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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차 대전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에 담긴 대전특수교육 추진방향. |
#. 대전 서구 외곽에 자리한 장애인시설을 운영 중인 A 씨는 최근 고민이 많다. 2026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동 4명이 시설에서 가장 가까운 특수학교에 지원했지만 모두 입학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으면서다. 대전가원학교 초등 1학년 입학 정원은 총 18명인데, 총 36명이 지원해 절반인 18명만 입학이 가능하다. 규정상 학교와 가까운 순서대로 입학 자격이 부여되면서 아동 4명은 희망했던 특수학교에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아이들 모두 중증 자폐성 장애로, 일반학교 특수학급보다 특수학교를 희망했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일반학교까지 선택지를 넓혀야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돌아온 답변은 절망적이었다. 시설과 가장 가까운 기성초는 특수학급이 없어서, 그 다음 가까운 가수원초는 과밀 특수학급이라 이 아이들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A 씨는 "유급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우선 교육청에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며 "부모 밑에서 못 크는 것도 슬픈 일인데 학습권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대전 특수교육 대란이 현실화됐다. 2026학년도 특수교육대상자 배치 중인 가운데 당장 입학할 특수학교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2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2026학년도 특수교육대상자 선정·배치 추진계획'에 따라 6월 16일부터 7월 4일까지 관련 서류를 접수받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특수학교는 대전교육청이, 일반학교 특수학급은 각각 동·서부교육지원청이 선정·배치 업무를 맡고 있다. 장애 등록을 하거나 진단·평가를 통해 적합 유무를 따져 배치된다.
현재 대전엔 6개 특수학교(대전맹학교·대전가원학교·대전해든학교·대전혜광학교·대전원명학교·대전성세재활학교)가 운영 중이다. 장애 유형에 따라 시각장애 학생은 대전맹학교, 지체장애 학생은 대전성세재활학교를 다닐 수 있으며 나머지 4개 학교는 지적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2026년 입학을 앞둔 가운데 특히 특수학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두드러진다. 초등 특수학교 신청 학생은 현재까지 총 68명인데, 이중 초등학교 1학년 정원이 18명인 가원학교에만 총 36명의 지원자가 쏠렸다. 대전가원학교는 정원보다 이미 더 많은 학생을 수용하고 있는 과밀학교다. 서구 관저동에 자리해 서남부권 거주 학생들의 수요가 많다. 혜광학교도 2026년 중학교 입학 지원자 중 탈락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학교는 법에 따라 초·중학교는 한 반에 6명, 고등학교는 7명씩만 두게 돼 있다.
대전교육청이 수립한 '제6차 대전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은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특수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정작 현실과는 간극이 크다. 장애 학생이나 학부모가 가고 싶은 특수학교보다 정원이 있는 특수학교를 찾아가야 하는 실정이다. 일반학교 특수학급 학생 중 특수학교로의 전학 희망 학생도 적지 않지만 이들 역시 선택지는 마땅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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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특수교육 대상자 추이. 교육부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3604명으로 늘었다. 대전교육청 '6차 대전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 발췌 |
대전교육청은 가원학교 지원 탈락 학생들을 타 특수학교로 재배치하기 위해 특수학교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교육청 유아특수교육과 관계자는 "다른 특수학교 중 학급 증설이 가능한 학교와 협의하고 있다"며 "일반학교 입학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서부교육청에도 검토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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