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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 스타병원 민슬기 원장 (정형외과 전문의) |
이 질환은 엄지를 움직이는 힘줄이 손목의 좁은 통로를 지날 때 마찰이 반복되며 염증이 생기는 상태로 비교적 흔하지만 방치하면 만성 손목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손목건초염의 주요 원인은 '과사용'이다. 엄지와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동작이 가장 큰 부담을 주는데,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을 한 손으로 오래 쥐고 조작하는 습관이다.
여기에 아기를 안아 올리는 동작, 요리사, 미용사, 사무직처럼 손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직업군은 물론이고, 라켓이나 골프채를 자주 쥐는 운동선수에게도 자주 발생한다.
이들은 장시간 손목을 고정하거나 스냅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특성이 있어 힘줄과 건막에 반복적인 자극을 주게 된다. 특히 출산 직후 여성은 호르몬 변화로 관절이 느슨해져 손목 부위가 더 쉽게 손상되며, 실제로 산후 여성에서 자주 발병한다.
통증 양상은 매우 특징적이다. 손목을 꺾거나 돌릴 때, 혹은 무언가를 꽉 쥘 때 엄지와 손목 사이에서 전기가 오듯 찌릿한 통증이 반복된다.
초기에는 특정 동작에서만 불편함을 느끼지만, 방치할 경우 통증이 점차 심해지고 손목 전반으로 퍼지며, 엄지와 손목 사이를 누르면 욱신거리는 압통까지 동반하게 된다.
가장 널리 쓰이는 자가 진단법은 '핑켈스타인 테스트'다. 아픈 손의 엄지를 다른 손가락 안으로 감싼 뒤 손목을 새끼손가락 쪽으로 꺾었을 때 예리한 통증이 유발된다면 손목건초염일 가능성이 크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정형외과 진찰과 초음파 검사가 필요하다. 초음파를 통해 힘줄의 염증 여부나 두꺼워진 건막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학적 검사와 병행하면 대부분의 경우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치료는 대개 보존적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다. 손목통증이 '과사용'이 원인인 만큼 손목과 엄지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일정 기간 보조기를 착용하면 증상이 상당 부분 호전된다.
여기에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거나, 염증이 심할 경우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 또는 인대·힘줄 재생을 돕는 주사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이러한 치료로도 증상이 2~3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경우, 힘줄이 지나는 통로를 넓히는 간단한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손목건초염은 습관성 재발이 큰 문제다. 일시적으로 호전된 듯 보여도 동일한 손목 사용이 반복되면 염증이 다시 생기기 쉽다. 손목을 꺾은 상태에서 장시간 힘을 주는 자세는 특히 치명적인데, 염증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증상을 만성화시킬 수 있다.
이 질환은 치료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보통은 손목을 쉬게 하거나 약물치료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지만, 3주 이상 급성기를 넘겨 염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이때부터는 힘줄이 점점 두꺼워지고, 내부 마찰이 심해지면서 통증 자체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상태로 바뀐다. 더 심해지면 통증이 손목을 넘어 팔까지 퍼질 수 있고, 손의 감각이 둔해지거나 힘이 약해지는 증상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줄 수 있다.
민슬기 연세스타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손목건초염은 단순히 손목의 통증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그 통증을 반복적으로 유발하는 잘못된 습관 자체가 문제의 핵심이고, 손목 사용을 줄이는 생활 습관 개선과, 올바른 손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치료 이후 재발을 막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성남=이인국 기자 ku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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