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 219편 채미가(采薇歌)

  • 오피니언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 219편 채미가(采薇歌)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5-08-2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219편 采薇歌(채미가) : 고사리를 캐면서 부르는 노래

글 자 : 采(캘 채/ 캐다) 薇(고비 미/ 고사리) 歌(노래 가)

출 전 : 司馬遷(사마천)의 史記(사기) 백이열전(伯夷列傳)

비 유 : 절의지사(節義之士)의 노래를 이르는 말이다.



인간의 존재는 자신의 욕심보다 남을 위한 삶이 더 위대하고, 가치가 있다.

위의 절의지사(節義志士)는 사람으로 신념(信念)을 굽히지 않는 꿋꿋한 태도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道理)의 뜻을 실천한 훌륭한 사람을 뜻한다.

삽팔사략(十八史略)에 "가빈즉사양처(家貧則思良妻) 국난즉사현상(國難則思賢相)" 곧 집이 가난하매 좋은 아내를 생각하게 되고, 나라가 어지러움에 어진 재상을 생각하게 된다.

세상(世上) 사람들은 모두 이득(利得)을 다투었으나 오직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만은 의(義)를 지켰다. 그들은 왕(王) 됨을 사양(辭讓)하고, 굶주려 죽으니 모두 칭송(稱頌) 했다.

채미가(采薇歌)는 중국 주(周)나라 초 주나라의 곡식을 먹지 않겠다며 수양산(首陽山)에 은거했던 백이(伯夷)와 숙제(叔齊) 형제가 죽을 지경에 이르러 불렀다는 노래다.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는 고죽국(孤竹國) 군주의 두 아들인데, 아버지는 아우인 숙제(叔齊)에게 후사를 잇게 하고 싶었으나 아버지가 죽자, 숙제는 왕위를 형 백이(伯夷)에게 양보하였다. 그러자 백이는 "너에게 왕위를 물려준 것은 아버지의 명(命)이다." 말하고는 달아나 버렸고, 숙제 또한 왕위에 오르는 것이 달갑지 않아 달아났다.

고죽국(孤竹國) 사람들은 할 수 없이 중간 아들(백이의 동생이며 숙제의 형.)을 군주로 세웠다. 이때 백이와 숙제는 서백(西伯/서쪽 지방 큰 나라의 왕) 창(昌/주 왕조를 건설한 무왕의 아버지 문왕의 이름)이 노인 봉양(奉養)을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에게 가서 몸을 맡기려고 하였다. 그런데 그들이 주(周)나라에 이르렀을 때 서백 창은 이미 죽어 없었고, 그의 아들 무왕은 나무로 만든 아버지의 신주(神主)를 수레에 싣고서 그의 시호(諡號/ 제왕이나 재상 등이 죽은 뒤에 그 공적을 칭송하여 추증하던 이름, 이순신을 충무공) 를 문왕(文王)이라 하고는 동쪽으로 가 은(殷)나라 왕인 주(紂/ 당시 중국의 천자) 임금을 정벌하려고 하였다. 이에 백이와 숙제는 무왕(武王)의 말고삐를 잡아당기면서 간언하였다. (叩馬而諫)

"아버지(무왕이 아버지 문왕)가 돌아가셨는데 장례도 치르지 않고 이처럼 전쟁 일으키는 것을 효(孝)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또 신하(臣下)로서 군주(君主)를 정벌(征伐)하여 죽이는 것을 인(仁) 이라 할 수 있습니까?" 라고 간언(諫言) 하였다.

이때 곁에 있던 무왕의 신하들이 백이. 숙제를 죽이려고 하자 태공(太公/강태공 그 당시 무왕의 책사)이 말했다.

"이들은 의(義)로운 사람들이다."

그러고는 그들(백이와 숙제)을 도와주어 그 죽음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그 이후 무왕(武王)이 백성들에게 포학(暴虐)한 정치를 일삼아 백성들을 도탄에 빠지게 한 은(殷)나라를 평정(平定)하자 천하는 주(周)나라를 종주국(宗主國/ 천자국)으로 삼았다. 백이와 숙제는 이를 수치스럽게 여겨서 의(義)롭게 주(周)나라 곡식을 먹지 않고 수양산(首陽山)에 숨어 고사리를 뜯어 먹으며 살았다. 그들이 굶주려서 죽을 지경에 이르자 노래를 지었는데, 그 가사의 제목을 "采薇歌(채미가)"라고 한다.

"登彼西山兮(등피서산혜)采其薇矣(채기미의)/ (나는) 저 서산에 올라 고사리를 캐노라.

以暴易暴兮(이폭역폭혜)不知其非矣(부지기비의)/ (무왕은) 폭력으로 폭력을 바꾸었건만 그 잘못을 알지 못하는구나.

神農虞夏忽焉沒兮(신농우하홀언몰혜)我安適歸矣(아안적귀의)/ 신농씨(전설 속의 제왕으로 백성에게 농사짓는 법을 가르쳤다고 함)와 순(舜)임금, 하(夏)나라가 홀연히 사라졌으니 내 어디로 돌아가야 하나.

