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대접받는 노인’과 ‘봉사하는 어른’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 ‘대접받는 노인’과 ‘봉사하는 어른’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5-06-10 17:30
  • 신문게재 2025-06-11 18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clip20250610110145
김호택 대표
지난 연말에 금산군 노인회는 충남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에 8000만 원이 넘는 기금을 기부하면서 인구 소멸지역 금산에 '아기 울음소리 들리게 하는데 도움 되는 곳으로 써달라'는 당부의 지정 기탁을 했다. 해마다 5~6000만 원씩 기부해 오다가 이번에는 기부액이 훌쩍 커버렸다.

'대접받는 노인에서 봉사하는 어른이 되자'는 슬로건으로 금산군 노인회를 이끌고 있는 양희성 회장이 솔선수범하여 7년째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쾌척하면서 앞장서자 지역의 어른들이 기꺼이 동참해서 모은 거금이다.

금산군과 사회복지 공동모금회는 이 귀한 기부금을 어떻게 의미 있는 일에 사용할까를 논의했다. 장학금과 어려운 가정을 도와주는 많은 사업을 이미 여러 가지 진행하고 있었기에 새롭고 뜻 있는 사업을 하고 싶었다.

머리를 맞대고 생각한 끝에 '난임 부부'를 위한 치료 지원에 사용하기로 했다. 규정상 의료보험에서 지원하기 어려운 부분을 채워주는 용도로 사용하기로 했고, 이 사업이 공동모금회 차원에서도 새롭고 의미 있는 용처라는 것에 의견이 일치했다.



양희성 회장은 '금산군 2025년 예산 중 노인과 관련된 예산이 79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노인들에 대한 배려가 큰데, 우리가 나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받기만 해서 되겠는가?' 하는 논리로 금산의 노인회 회원들에게 기부를 독려했다고 했다.

실제로 금산군 올해 예산이 8600여억 원에 달하는데, 노인과 관련된 예산은 그중 8~9%에 이른다. 노인 기초연금이 가장 커서 570억 원, 노인 일자리 예산이 88억 원이고, 그 밖에 요양시설 지원, 경로당 지원 독거노인에 대한 맞춤 돌봄 서비스 등에 사용되는 등의 총비용을 합친 금액이다.

그렇지만 받는 것에만 익숙한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에 '정부와 지자체가 노인 복지에 이렇게 신경을 써주니 우리도 뭔가 세상에 도움 될 일을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다. 거기에 어르신들이 인구 소멸이 걱정되는 농촌 지역에 살면서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출산율이 높아지는 방법에 대해 함께 걱정해 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금산군에 등록된 난임부부는 해마다 2~30쌍 정도 있는데, 이들을 위해 금산군 보건소와 의료보험 공단의 지원은 2022년에 41건, 2023년 52건, 2024년 85건, 2025년에는 현재까지 36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젊은이들도 많지만 아기를 갖고 싶으나 임신이 쉽지 않은 젊은 부부도 많다. 40여 년 전, 내가 의과대학 학생 시절에는 '35세 이상의 산모는 위험군'이었다. 임신과 출산에 어려움이 커질 가능성과 함께 조산과 잘못된 아기의 출산 가능성이 많으니 '조심하라'고 배웠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35세 되어서야 결혼하는 부부가 많을 정도로 만혼(晩婚)과 고령 산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배려와 지원은 인구 감소 대책 차원에서라도 더 강화되어야 마땅하다.

농촌 마을 금산은 초고령 사회가 눈앞에 다가온 인구 소멸 지역 중 한 곳이다. 수많은 주민이 이 문제에 대해 걱정하고 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 주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실정에 지역의 노인들이 걱정해 주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 준다는 것이 고맙다. 공동모금회에서도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감동 사례라는 데 이견이 없다. 금산군은 이런 분들의 따뜻한 마음에 힘입어 충청남도 내에서 공동모금회 인구 1인당 기부 실적이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어느 지역에나 같은 마음을 가진 어른들도 많겠지만 이것을 직접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먼저 주머니를 털고 모범을 보이며 앞장서는 한 사람의 리더가 독려하자 이루어진 미담(美談)이다. 이런 리더와 뜻을 같이하는 금산의 어르신들은 '대접받는 노인'이 아니라 '봉사하는 어른'임이 틀림없다.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사설] 최교진 교육장관의 '교권 보호' 언급
  2. [월요논단] 교통약자의 편리한 이동을 위한 공공교통
  3. 지질자원연 창립 77주년, 새 슬로건 'NEO KIGAM 지구를 위한 혁신'
  4. [사설] K-스틸법으로 철강산업 살려내야 한다
  5. 특구재단 16~17일 '대덕특구 딥테크 창업·투자주간'
  1. 대전권 4년제 수시 경쟁률 상승… 한밭대·우송대 선전
  2. [홍석환의 3분 경영] 무능한 리더가 조직에 미치는 영향
  3. 폭우에 도로 잠기고 나무 쓰러져…당진서 알레르기 환자 긴급 이송
  4. 조선 조운선 '마도4호선' 첫 발굴 10년만에 선체인양…나무못과 볏짚 활용 첫 확인
  5. 9월 무더위 계속…16일 충남 서해안 강우

헤드라인 뉴스


역대 정부 `금강 세종보` 입장 오락가락… 찬반 논쟁 키웠다

역대 정부 '금강 세종보' 입장 오락가락… 찬반 논쟁 키웠다

이재명 새 정부가 금강 세종보 '철거 vs 유지' 사이에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면서, 찬반 양측 모두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미래 방향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 정부부터 반복되는 악순환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행복도시 내 '금강 친수보' 건립으로 추진했으나, 문재인 정부에선 주민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철거'란 상호 배치된 흐름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보'와 태생이 다르나 같은 성격으로 분류되면서다. 지방정부 역시 중립적이고 실용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환경부가 밀어부치기식 정책 추진을 할..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규제도 피하고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급증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건설 승인을 받지 않고 주택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는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전국적으로 8만7876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한 주택법을 피하면서 주민 복리시설이나 소방시설 등 엄격한 규제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 데다, 정부의 주택통계 작성과정에서도 빠져 부실한 관리를 초래해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이 국토교통부로 받은 ‘주택신축판매업을 영위하는 개인·법인 가동사업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적으로 모두 8만7876개의 주택신축판매업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택신..

정부, 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 최대 900억 투입 과일 등 할인
정부, 추석 성수품 역대 최대 규모 공급... 최대 900억 투입 과일 등 할인

정부가 추석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 2000톤을 공급한다. 최대 900억원을 투입해 과일·한우 등 선물 세트를 최대 50% 할인하며, 전국에 2700여 곳의 직거래장터를 개설한다. 정부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의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농·축·수산물의 가격·수급 안정을 위해 공급을 확대한다. 공급 물량은 농산물 5만톤, 축산물 10만 8000톤, 수산물 1만 4000톤 등 17만 2000톤으로, 평시의 1.6배 규모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새마을문고 사랑의 책 나눔…‘나눔의 의미 배워요’

  •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추석맞이 자동차 무상점검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초등3~4학년부 FS오산 우승

  •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 제16회 대전시 동구청장배 전국풋살대회 여성부 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