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생활체육지도자, 그들은 죄가 없다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생활체육지도자, 그들은 죄가 없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5-09-07 16:41
  • 신문게재 2025-09-08 18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정문현 교수
정문현 교수
우리나라 체육의 가장 큰 변화는 '88서울올림픽'을 통해 만들어졌다. 제6공화국은 국민생활체육진흥종합계획(일명 호돌이 계획)을 세우고, 서울올림픽 이후 스포츠 활동에 대한 국민적 참여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하여 생활체육지도자 양성 계획을 세우고 지도자 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에 연수원을 설치하였고, 대학들은 생활체육지도자의 인기에 편중하여 학과를 마구 개설하고 생활체육지도자를 찍어냈다(당시 용어는 '사회체육지도자').

필자는 이 시기에 정부의 호돌이계획 발표를 믿고'사회체육학과'에 입학을 했다. 차분히 생활체육지도자 자격 7종목을 취득하고, 석·박사를 취득했지만, 오라는 곳 하나 없었고, 급여도 형편없었다.

1991년 국민생활체육협의회가 창립되면서 생활체육지도자들을 계약직으로 고용했다. 이들은 월 60여만 원의 수당을 받으며, 동호인 체육활동 지원, 프로그램 지도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호돌이 계획에서 예측된 올림픽 이후 필요한 생활체육지도자 수가 연수원과 대학을 통해 지도자들을 마구 찍어내는 바람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지도자의 공급 과잉 현상이 발생했다.

대학에 근무하면서 선후배 동료들이 정부에서 재정 지원을 받아 고용되었는데, 정치인들이 체육단체 회장을 하면서 각종 횡포와 관리자들의 갑질, 채용비리, 폭력에 시달리고, 박봉에 가정이 피폐해지고, 주말 행사에 새벽으로 밤으로, 수당도 없이 불려 다니며, 못 먹는 술을 강제로 먹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에 전국 228개 시·군·구 체육회에 소속된 생활체육지도자 2,8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기업 내 비정규직의 철폐 및 정규직 전환 시책에 따른 것이었다. 생활체육지도자들에게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가 싶었다.

문체부는 이를 위해 국비 400억 원과 지방비 400억 원을 편성해 생활체육지도자의 임금을 보전키로 했다(지도자 임금은 국비와 지방비 각 50%씩 부담하는 방식임). 그러나 생활체육지도자들이 정규직화 됐지만 일반 정규직들이 누리는 매달 30만 원가량의 복리후생비는 받지 못했다. 그것은 계약 형태가 계약 기간이 없는 '무기계약직' 신분이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이들의 복리 후생비 재원 확보를 위해 기획재정부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기재부는 거부했다. 공공기관의 무기 계약직은 계약직과 정규직의 중간 형태로, 대체로 정년까지는 보장되지만 임금이나 복지 수준은 계약직 수준 또는 조금 낮게 책정되며, 호봉도 인정되지 않는다.

지난 7월 말, 대구 달서구체육회에서 생활체육지도자를 모집했다. 응시자격으로 국가체육지도자 자격증이 있어야 하며, 급여는 주 40시간 기준으로 세전 226만2600원이었다. 수당이 있다지만 월 실 수령액은 200만 원 정도가 된다. 2026년에 적용되는 우리나라의 최저 시급은 시간당 1만320원이다. 이는 2025년 최저 시급 10,030원보다 290원(2.9%) 인상된 금액이며,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월 환산액은 215만6880원이다.

결과적으로 생활체육지도자는 대학을 나와서 체육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하면 최저시급보다 월 10만5720원을 더 받는 정도가 된다. 생활체육지도자들은 전문선수출신이거나 생활체육을 전공한 필자의 후배, 제자 이전에, 우리의 이웃이고, 아들, 딸 들이며 대한민국 국민이다. 당연히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2025년 6월 4일, 대한민국 국민들은 말 많고 탈 많았던 지난 정부를 버리고 이재명 정부에 새 희망을 걸었다. 경제, 외교, 국방, 실업 등등 모든 게 너무너무 어려운 시기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 생활체육지도자들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

이 착한 체육인들이 평생 생각하지도 않았던 민주노총에 가입도 하고, 국회의원도 찾아가고, 국회에서 토론회도 개최해 봤지만, 의원들은 사진만 찍고 가기 일 수였고, 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 전국의 모든 생활체육지도자들이 노력을 했지만 철벽같은 기재부 사람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체육지도자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결론적으로 기재부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지금 세상에서 이재명 대통령 한 사람뿐이다.

