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공의 돈, 민간의 벽 뒤로 사라지다

  • 전국
  • 부산/영남

[기자수첩]공공의 돈, 민간의 벽 뒤로 사라지다

500억 도비는 흘렀는데 아는 사람은 없다?

  • 승인 2025-06-26 07:50
  • 김정식 기자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
김정식 기자<사진=김정식 기자>
경남FC에 흘러간 500억 원 도비를 추적하다 벽에 부딪혔다.

경남도는 "총괄표 외에는 자료가 없다"고 했고, 경남FC는 "민간 주식회사라 정보공개 의무가 없다"며 문을 닫았다.

공공의 돈이 들어가는 순간, 그 돈은 누구의 것도 아닌 채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기자는 감독 선임비용, 선수 연봉, 스카우팅 출장비 등 구체적 집행 내역을 요청했다.



돌아온 답변은 한결같았다.

"보유하지 않음", "FC에서 처리하는 사안", "민간 기업이라 공개 불가".

도는 돈만 주고 손을 뗐고, FC는 돈을 받고 입을 다물었다.

그 사이 500억 원은 기록도 감시도 없이 증발했다.

더 기가 막힌 건 이런 구조가 완전히 합법이라는 점이다.

경남도 지분 100% 자회사이지만 법적으론 민간 주식회사다.

정보공개법의 사각지대에 교묘하게 자리 잡은 셈이다.

공공기관도 아니고 민간기업도 아닌, 애매한 경계선 위에서 책임은 증발한다.

누군가는 이런 구조를 의도적으로 설계했을 것이다.

돈은 공공에서 나오지만 감시는 피할 수 있는, 완벽한 블랙박스 말이다.

법이 허용한 불투명성 앞에서 도민의 알 권리는 한낱 구호에 불과하다.

가장 답답한 건 이 모든 게 내년에도 반복될 거라는 점이다.

예산은 또 편성되고, 집행되고, 사라질 것이다.

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답하지 않은 채로.

공공의 돈이 민간의 벽 뒤로 사라지는 순간을 지켜볼 뿐이다.

그리고 그 벽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견고해진다.
경남=김정식 기자 hanul30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1기 신도시 재건축 '판 깔렸지만'…못 웃는 지방 노후계획도시
  2.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두고 김태흠 지사-김선태 의원 '공방'
  3. 대통령실 인사수석에 천안 출신 조성주 한국법령정보원장
  4. 밀알복지관 가족힐링캠프 '함께라서 행보캠'
  5. K-water 안전기동점검반 임명식...‘안전을 심다’
  1. 축산업의 미래, 가축분뇨 문제 해결에 달렸다
  2. 교정시설에서 동료 수형자 폭행 '실형'…기절시켜 깨우는 행위 반복
  3. '빈집 강제철거 0건' 충남도, 법 개정에 빈집정비 속도 오를까
  4. 대전행복나눔무지개푸드마켓 1호점 공식 카카오톡 채널 개설
  5. [촘촘하고 행복한 충남형 늘봄교육] 학생에게 성장을, 학부모에겐 신뢰를… 저학년 맞춤형 늘봄

헤드라인 뉴스


교수들도 지역대 떠난다… 이공·자연계열 이탈 심화

교수들도 지역대 떠난다… 이공·자연계열 이탈 심화

최근 5년간 충청권 국립대학에서 타 대학·기관 등으로 이직한 교수 절반 이상이 이공·자연계열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해외로 떠나는 수도권 대학교수들이 늘면서 비수도권 대학교수들이 수도권으로 향하는 연쇄 이탈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에서 지역별 국가 첨단산업 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우수교원들이 지역을 떠나는 것이다. 9일 국회 교육위 서지영 의원실이 최근 발표한 '전국 국립대 교수 이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21년~2025년 5월) 충남대·충북대 등 전국 지방거점국립대 9곳에서 이직한 교수는 3..

공중화장실에 남긴 흔적… 청소 관리자에겐 하루의 전쟁
공중화장실에 남긴 흔적… 청소 관리자에겐 하루의 전쟁

대전의 한 전통시장 공중화장실. 문을 열자 바닥에 흩어진 휴지 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몇몇 변기 칸은 이물질로 막혀 사용할 수 없었고, 비누통은 텅 비어 있었다. 휴지통이 없으니 누군가는 사용한 휴지를 변기 뒤편에 숨겨두고 갔다. 무심코 남긴 흔적은 청소 노동자에게는 전쟁 같은 하루를, 다른 이용자에게는 불쾌한 경험을 남긴다. 사회 전반의 시민의식 수준이 높아졌다는 평가와 달리, 공중화장실만큼은 여전히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나는 공간이었다. 9일 중도일보는 대전의 한 전통시장과 천변 공중화장실을 관리하는 청소 관리자를 현장에서..

보완수사 존폐 기로… 검찰청 폐지안에 대전지검 긴장
보완수사 존폐 기로… 검찰청 폐지안에 대전지검 긴장

정부가 검찰청을 해체하고 기소·수사권을 분리하는 조직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보완수사권 존폐 논란이 재점화됐다. '검수완박'이라 불린 2021년 형사소송법 개정 때 검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평검사들이 전국회의 소집을 요구했던 대전지검은, 지금은 겉으론 평온하지만 내부에선 일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최근 발표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검찰청을 해체하고 기소 권한을 법무부 산하의 공소청으로, 수사 기능을 행정안전부 산하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분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검사가 보안수사를 실행할 수 있느냐는 이번 개정안 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올바른 손씻기로 식중독 예방해요’ ‘올바른 손씻기로 식중독 예방해요’

  • 전통시장 화재안전 집중조사 전통시장 화재안전 집중조사

  • ‘한국의 情을 고향에 전하세요’ ‘한국의 情을 고향에 전하세요’

  • K-water 안전기동점검반 임명식...‘안전을 심다’ K-water 안전기동점검반 임명식...‘안전을 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