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6월을 보내며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6월을 보내며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 회장

  • 승인 2025-06-24 17:25
  • 신문게재 2025-06-25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백향기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 회장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하지만 달력을 보며 '6월이 다 지나갔구나' 하다가 '어! 올해의 반이 지나갔네? 하면서 스스로 깜짝 놀랐다. 시간이 빠르다고들 흔히 이야기하지만, 올해는 유난히 빠르게 지나 간 것 같다. 내 기억 속에서는 1월이 그리 멀지 않은 엊그제인데 벌써 6개월이 흘러 일 년의 중간 지점을 지나가고 있으니 놀랐던 것이다.

올해 1월은 특별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기억이 확연해서 엊그제 일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평생 그림을 그리고 일상처럼 전시회를 열어 왔지만 2인전은 처음 해본 것이다. 더구나 다른 분야를 전공한 남편과 공동 전시회를 해서 기억이 선연하게 남았던 것 같다. 우리 둘은 전공 분야가 다르지만 공통의 주제로서 '집-두 개의 시선'이라는 주제로 건축과 회화의 두 가지 작업들을 하나의 장소에 모아 전시를 한 것은 나름 의미있는 시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집이라는 동일한 대상을 건축에서 보는 시각과 생각들, 그리고 내가 회화 작업을 통하여 이야기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내용이 때로는 서로 공감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재미와 유익이 함께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러한 특별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새해가 시작되면서 갖는 여러 가지 계획이나 구상, 각오나 다짐 같은 것들을 생각할 겨를없이 새해를 맞은 것이다.



정신없이 다가온 새해이어서 그 이후의 시간들도 정신없이 지나 버린 것인지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놀랄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난 것은 사실이다. 사실 시간이 빠르게 지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느낌이다. 시간은 우리의 느낌이나 기억과 상관없이 제 갈 길을 똑같은 속도로 지나가고 있을 뿐이지만 각자가 느끼는 시간, 또는 상황에 따라 인식되는 시간의 흐름이 다를 뿐인데 실제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떤 때에는 실제로 물리적인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릴 적에는 시간이 왜 이렇게 더디 가는지 늘 그게 불만이었다. 특히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공부하는 중간 중간 나도 빨리 커서 어른이 되면 이 지긋지긋한 시험공부 안 해도 될테니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종종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고 나서 주변에서 듣는 말 중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는지 몰라'라든가 '이러다가 금방 노인이 되어 버리고 말 것 같아' 하는 등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푸념하는 이면에는 나는 빨리 늙고 싶지 않다 라든가 조금 더 젊고 활발한 시절이 오래 지속되면 좋겠다는 기대와 욕구가 숨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는 것은 그 시간이 지루하거나 괴롭지 않았다는 뜻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즐겁고 유쾌한 시간은 빨리 지나가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거나 유쾌한 모임이 있는 자리에서는 '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는지 몰랐어' 라든가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네' 등의 이야기를 흔히 하게 된다. 즐거운 시간은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빨리 지나가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내 뜻과 상관없이 지루하거나 괴로운 일을 감당해야 할 상황이면 그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흐르고 더디 간다고 느끼게 되지 않는가? 그런데 그것이 지난 다음에 회상의 단계로 가면 재미있고 즐거운 유쾌한 시간은 당시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지만, 나중에 돌이켜 생각하면 오래 기억이 지속되고 할 이야기가 많은 유의미한 사건으로 남게 된다. 반대로 지루하고 괴로웠던 시간은 나중에 회상해 보면 별로 할 이야기가 없고, 기억에 남아 있는게 별로 없으며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잊혀지고 마는 무의미한 일들, 순간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나이 들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흔히 이야기하고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나는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고 느끼는 것은 내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매 순간을 그리 나쁘지 않게 지내고 있다는 증거이니까 만족하고 감사하게 생각할 일이다. 기억할 일이 많고 유쾌한 일이 많은 시간을 보내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빠르게 시간이 지나가지만 그것은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는 아쉬움보다는 오히려 내 기억 속에 두고 두고 할 이야기가 가득한 기억을 가져다 주는 축복이 아닌가? /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 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충남 통합논의"…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2.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3. '물리적 충돌·노노갈등까지' 대전교육청 공무직 파업 장기화… 교육감 책임론
  4. 대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열려
  5.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1. 대전충남 행정통합 발걸음이 빨라진다
  2. 이대통령의 우주청 분리구조 언급에 대전 연구중심 역할 커질까
  3. 대전 동구, '어린이 눈썰매장'… 24일 본격 개장
  4. [기고] 한화이글스 불꽃쇼와 무기산업의 도시 대전
  5. 대전연구원 신임 원장에 최진혁 충남대 명예교수

헤드라인 뉴스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10·15부동산 대책 2개월째 지방은 여전히 침체… "지방 위한 정책 마련 필요" 목소리

정부 10·15 정책이 발표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지방을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 3단계가 내년 상반기까지 유예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 매매가격 변동률(12월 8일 기준)을 보면, 수도권은 2.91% 오른 반면, 지방은 1.21% 하락했다. 서울의 경우 8.06%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반면, 대전은 2.15% 하락했다. 가장 하락세가 큰 곳은 대구(-3...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대·국현 대전관… 대형 문화시설 '엇갈린 진척도'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내란특검, 윤석열·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 충청 대거 기소

12·3 비상계엄 사태에 적극 가담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충청 출신 인사들이 대거 법원의 심판을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한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은 180일간의 활동을 종료하면서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정진석·박종준·김성훈·문상호·노상원 등 충청 인사 기소=6월 18일 출범한 특검팀은 그동안 모두 249건의 사건을 접수해 215건을 처분하고 남은 34건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넘겼다. 우선 윤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대전의 밤은 낮보다 화려하다’

  • ‘헌혈이 필요해’ ‘헌혈이 필요해’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