에서 '국악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하나의 문화 운동으로 성장하고 있다. 대전시립연정국악원과 대전국악방송이 이어갈 내일의 국악에 기대가 쏠리는 이유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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