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75-서구 향토음식 '방치찜'과 '해방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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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75-서구 향토음식 '방치찜'과 '해방찜'

김영복 식생활연구가

  • 승인 2025-06-09 16:19
  • 신문게재 2025-06-10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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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서구 장태산 메타쉐커이어. (사진= 김영복 연구가)
대한민국 교통의 중심지 대전은 사통팔달 어느 곳을 가던지 교통이 원활한 곳이다. 이번 '맛있는 여행'은 대전 서구로 떠나 본다.

명막산(明幕山:330m), 조중봉(333m), 안평산(安平山:470m) 등의 해발고도 50~100m의 완만한 구릉 같은 산들이 있어 크고 작은 산책하기 좋은 공원들이 많은 곳이다.



이번 여행은 근린공원을 제외한 자연공원 중 장태산 공원과 월평공원을 둘러보기로 한다. 대전 관광명소 12선 중에 하나인 장태산공원은 논산출신인 독림가(篤林家)인 송파(松坡) 임창봉(林昌鳳 1922~2002) 선생이 나무와 숲에 대한 열정을 쏟아 1971년부터 전 재산 300여억 원을 들여 23만여평의 장태산 휴양림을 조성해 민간이 최초로 자연휴양림으로 지정받아 조성·운영하다가, 2002년 2월 대전광역시에서 인수한 수 새롭게 리모델링하여 2006년 4월 25일부터 재개장하게 된 곳이다.

장태산 휴양림은 사철 아름답지만 여름에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 찾으면 자연의 품에서 휴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피톤치드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공원 입구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다리 밑 물빛조차 푸른 풍경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특히 길게 쭉쭉 뻗은 메타스퀘어 나무가 보고만 있어도 편안한 휴식과 힐링을 준다.



이곳 메타스퀘어 숲길 중간중간 평상이 놓여 있어 쉬엄쉬엄 피톤치드를 느끼며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이 곳의 메타스퀘어 숲길은 140,000평방미터나 되어 하늘을 향해 기둥처럼 뻗어 마치 초록빛 터널을 걷는 느낌을 준다.

오늘따라 솔솔 불어오는 미풍이 마치 부드러운 손길로 볼을 쓰다듬는 듯하며 산새들이 음악과 어우러져 몸이 가벼워지며 영혼을 맑게 해 준다. 전망대에 오르면 산과 숲을 한눈에 조망할수 있을 뿐만아니라 대전 시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특히 일출과 일몰에 이곳 전망대에 오르면 아름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어 사진사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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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애 한우 바보곰탕. (사진= 김영복 연구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장태산 휴양림과 가까운 서구의 맛집을 미리 알아 놓은 곳이 있다. '만년애한우바보곰탕 이 집의 시그니쳐 메뉴는 단연 '방치찜'과 '해방찜'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우 꼬리반골로 곰탕을 끓이며, 대전에서 유일하게 한우암소로만 '바보곰탕'과 '방치찜'을 메뉴로 내놓아 전국에 유명해져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집이다.

그런데 '방치찜'은 생소한 메뉴는 아니다. 서울 남대문에 노포 '은호식당'에서도 '방치찜'을 맛 본 적이 있다.

1932년에 김은임 할머니가 남대문부근에서 좌판을 펴고 시작해 지금까지 4대를 이어온 은호 식당이 충청도와 어떤 인연을 갖고'방치찜'을 하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치란 소의 엉덩이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충청도 방언이다.

방치는 다른 말로 꼬리가 시작되려는 엄치 부분을 말한다. 방치찜은 굵다란 등뼈가 가늘어지는 곳의 뼈에 살이 두툼하게 붙은 한 토막으로 살코기는 갈비살과 거의 같다. 고기의 결이 죽죽 찢어지는 갈색고기가 매우 부드럽다.

고기 주변의 젤라틴이 굳은 것도 제법 맛이 있다. 바보곰탕집의 방치찜은 반골과 한우암소꼬리를 졸여 나오는데 이 역시 대전에서 유일하게 취급하는 곳이다.

특히 대전의 대표적인 향토요리로 자리 메김하고 있는 방치찜은 소의 엉덩이뼈에 붙어있는 부드러운 고기를 통째로 찐 것이다. 꼬리토막은 7-8cm 두께로 크게 토막 내 주는데 고기 맛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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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찜. (사진=김영복 연구가)
우선 방치찜은 자그만치 소 반마리 분량으로 푸짐하다. 방치찜의 뼈에 붙은 살에서 7가지 맛이 나온다고 한다.

곁에 붙은 지방과 근막은 고소한 맛과 쫀득한 식감이 부드러우면서 진한 맛을 준다. 군데군데 물렁뼈와 붉은색의 두꺼운 부분인 힘살(belly)과, 그 힘살과 뼈를 연결하는 힘줄로 이루어져 있는 스지(筋, すじ)가 붙어있어 이것을 발라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기도 퍽퍽함이 느껴지지 않고 부드럽다.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은 가게 안 여기저기서 사람 얼굴만한 큰 뼈를 손에 들고 뜯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충청도 대표 보양식답게 한우 엉덩이뼈를 10시간 이상을 끓여 갈비탕같이 맑게 육수를 빼고, 충청도에서 나고 자란 금산 인삼, 연산 대추, 청양 고추, 공주 밤, 서산 마늘을 듬뿍 올렸으니 향토의 맛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한우암소전문점 '만년애한우'를 운영하면서 바보곰탕집도 같이 운영하는 이 집은 기존 곰탕집들의 사골곰탕과 다르게 한우 꼬리반골을 3시간 정도 끓여 갈비탕 같이 맑게 육수를 빼서 2차 조리를통해 단맛과 매콤한 맛을 가미한 곰탕이다.

