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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현 교수 |
필자는 이 시기에 정부의 호돌이계획 발표를 믿고'사회체육학과'에 입학을 했다. 차분히 생활체육지도자 자격 7종목을 취득하고, 석·박사를 취득했지만, 오라는 곳 하나 없었고, 급여도 형편없었다.
1991년 국민생활체육협의회가 창립되면서 생활체육지도자들을 계약직으로 고용했다. 이들은 월 60여만 원의 수당을 받으며, 동호인 체육활동 지원, 프로그램 지도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호돌이 계획에서 예측된 올림픽 이후 필요한 생활체육지도자 수가 연수원과 대학을 통해 지도자들을 마구 찍어내는 바람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지도자의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했다.
대학에 근무하면서 선후배 동료들이 정부에서 재정 지원을 받아 고용되었는데, 정치인들이 체육단체 회장을 하면서 각종 횡포와 관리자들의 갑질, 채용비리, 폭력에 시달리고, 박봉에 가정이 피폐해지고, 주말 행사에 새벽으로 밤으로, 수당도 없이 불려 다니며, 못 먹는 술을 강제로 먹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에 전국 228개 시·군·구 체육회에 소속된 생활체육지도자 2,8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기업 내 비정규직의 철폐 및 정규직 전환 시책에 따른 것이었다. 생활체육지도자들에게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가 싶었다.
문체부는 이를 위해 국비 400억 원과 지방비 400억 원을 편성해 생활체육지도자의 임금을 보전키로 했다(지도자 임금은 국비와 지방비 각 50%씩 부담하는 방식임). 그러나 생활체육지도자들이 정규직화 됐지만 일반 정규직들이 누리는 매달 30만 원가량의 복리후생비는 받지 못했다. 그것은 계약 형태가 계약 기간이 없는 '무기계약직' 신분이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이들의 복리 후생비 재원 확보를 위해 기획재정부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거부했다. 공공기관의 무기 계약직은 계약직과 정규직의 중간 형태로, 대체로 정년까지는 보장되지만 임금이나 복지 수준은 계약직 수준 또는 조금 낮게 책정되며, 호봉도 인정되지 않는다.
지난 7월 말, 대구 달서구체육회에서 생활체육지도자를 모집했다. 응시자격으로 국가체육지도자 자격증이 있어야 하며, 급여는 주 40시간 기준으로 세전 226만2600원이었다. 수당이 있다지만 월 실 수령액은 200만 원 정도가 된다. 2026년에 적용되는 우리나라의 최저 시급은 시간당 1만320원이다. 이는 2025년 최저 시급 10,030원보다 290원(2.9%) 인상된 금액이며,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월 환산액은 215만6880원이다.
결과적으로 생활체육지도자는 대학을 나와서 체육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하면 최저시급보다 월 10만5720원을 더 받는 정도가 된다. 생활체육지도자들은 전문선수출신이거나 생활체육을 전공한 필자의 후배, 제자 이전에, 우리의 이웃이고, 아들, 딸 들이며 대한민국 국민이다. 당연히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2025년 6월 4일, 대한민국 국민들은 말 많고 탈 많았던 지난 정부를 버리고 이재명 정부에 새 희망을 걸었다. 경제, 외교, 국방, 실업 등등 모든 게 너무너무 어려운 시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 생활체육지도자들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이 착한 체육인들이 평생 생각하지도 않았던 민주노총에 가입도 하고, 국회의원도 찾아가고, 국회에서 토론회도 개최해 봤지만, 의원들은 사진만 찍고 가기 일 수였고,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전국의 모든 생활체육지도자들이 노력을 했지만 철벽같은 기재부 사람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체육지도자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결론적으로 기재부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세상에서 이재명 대통령 한 사람뿐이다.
더 이상 생활체육지도자들이 고통 받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대학에서 체육과 학생들에게 생활체육지도자(체육지도자)가 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면 좋겠다. 여러 가지 국정으로 정말 힘든 일정을 보내시겠지만, 이재명 대통령께서 체육지도자들의 잘못된 처우를 바로잡아 주시길 간절히 소원 드린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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