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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성 포스텍 교수 |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 자동차 배기구의 열, 심지어 몸에서 나는 체열까지 전기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이런 가능성을 크게 앞당길 새로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
포스텍 화학공학과 손재성 교수·양성은 박사 연구팀이 한국전기연구원 류병기 박사와 함께 3차원(3D) 구조와 열 경계조건을 동시에 고려한 '열전 소자 설계 원리'를 세계 최초로 제안하고 실제 제작된 소자에 적용해 성능을 검증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는 영국 왕립화학회(RSC)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에 게재됐다.
열전 효과란 간단히 말해 '열'을 '전기'로, '전기'를 다시 '열'로 바꾸는 현상이다.
이미 자동차 폐열 회수, 우주 탐사선 전력 공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차세대 재생에너지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기존 이론은 70여 년 전 제시된 1차원 구조에 머물러 있어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3D 구조와 환경에서 작동하는 실제 소자를 설명하거나 최적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70년간 풀리지 않던 이 숙제를 풀기 위해 열전 소자가 놓일 수 있는 여덟 가지 실제 환경을 이론적으로 정리했다.
또 연구팀은 'G 인자(Geometric factor)'라는 새로운 설계 지표를 도입했다. 이는 단순히 소자 모양을 보는 것이 아니라 모양이 달라질 때 내부 전기저항과 열전도율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함께 반영한다. 마치 건축에서 구조 설계도를 미리 검토하듯, 목표에 따라 '최대 출력'이나 '최대 효율'을 내는 최적의 모양을 이론적으로 찾아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Bi,Sb)₂Te₃라는 대표적인 열전 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단면의 소자를 제작했다.
그 결과, 기존의 단순한 원통형 구조와 비교했을 때 출력은 최대 422%, 효율은 최대 466% 향상됐고 사용되는 재료는 오히려 67%까지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론으로 계산한 값과 실제 실험 결과가 거의 정확히 일치했다는 점이다. 이는 연구팀이 개발한 설계 원리가 현실적인 조건에서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다.
연구를 이끈 손재성 교수는 "지난 70여 년간 공백으로 남아 있던 3D 열전 소재의 설계 이론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며 "자동차 배기가스나 산업 현장의 폐열 회수, 웨어러블 기기용 전력원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포항=김규동 기자 korea80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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