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특수학교대란 긴급진단] 갈 곳 없는 아이들, 2029년만 기다리는 대전교육청

  • 사회/교육

[대전 특수학교대란 긴급진단] 갈 곳 없는 아이들, 2029년만 기다리는 대전교육청

上 갈 수 없는 학교, 교육 불평등 현주소
中 선언에 그친 특수교육, 문제 원인은
下 특수교육 정상화를 위한 목소리들

  • 승인 2025-09-02 18:16
  • 수정 2025-09-02 18:23
  • 신문게재 2025-09-03 1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clip20250902180949
제6차 대전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에 담긴 대전특수교육 추진방향.
학령인구 감소 속 특수교육 대상자는 늘고 있다. 대전의 유·초·중·고 특수교육 대상자는 2025년 4월 기준 총 3604명. 이 아이들은 지역에 6개뿐인 특수학교와 일반학교 특수학급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장애 정도나 학생의 성향에 따라 학교를 선택하지만 제대로 된 선택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특수학교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지역 특수학교 중 하나인 대전가원학교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과밀학교다. 이미 포화상태인 학교는 늘어난 특수교육 대상 아동을 수용할 수 없게 됐다. 특수교육 울타리에서 밀려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더 이상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중도일보는 대전 특수학교의 현실과 원인을 살펴보고 특수교육 정상화를 위한 목소리를 전달한다. <편집자 주>

#. 대전 서구 외곽에 자리한 장애인시설을 운영 중인 A 씨는 최근 고민이 많다. 2026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동 4명이 시설에서 가장 가까운 특수학교에 지원했지만 모두 입학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으면서다. 대전가원학교 초등 1학년 입학 정원은 총 18명인데, 총 36명이 지원해 절반인 18명만 입학이 가능하다. 규정상 학교와 가까운 순서대로 입학 자격이 부여되면서 아동 4명은 희망했던 특수학교에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이들 모두 중증 자폐성 장애로, 일반학교 특수학급보다 특수학교를 희망했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일반학교까지 선택지를 넓혀야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돌아온 답변은 절망적이었다. 시설과 가장 가까운 기성초는 특수학급이 없어서, 그 다음 가까운 가수원초는 과밀 특수학급이라 이 아이들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A 씨는 "유급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우선 교육청에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며 "부모 밑에서 못 크는 것도 슬픈 일인데 학습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대전 특수교육 대란이 현실화됐다. 2026학년도 특수교육대상자 배치 중인 가운데 당장 입학할 특수학교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6학년도 특수교육대상자 선정·배치 추진계획'에 따라 6월 16일부터 7월 4일까지 관련 서류를 접수받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특수학교는 대전교육청이, 일반학교 특수학급은 각각 동·서부교육지원청이 선정·배치 업무를 맡고 있다. 장애 등록을 하거나 진단·평가를 통해 적합 유무를 따져 배치된다.

현재 대전엔 6개 특수학교(대전맹학교·대전가원학교·대전해든학교·대전혜광학교·대전원명학교·대전성세재활학교)가 운영 중이다. 장애 유형에 따라 시각장애 학생은 대전맹학교, 지체장애 학생은 대전성세재활학교를 다닐 수 있으며 나머지 4개 학교는 지적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2026년 입학을 앞둔 가운데 특히 특수학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두드러진다. 초등 특수학교 신청 학생은 현재까지 총 68명인데, 이중 초등학교 1학년 정원이 18명인 가원학교에만 총 36명의 지원자가 쏠렸다. 대전가원학교는 정원보다 이미 더 많은 학생을 수용하고 있는 과밀학교다. 서구 관저동에 자리해 서남부권 거주 학생들의 수요가 많다. 혜광학교도 2026년 중학교 입학 지원자 중 탈락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학교는 법에 따라 초·중학교는 한 반에 6명, 고등학교는 7명씩만 두게 돼 있다.

