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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택 대표 |
'대접받는 노인에서 봉사하는 어른이 되자'는 슬로건으로 금산군 노인회를 이끌고 있는 양희성 회장이 솔선수범하여 7년째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쾌척하면서 앞장서자 지역의 어른들이 기꺼이 동참해서 모은 거금이다.
금산군과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는 이 귀한 기부금을 어떻게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할까를 논의했다. 장학금과 어려운 가정을 도와주는 많은 사업을 이미 여러 가지 진행하고 있었기에 새롭고 뜻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머리를 맞대고 생각한 끝에 '난임 부부'를 위한 치료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다. 규정상 의료보험에서 지원하기 어려운 부분을 채워주는 용도로 사용하기로 했고, 이 사업이 공동모금회 차원에서도 새롭고 의미 있는 용처라는 것에 의견이 일치했다.
양희성 회장은 '금산군 2025년 예산 중 노인과 관련된 예산이 79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노인들에 대한 배려가 큰데, 우리가 나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받기만 해서 되겠는가?' 하는 논리로 금산의 노인회 회원들에게 기부를 독려했다고 했다.
실제로 금산군 올해 예산이 8600여억 원에 달하는데, 노인과 관련된 예산은 그중 8~9%에 이른다. 노인 기초연금이 가장 커서 570억 원, 노인 일자리 예산이 88억 원이고, 그 밖에 요양시설 지원, 경로당 지원 독거노인에 대한 맞춤 돌봄 서비스 등에 사용되는 등의 총비용을 합친 금액이다.
그렇지만 받는 것에만 익숙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에 '정부와 지자체가 노인 복지에 이렇게 신경을 써주니 우리도 뭔가 세상에 도움 될 일을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다. 거기에 어르신들이 인구 소멸이 걱정되는 농촌 지역에 살면서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출산율이 높아지는 방법에 대해 함께 걱정해 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금산군에 등록된 난임부부는 해마다 2~30쌍 정도 있는데, 이들을 위해 금산군 보건소와 의료보험 공단의 지원은 2022년에 41건, 2023년 52건, 2024년 85건, 2025년에는 현재까지 36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젊은이들도 많지만 아기를 갖고 싶으나 임신이 쉽지 않은 젊은 부부도 많다. 40여 년 전, 내가 의과대학 학생 시절에는 '35세 이상의 산모는 위험군'이었다. 임신과 출산에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과 함께 조산과 잘못된 아기의 출산 가능성이 많으니 '조심하라'고 배웠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35세 되어서야 결혼하는 부부가 많을 정도로 만혼(晩婚)과 고령 산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배려와 지원은 인구 감소 대책 차원에서라도 더 강화되어야 마땅하다.
농촌 마을 금산은 초고령 사회가 눈앞에 다가온 인구 소멸 지역 중 한 곳이다. 수많은 주민이 이 문제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 주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실정에 지역의 노인들이 걱정해 주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 준다는 것이 고맙다. 공동모금회에서도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감동 사례라는 데 이견이 없다. 금산군은 이런 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힘입어 충청남도 내에서 공동모금회 인구 1인당 기부 실적이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어느 지역에나 같은 마음을 가진 어른들도 많겠지만 이것을 직접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먼저 주머니를 털고 모범을 보이며 앞장서는 한 사람의 리더가 독려하자 이루어진 미담(美談)이다. 이런 리더와 뜻을 같이하는 금산의 어르신들은 '대접받는 노인'이 아니라 '봉사하는 어른'임이 틀림없다.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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