한우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뜻에서 '바보곰탕'이라 이름이 붙었지만 맑은 곰탕을 먹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기름을 걷어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정성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맛이다.

바보곰탕을 '방치탕'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특히 국물에 고추를 넣어 고기국물 특유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충청도 말로 얇은 맛이 난다. 적지 않은 뚝배기에 살이 붙은 큼지막한 꼬리뼈가 푸짐하게 나오며, 여기에 금산 인삼, 연산 대추, 청양 고추, 공주 밤. 서산 마늘 등 충청권 대표 특산물인 로컬푸드를 적정비율로 조리한 보양식으로 더욱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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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찜.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 집 '해방찜'을 보지 않고는 해방된 날 먹었던 찜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그럴듯 하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가 않다. 방치찜에 해물 등이 들어 간 음식일 뿐이다.

식생활문화를 연구하는 필자는 이집의 '해방찜'을 보고 기발한 응용요리 능력에 찬사를 보내게 됐다.

'방치찜'과 '해물찜'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여기에서 오는 풍부한 영양과 맛 그 절정에 '해방찜'이 있다.

방치찜에 살아 있는 싱싱한 전복, 대하, 돌문어 가리비 등 다양한 해물이 대파, 마늘 등의 향과 어우러져 육즙이 표면에서 고기를 익히는 이중의 현상 속에서 진한 육수가 우러나 천연의 감칠맛을 자아낸다.

해방찜과 비슷한 요리가 없지는 않았다.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나오는 육개장 만드는 법에 소고기의 여러 부위와 함께 전복, 해삼을 넣는다. 고기는 다지고 그 외 부분은 골패처럼 네모지게 썰어 넣는다. 식사로도 할 수 있지만 건육에 겨자를 쓰면 술안주로도 좋다고 첨언한다.

1800년대 말엽에 해방찜과 비슷한 육개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일두백미(一頭百味) 소 한 마리에 백 가지의 맛이 난다고 한다.

점심을 먹고 바로 서울로 올라간다는 것은 대전을 찾은 나로서는 무척 아까운 시간이다. 그래서 소화도 시킬 겸 또 다른 여행지로 향해 본다.

대전 서구에 와서 대전과학기술대학교에 있는 카리용 (carillon)을 안 보고 갈 수는 없다. 이곳의 카리옹은 이제 대전의 명소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카리용으로 인정받아 2004년에 기네스 북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혜천타워 12층에 무게만 50여 톤이 되는 청동종이 78개가 된다고 한다. '천상의 음악''탑의 음악'이라 불리는 이곳의 카리용 음악은 반경 3km까지 은은하게울려 퍼진다고 한다.

시간이 맞지 않아 그 음악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만약 다음에 연주 시간을 알아보고 방문하면 그 천상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겠다.

자 그러면 남은 시간을 유익하게 쓰고 힐링을 위해 대전의 허파라고 불리는 월평공원으로 향한다.

월평공원은 총 면적은 399만㎡에 달하는 대전의 허파인 생태공원으로 도솔체육관, 내원사를비롯 수려한 자연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다양한 산책 코스가 있다.

이곳은 대전에서 걷고 싶은 길 12곳 중에 하나로 서구에 흑석노루벌길, 월평공원습지길이 있다. 이곳은 월평공원과 갑천이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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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찜. (사진= 김영복 연구가)
월평공원습지길에서 도솔산 숲길에 들어서면 도솔산(兜率山 207m) 자락의 도솔생태숲은 부담 없이 누구나 산책할 수 있는 숲으로 대전 시민의 안식처가 되어준다. 특히 갑천 우안에 자리 잡은 수변길과 계곡부의 완만한 숲길은 매력적인 산책길로 사랑받고 있으며 이곳을 걷다 보면 한국불교태고종(韓國佛敎太古宗) 소속의 내원사(內院寺)라 하는 고즈녁한 사찰에 다다르게 된다.

이곳 내원사(內院寺)에는 대웅전과 비로자나불을 봉안한 대적광전(大寂光殿)이 주위의 아름다운 풍광과 어우러져 있으며, 가까운 곳에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목을 축일 수 있는 약수터가 있다.

내원사 창건 연대에 대한 문헌상 기록은 없다. 다만 조선시대 도솔암으로 존재했다가 소실된 이력이 있다고 한다.

그후 1928년 연덕화 보살이 절을 지었고, 1965년 법전(法傳)스님이 중건하였다고 한다. 현재 가람(伽藍)은 1997년에 조성한 대웅전을 비록해 대적광전 요사채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절 입구에 있는 1996년에 조성한 부도가 있는데, 이 부도에 쓰인 내용 '비구니홍근지탑(比丘尼弘根之塔)'으로 보아 비구니 홍근(弘根)스님의 승탑으로 확인된다. 내원사 요사 뒤쪽에 조성되어 있는 등산로를 따라 약 600m를 오르게 되면 도솔산 정상이다.

도솔산 정상에는 백제시대 석축으로 쌓은 소규모 보루(堡壘, fortress)가 남아 있다. 보루는 인근 월평산성과 연계하여 삼국시대 방어 체계를 살필 수 있는 유적으로 백제의 산성 및 군사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형태를 이해할 수 있는 사료로서 대전의 산성 연구에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이곳 도솔산 지역은 한국전쟁 당시 대전지구 방어전투의 주요한 작전이 이뤄진 장소로, 지역을 사수하기 위해 전투에 참여한 수많은 미군이 피를 흘린 곳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당시 대전지역방어작전의 일환으로 1950년 7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가수원 다리를 중심으로 도솔산 일원에서 펼쳐진 가수원가도 전투를 도솔산 전투라고 말한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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