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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폐회한 세종시의회 전경. 사진=시의회 제공.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은 아니나 2022년 6월 이후 내년 지방선거까지 4년 내내 소모적 갑론을박을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 도입 이견'과 '이응패스 실효성 문제', '금강 세종보 존폐',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 타당성'부터 최근의 '빛축제'와 '어진동 데이터센터 유치', '행정수도 추진 주체', '해수부 이전 논란' 등에 이르기까지 건건이 대립 양상이다.
결국 세종시가 어떤 식으로든 협치나 상생의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면서, 모든 피해는 시민사회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해양수산부 이전 논란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사회적 합의 전제) 물음표 ▲미이전 중앙행정기관 및 대통령 등의 직속 위원회 이전 물음표 ▲KTX 세종역 수면 아래로 ▲대평동 종합운동장과 세종~포천 고속도로 지연 ▲애매모호한 상태로 남은 금강 세종보와 중앙공원 2단계 ▲다시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유턴하는 기업들 증가 ▲상가 공실 과다 및 백화점 부지 활성화 부재 ▲자영업자의 무덤이 되고 있는 경제 현실 ▲지난 4년 간 주택 공급 사실상 전무 ▲대기업 유치 0건 등 함께 힘을 모아도 모자랄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과 무소속 김종민 국회의원, 최민호 세종시장, 민주당 및 국힘 지역 또는 당협 위원장 간 협치 무드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그렇다. 오로지 내년 지방선거 재공천과 승리에만 매몰된 나머지 '마이웨이'식 정치 풍토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어느 한 진영, 누구 한 사람의 탓으로도 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혼탁한 정치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편가르기도 만연해 있다.
어느 정당과 정치 인사, 공직자들에게 진정성이 있는지 파악하기 조차 힘들다. 6월 23일 폐회한 시의회 정례회 과정에서도 과거의 모습은 재현됐다.
빛 축제 예산 4억 원은 공모 형식(지역 선정)으로 전환을 꾀했으나 전액 삭감됐고, 이 과정에서 삭감 예산의 재배치를 두고 볼썽사나운 대립각도 커졌다.
어진동 데이터센터의 환경(방사능 등) 피해 우려를 놓고, 이순열 시의원과 최민호 시장 간 설전이 벌어졌으나 마무리는 시장에 대한 입틀막으로 개운찮은 뒷맛을 남겼다.
최 시장은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일련의 상황을 놓고 "지긋지긋하다"란 표현까지 쓰며, 민주당의 진영 정치를 강력하게 성토했다. "여대야소 국면에서 언제까지 벙어리 냉가슴 앓듯 감내하고 양보 협치를 거듭해야 하는가"란 의문부호도 달았다.
공직사회는 이 같은 대립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밤낮으로 줄서기 보고를 이어가야 하는 비효율에 직면했고, 감정 대립마저도 고스란히 지켜봐야 하는 '감정 노동자'의 삶을 강요받고 있다.
한 공직자는 "동료들이 (제가) 최민호 시 정부의 핵심 현안 부서에서 근무했으니 차기(2026년) 시 정부가 바뀌면 긴장해야 할 것이란 조언을 해왔다"라며 "사심 없이 주어진 일을 했을 뿐인데, 누구 편이란 프레임을 쓰면 허탈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 의원들은 수천 명의 집행부와 상대하는 과정에서 '정보 누락과 자료 비공개 및 지연 제출',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부재' 등 일방 행정의 문제 인식을 드러내며 항변해왔다. 1대 다수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사실을 호도하거나 의원들을 뒷담화하며 또 다른 정치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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