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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
2045년은 광복 100주년이다. 앞으로 20년 남았다. 필자는 지난 기고에서 오늘 선거로 출범하는 새 정부의 과제로 빼앗긴 문화유산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있는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수집품은 1965년 한일문화재협정 과정은 물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일본 정부에 반환을 요구했으나 단 1점도 환수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030점은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전 역사를 품고 있고 남한은 물론 북한의 유산까지 한반도 전체 역사를 대표하는 유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환수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노력은 미약하기 그지없다. 한일외교문서를 보면 한국 정부의 반환 요구에 일본 정부가 내세우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마무리됐다는 주장에 빈손 외교를 거듭하고 있다.
1945년이후 현재까지 환수한 약 1만2800점에 국보로 지정된 것은 북관대첩비 포함 단 6점이다. 그중, 정부의 외교 협상의 결과는 1965년 한일문화재협정으로 환수한 2점뿐이다. 반면 오구라 수집품 39점은 일본의 중요문화재, 미술품으로 지정됐다. 이외에도 일본 정부가 지정한 한국 문화재 143점은 물론 지방문화재까지 포함하면 상당수가 한국의 국보 유산이다. 따라서 환수를 목적으로 한다면 지방지정 문화재까지 전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2011년 5월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의궤가 돌아오고 12월 일본 왕실 도서관에 있던 조선왕조도서가 환수되면서 국회는 환수 관련 입법을 했다. 그 결과 2012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설립됐다. 국외 문화유산의 조사, 환수 등을 총괄하는 정부 조직이 처음으로 출범한 것이다. 일제의 피탈 상황으로 생각하면 너무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러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다. 조사권이나 중장기적인 협상 권한 등이 없는 속에서 국외 소재 현황과 반출 실태 등의 조사에 한정되니 오구라 수집품 같은 중장기적인 전략과 외교, 정치, 사회, 문화 등 총체적인 역량을 동원하여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는 추진할 수 없다. 일례로 '서산 부석사 불상'의 경우에도 국외재단의 설 자리는 없었다. 고려말 왜구 침탈과 약탈 사례, 대마도를 비롯한 서일본지역에서 소재 실태, 대마도 주민의 심리적 접근 등 '국보'로 평가받는 서산 부석사 불상을 '해결'하는데 있어 정부 내 주무 조직의 부재는 심각한 문제였다. 법적 논거를 앞세우는 검찰 그리고 외교적 입장을 앞세우는 한일관계 속에서 문화유산 회복이라는 본질적이고 발전적인 주장을 하는 정부 조직이 없었다는 점은 두고두고 비판적 평가를 받을 것이다.
문화유산회복 운동을 왜 하냐고 묻는다면 첫째 과거 빼앗긴 주권을 되찾는 일이고 둘째 역사를 올바로 전승하기 위함이고 무엇보다 미래세대가 누려야 할 권리가 손상되지 않기 위해서다. 문화유산은 이야기 덩어리로 문화 산업의 원천이다. 문화유산에는 시대와 문화, 사람과 이야기를 저장하고 있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후보 중에 문화 강국을 말하지 않은 이가 없다. 미래세대가 우리 세대처럼 우리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알지 못하면 언제든지 역사의 퇴행은 이뤄질 수 밖에 없다. 광복 100년인 2045년도 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반드시 되찾아야 할 문화유산의 목록을 정리하고 환수를 위해 정부 조직을 일신해야 한다. 지금처럼 변죽을 울리는 식으론 광복 100주년을 떳떳이 맞이할 수 없다.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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