더 이상 생활체육지도자들이 고통 받지 않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 대학에서 체육과 학생들에게 생활체육지도자(체육지도자)가 되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면 좋겠다. 여러 가지 국정으로 정말 힘든 일정을 보내시겠지만, 이재명 대통령께서 체육지도자들의 잘못된 처우를 바로잡아 주시길 간절히 소원 드린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아산범방, 제18회 청소년 풋살대회 성료
  2. 새마을금고 천안시이사장협의회, (재)천안시복지재단에 후원
  3. 천안법원, 고객 휴대폰 몰래 판 30대 남성 '징역 1년 6월'
  4. 천안시, '보라데이' 기념행사 개최
  5. 천안홍대용과학관, 8일 개기월식 온라인 생중계 운영
  1. [날씨]200년 빈도 폭우 쏟아진 서천…시간당 137㎜ 누적 248㎜
  2. 상명대, 충남반도체마이스터고와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활성화 맞손
  3. 한기대, '다담 EMBA 최고경영자과정' 40기 힘찬 스타트
  4. 천안시, 천안흥타령춤축제 앞두고 '안심 방역' 총력
  5. 나사렛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2025 충남지역혁신 프로젝트 채용박람회 참가

헤드라인 뉴스


`여가부` 세종시 이전 전면에...법무부는 어디로

'여가부' 세종시 이전 전면에...법무부는 어디로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논란에 앞서 미완의 과제로 남겨진 '여성가족부(서울)와 법무부(과천)'의 세종시 이전. 2개 부처는 정부세종청사 업무 효율화 취지를 감안할 때, 2019년 행정안전부와 함께 동반 이전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져 6년을 소요하고 있다. 해수부 이전이 2025년 12월까지 일사처리로 진행될 양상이나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이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새 정부의 입장도 애매모호하게 다가오고 있다. 2025년 6월 3일 대선 이전에는 '법무부와 여성가족부'의 동시 이전이 추진되던..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발의 코앞… 여야 정부 공감대 `안갯속`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발의 코앞… 여야 정부 공감대 '안갯속'

내년 출범을 목표로 추진 중인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위한 특별법안이 빠르면 이번 주 국회에 제출된다. 두 시·도는 실질적인 지방정부 구현을 강조하며 통합에 속도 내고 있는 가운데 특별법 국회 통과를 위한 여야와 정부의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대전시와 충남도에 따르면 이달 중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서산태안)이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시·도와 성일종 의원실은 현재 여야 의원 50명 이상을 공동 발의자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대전시는 지역 국회의원들과 만남을 통해 행정통합 추진을 위..

`노조파업 전성시대 열리나` 커지는 우려감
'노조파업 전성시대 열리나' 커지는 우려감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자동차와 조선업 분야에서 노조 파업이 잇따르면서 '노조 파업 전성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연관성을 부정하며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지역 경영계는 법 통과가 노조파업의 도화선이 됐다고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한국GM, HD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 등 국내 주요 자동차·조선업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정년 연장을 요구하며 줄줄이 파업을 선언했다. 노사 갈등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양상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 설명회를 열고 "이번 파업은 임단협 과정에서 임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물에 잠긴 도로 달리는 차량들 물에 잠긴 도로 달리는 차량들

  • 맨발로 느끼는 힐링 오감 축제…‘해변을 맨발로 걸어요’ 맨발로 느끼는 힐링 오감 축제…‘해변을 맨발로 걸어요’

  •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대전 동구 원도심에 둥지 튼 대전일자리경제진흥원

  •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 ‘대전 병입 수돗물 싣고 강릉으로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