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경우 ‘친명계’의 위력이 한층 강화돼 집권 초반부터 특검법을 비롯해 각종 개혁 과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고, 국힘은 대선 패배 책임론을 놓고 ‘친윤계’로 비판이 집중되면서 ‘비윤 또는 반윤계’의 반격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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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윤여준,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 관계자들이 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개표상황실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에서 이재명 후보가 51.7%로 앞서는 것으로 발표되자 환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여당으로 등극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친명계의 당권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여러 사법 리스크를 정면돌파하며 압도적으로 대선 후보로 만들었고, 선거 운동 과정에서도 숱한 공세를 막아내며 두 자릿수 이상의 격차를 이뤄냈다.
강력한 집권 여당의 힘을 바탕으로 ‘윤석열·김건희’를 겨냥한 특검법을 비롯해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으로 줄줄이 무산된 각종 개혁법안 입법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2·3 비상계엄과 내란을 주도한 핵심세력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 민간 등에서 관련된 인사나 단체들에 대한 발본색원 작업에도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박찬대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와 관련, "주권자 국민이 내란 정권에 대해 불호령 같은 심판을 내린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핵심 친명계로 분류된 문진석(충남 천안갑)·강훈식(충남 아산을)·황명선(충남 논산·계룡·금산) 의원과 조승래(대전 유성구갑)·박수현(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들이 당내에서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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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나경원 의원 등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공동취재 |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다가 '계엄 극복·내란 청산'을 내세운 민주당과의 명분 싸움에서 밀렸다. 윤 전 대통령이 부정 선거를 주제로 한 영화를 관람하는데도, 제대로 말 한마디 못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소수 야당이 된 국힘은 난국에 빠지게 됐다.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영남권을 지역적 기반 삼아 주류를 차지한 친윤계와 한동훈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한계 등의 당권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그동안 당권을 장악해온 친윤계는 대선 패배 책임론으로 당내 입지가 크게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기간 내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 만큼, 친윤계의 2선 후퇴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한동훈 전 대표를 필두로 한 비윤 또는 반윤계는 한층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비윤계 등은 12·3 비상계엄 이후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세력과 선을 그으며 대선 경선에서도 주목받았지만, 친윤계와 TK(대구·경북) 등과 소위 극우세력에 막혀 동력을 제대로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정통 보수 살리기’를 내세우며 선대위에서 주요 직책을 맡거나, 직책 없이 현장을 누비며 지지를 호소하는 등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입지를 넓혀왔다.
일각에서는 보수 진영의 재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3일 페이스북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해체되도록 방치하고 새롭게 다시 판을 짜야 했는데 기껏 살려놓으니 온갖 잡동사니들이 3년간 분탕질만 치다가 또다시 이 꼴이 됐다"며 "병든 숲은 건강한 나무만 이식하고 불태워야 한다. 계속 방치하면 그 산 전체가 병 든다"고 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서울=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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