대전교육청이 수립한 '제6차 대전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은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특수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과는 간극이 크다. 장애 학생이나 학부모가 가고 싶은 특수학교보다 정원이 있는 특수학교를 찾아가야 하는 실정이다. 일반학교 특수학급 학생 중 특수학교로의 전학 희망 학생도 적지 않지만 이들 역시 선택지는 마땅치 않다.
clip20250902181320
대전특수교육 대상자 추이. 교육부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3604명으로 늘었다. 대전교육청 '6차 대전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 발췌
특수교육 대상자 확대에 따라 특수학교 부족은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 대전교육청은 2018년 수립한 '제5차 대전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에 2026년 개교를 목표로 서남부권 특수학교를 신설 계획을 담았다. 그러나 부지 선정 등 난항을 겪다 2025년 1월에서야 옛 유성중을 최종 부지로 확정하고 개교 시점을 2029년으로 3년 미뤘다. 당초 계획대로 2026년 특수학교 개교가 이뤄졌다면 많은 학생이 거주지 인근 특수학교에 다녔을 수도 있다. 특수학교 부족 문제로 현재도 이미 많은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이 스쿨버스에서 등하교 시간을 소요하고 있다.

대전교육청은 가원학교 지원 탈락 학생들을 타 특수학교로 재배치하기 위해 특수학교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교육청 유아특수교육과 관계자는 "다른 특수학교 중 학급 증설이 가능한 학교와 협의하고 있다"며 "일반학교 입학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서부교육청에도 검토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천의 '극지연구소'는 부산 이전 불발...세종시는?
  2. 전공의 돌아온 대학병원 '활기' 속에 저연차 위주·필수과목 낮은 복귀율 '숙제'
  3. 충청권 의대 중도이탈자 증가… 의대 모집정원 확대에 수도권행 심화
  4. 합참의장에 진영승 공군 전략사령관 내정, 군내 4성 장군 전원 교체
  5. "탈시설을 말하다"… 충북장애인인권영화제 4일 개최
  1. [2026 수시특집-나섬이가 소개하는배재대] 장학금 받고 유학 가고… 공부는 ‘카공족’ 공간에서
  2. 집현동 테크밸리, 나성·어진·대평동 공실 지역 연계 필요
  3. 서천 호우주의보 발효…충남 남부 중심 매우 강한 비
  4. [꿈을JOB다! 내일을 JOB다!] 게임 좋아하던 중학생, 게임 개발자가 되다
  5. [2026 수시특집-배재대] 1863명(정원 내) 선발… "수능최저 없애고 전과·융합전공 자유롭게"

헤드라인 뉴스


2차 민생 소비쿠폰, 재산 12억원·금융소득 2천만원 이상은 제외

2차 민생 소비쿠폰, 재산 12억원·금융소득 2천만원 이상은 제외

9월 22일부터 지급할 예정인 제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고액 자산가를 제외하고 가구별 특성을 적용하기로 했다. 또 사용처를 생활협동조합 등으로 확대하고, 군 장병이 근무지 인근에서 쓸 수 있는 선불카드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2일 국회에서 행안위 당정 협의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협의 후 브리핑을 통해 “2차 소비쿠폰 지급과 관련, 2021년 국민지원금 지급 당시와 마찬가지로 가구별 건강보험료를..

해수부 내년 예산 `7조원대` 진입… 부산 이전비는 322억원
해수부 내년 예산 '7조원대' 진입… 부산 이전비는 322억원

해양수산부의 부산시 이전에 필요한 비용이 322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2026년 해양수산부 전체 예산안 7조 3279억 원의 약 4.4%를 차지한다. 예산 총액은 전년의 6조 7816억 원보다 8.1%(5471억 원) 증가한 규모다. 해양수산부(장관 전재수)는 2일 이 같은 편성안을 공표했다. 예산 증가의 초점은 북극항로 시대 주도, 해양수산 전 분야 AX(인공지능 전환) 지원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기후 위기 대응 사업 예산에 맞췄다. 역시나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신규 예산으로 편성된 해수부 부산 이전 비용 322..

지자체 곳간 3곳 중 1곳 `저금리 방치`
지자체 곳간 3곳 중 1곳 '저금리 방치'

전국 지방자치단체 3곳 중 1곳이 기준금리(2.5%)보다 낮은 금리로 은행 금고에 여유자금을 맡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전과 세종은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평균 이자율이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전북 익산시 을)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43개 지자체 금고 예치금은 95조 9844억 원, 이자수입은 2조 8925억 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이자율은 2.87%로 기준금리 2.5%를 약간 웃돌았다. 그러나 79개 지자체는 여전히 기준금리에도 도달하지 못..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꼬마선비의 유생체험 꼬마선비의 유생체험

  • ‘5대 반칙운전 집중 단속합니다’ ‘5대 반칙운전 집중 단속합니다’

  • 대전 양성평등주간 기념식 대전 양성평등주간 기념식

  •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 갑작스런 장대비에 시민들 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