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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2일 성남 서울공항 공군 1호기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
지난 7월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는 조건으로 35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 하지만 세부 협상 단계에서 갈등의 불씨가 켜졌다. 미국은 우리나라 정부의 현금 직접 투자 비중 확대를 요구하면서, 수익도 대부분 미국이 가져 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민간기업들의 자율적 투자가 핵심으로, 정부에서는 투자보증 등 간접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양국이 이견으로 협상이 고착상태에 빠지자 우리나라 정부는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협상 카드로 꺼내 들었다. 대규모 달러 유출이 원·달러 환율 불안과 외환보유액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60억 달러 수준으로,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집행할 경우 금융시장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2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통화스와프 없이 미국 요구대로 투자하면 1997년 금융위기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으며, 며칠 전 미국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는 "미국 측의 요구를 수용하면 탄핵당했을 것"이라며 연일 강도 높은 수위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11일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익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서명할 이유가 없다"며 "최대한 합리적인 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미국과 관세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국내 여론도 다소 반감된 상태다.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 합의한 일본이 자국 내에서 '굴욕 외교'로 비판을 받고 있는 데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직원이 취업비자 문제로 구금된 사건까지 발생해 국민감정이 악화됐다. 여기에 미국 내 일부 경제학자들이 대미 투자금액의 일부를 한국 기업의 보조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역 경제계에선 한미 무역협상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경제계 한 인사는 "미국이 관세 카드로 자국 보호주의를 천명한 상태에서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상호 호혜적인 협상을 하겠다고 해봐야 미국의 이익이라는 큰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며 "양국이 긴 줄다리기를 할 것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로서는 국가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속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경제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협상 이후로 계속해서 불확실성이 걷히질 않아 기업 경영에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일부 수출기업들은 직접적인 관세 영향을 받고 있는데, 정부에서 마련하겠다는 기업지원 정책이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이날 오전 미국 뉴욕으로 출국했다. 이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22일 뉴욕에 도착,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상·하원 의원단 등에 대한 접견을 시작으로 3박 5일간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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