于嗟?兮(우차조혜)命之衰矣(명지쇠의)/ 아! 가리라 목숨도 이미 쇠약해졌네"

마침내 백이와 숙제 형제는 수양산(首陽山)에서 굶어 죽었다. 위 시(詩)에 나타난 것으로 백이와 숙제는 아무리 가혹한 정치로 백성들을 도탄(塗炭)에 빠트린 포학(暴虐)한 군주라 하더라도 신하(臣下)가 임금을 정벌(征伐)하고 처단(處斷)한 것은 도리(道理)상의 잘못으로 정의(正義)롭지 못하다는 것을 노래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정의(正義)로움만 추구하다 군주가 백성을 도탄에 빠뜨리고 권력자 제멋대로 해도 괜찮은 건가? 이를 과연 위대한 정치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가!

인류 최대의 스승이신 공자(孔子)는 정치의 물음에 그 조건을 다음과 같이 답한다.

足食(족식), 足兵(족병), 民信之矣(민신지의) 백성들 먹는 것이 충분하고, 군대가 강하고, 지도자가 백성들에게 신뢰받는 것이다.

요즈음의 용어로 국가는 경제력이 충분하고, 국방이 튼튼하고, 국민과 지도자가 서로 신뢰하여 국민 모두 하나로 단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는 그중에서 국민들과 정치지도자와의 신뢰와 단결이 경제력과 국방력보다 우선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렇다. 우리의 역사에서도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때 우리는 가난했고 국방력도 약(弱)했지만 국민들이 한 몸이 되어 결국 임진왜란을 종결시켰고, 독립운동과 국민 저항으로 광복(光復)을 맞지 않았는가!

지금의 보복성 정치로서는 나라를 다시 일으킬 수 없고 분열(分裂)만 가중될 뿐이다. 정권 야욕과 상대방 말살 정책으로는 온전한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없다.

우리 모두 다시 깨어나서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야 한다.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장상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부산시 낙동강 가을꽃 향연… 3개 생태공원 이색적 풍경
  2. 10월 9일 '한글' 완전정복의 날...'세종시'로 오라
  3. 전국캠핑족들, 대전의 매력에 빠져든다
  4. 24일 대전시 국감... 내년 지선 '전초전' 촉각
  5. '한글날 경축식', 행정수도 세종시서 개최 안되나
  1. '포스트 추석' 충청 정가… 본격 지선 체제 돌입
  2. 대전·세종, 박물관·미술관 전국 꼴찌…'문화의 변방' 전락
  3. 충남 중학교 교사 극단적 선택… 교원단체 "순직 인정 필요"
  4. 대전 중구, 석교동 도시재생대학 8기 끝으로 성공적 마무리
  5. 충청 與野 추석민심 대충돌…"경제정책 효과" vs "정권불신 팽배"

헤드라인 뉴스


정년 보장에도 중견교사 그만둔다…충청권 국·공립초 명예퇴직자 증가

정년 보장에도 중견교사 그만둔다…충청권 국·공립초 명예퇴직자 증가

최근 충청권 국·공립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 정년을 채우지 않고 중간에 그만둔 교사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단을 지탱할 '허리' 연차에서 명예 퇴직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열악한 처우 개선 등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동구갑)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충청권 4개 시도 국·공립 초등학교 명예 퇴직자는 2020년 161명, 2021년 172명, 2022년 205명, 2023년 265명, 2024년 288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같은..

충청 與野 추석민심 대충돌…"경제정책 효과" vs "정권불신 팽배"
충청 與野 추석민심 대충돌…"경제정책 효과" vs "정권불신 팽배"

충청 여야는 유난히 길었던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바닥 민심을 전하면서 뜨겁게 격돌했다.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소비쿠폰 효과 등 이재명 정부의 경제 부양 노력을 부각했고 국민의힘은 대통령 예능 출연 등을 지렛대로 정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지고 있다고 맞섰다. 충청 여야가 극과 극의 민심을 전한 것은 다음 주 국정감사 돌입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대격전지 금강벨트에서 기선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인 박정현 의원(대전대덕)은 "재래시장을 돌면 여전히 지역화폐와 민생회복 쿠폰이 도움이 됐다는 이야..

대전 30년 이상 노후주택 비율 `전국 3위`
대전 30년 이상 노후주택 비율 '전국 3위'

대전의 30년 이상된 노후주택 비율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이 국회입법조사처에 전국 노후주택관리에 관한 입법조사를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전체주택 1987만 2674호 중 30년 이상이 지난 노후주택의 수는 557만 4280호로 조사됐다. 전국 노후주택 평균 비율은 28.0%다. 충청권에서는 대전과 충북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대전의 노후주택 비율은 36.5%(전체주택 52만 3823호 중 19만 1351호)로 전남(4..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579돌 한글날…대전서 울려퍼진 ‘사랑해요, 한글’ 579돌 한글날…대전서 울려퍼진 ‘사랑해요, 한글’

  • 긴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긴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 한산한 귀경길 한산한 귀경길

  • 옛 사진으로 보는 추억의 `풍요기원 전통놀이` 옛 사진으로 보는 추억의 '풍요기원 전통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