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147. 진정한 진보의 가치는 무엇인가?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147. 진정한 진보의 가치는 무엇인가?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5-12-11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지난주, 이 칼럼에서 '진정한 보수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글을 썼습니다. 오늘은 공평하게 '진정한 진보의 가치'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보수의 가치가 '지켜야 할 것'을 논하는 거라면, 진보의 가치는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가?'를 묻는 것입니다. 진보는 질서라는 이름으로 현재를 지키는데, 진보는 정의의 이름으로 미래를 불러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진보는 불편한 존재입니다. 기득권 세력에게는 위협이 되고, 익숙함에 안주하는 사람들에게는 귀찮은 목소리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진보'라는 말은 이상할 정도로 가벼워졌습니다. 진보를 자처하는 정당은 있지만 정작 진보의 정신을 찾아야 한다는 말은 좀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과연 진정한 진보의 가치가 무엇인지 묻게 됩니다.



진보는 원래 정당의 이름이 아니었습니다. 하나의 '정치적 태도'였지요. 사회에 구조적 불평등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완화하려는 의지, 법과 제도가 약자를 배제할 때 약자 편을 들어주는 용기, 효율과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신화를 만들어갈 때 그 방식이 옳으냐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진보는 이미 만들어진 정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덜 불완전한 사회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약속에 가까웠습니다.

오늘날 세계의 진보 정당들은 깊은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과거 복지국가를 설계했던 사회민주주의는 신자유주의의 힘 앞에서 시장과 타협했고, 그 결과 진보는 점점 중도로 이동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변혁과 연대라는 진보의 언어는 관리와 효율이라는 언어에 밀려났지요. 이 틈을 파고들어 등장한 것은 극우 포퓰리즘과 혐오 정치였습니다. 경제적 불안이 분노로 변할 때 진보는 그 분노를 포용하기보다 회피해왔습니다. 이제 세계의 진보는 '우리는 과연 누구의 편이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정치에서 진보는 오랫동안 '보수 대 민주당'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은 광의의 진보 진영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사상적으로 '자유주의적 중도 정당', 또는 '온건 개혁보수''에 가깝습니다. 민주화의 유산을 계승했고, 복지와 평화를 확대한 공로는 분명하나, 재벌 중심 성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지 않았고, 노동·젠더·기후 같은 영역에서는 항상 정치적 부담 앞에서 한발 늦은 선택을 해왔습니다. 이렇게 한국 정치에서 상대적으로 왼쪽에 있다는 사실이 진정한 진보임을 의미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정당이나 의회 밖에서 보면 노동 현장, 기후 운동, 청년 주거와 돌봄 문제, 젠더와 소수자 인권의 최전선에는 제도권 정치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고 일관된 진보의 목소리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 한국의 진보는 정당보다 오히려 시민의 삶 속에 더 많이 남아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진보의 타락은 자신이 이미 옳은 편에 서 있다고 믿는 그 순간입니다. 기득권을 비판하던 진보가 어느새 새로운 기득권이 되었을 때, 그때의 진보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향해 가장 엄격하고 준엄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여전히 약자의 편에 서 있는가?', '나는 많은 어려움과 제약 속에서도 여전히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나는 변화를 요구하면서도 그 변화의 비용을 언제나 타인에게만 떠넘기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한 자기 검열의 과정을 거칠 때 진보의 진정한 가치는 유지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진정한 진보는 지금 편리함이 다음 세대의 절망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그대로 두지 않는 것입니다.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상권' 고립무원…새로운 미래 없나
  2. 대전진보교육감 단일화기구 시민회의 "맹수석·정상신 단일화 방해 즉각 중단하라"
  3. “예술 감수성에 AI를 입히다” 목원대 ‘실감형 콘텐츠 혁신 허브’로 뛴다
  4. 봄철 화재 늘어나는 시기… 소방 특사경·경찰 수사 범위 논의 필요성
  5. 충남대병원장 임용후보 조강희·복수경 교수 추천…재활의학과 강세
  1. [내방] 김도완 대전지검장
  2. 베스트셀러 윤준호 작가, 북콘서트 개최…대전서 '성황'
  3. 충남도, AI기반 연구 인프라 구축 청신호
  4. 여상수 목원대 AISW융합대학장 “AI 시대엔 기술 이해하는 예술가 필요”
  5. [르포] 창립 50주년 기계연, 일상 작업 학습한 AI 로봇이 심부름·분리수거 척척

헤드라인 뉴스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이 대통령 “충남·북, 대전 통합 경제권·행정체계 고민해봐야”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충남·북, 대전까지 통합해서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 행정체계를 만들어볼 거냐는 한번 고민해보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첨단·바이오 산업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의 중심, 충북’이라는 주제로 열린 ‘충북의 마음을 듣다’에서 충남과 대전의 행정통합이 “급정거를 한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도시들이 경쟁력을 올리려면 광역화가 시대적 추세가 됐다”며 “충청도 지금 대전, 세종, 충남·북으로 많이 나누어져 있는데, 지역 중심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지역연합..

`세종지방법원` 건립 박차, 2031년 정상 개원
'세종지방법원' 건립 박차, 2031년 정상 개원

세종지방법원 건립 사업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단계를 거치면서, 2031년 3월 정상 개원 궤도에 진입한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국회의원(세종시을·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은 세종지방법원 건립을 위한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가 마무리되고, 최종 사업 규모와 사업비 확정 소식을 전해왔다. 향후 설계와 공사 등 후속 절차가 순차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란 점도 설명했다. 지방법원 건립 사업은 오는 5월 설계공모 공고를 시작으로 2026년 9월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착수, 2028년 하반기 공사, 2030년 하반기 준공 로드맵으로 나아간다. 이후 준..

지난해 대전 고교생 한 명당 월평균 사교육비 76만 원 썼다
지난해 대전 고교생 한 명당 월평균 사교육비 76만 원 썼다

지난해 대전 지역 초중고 학생 사교육비를 조사한 결과, 학원 수강 등 사교육에 참여하는 고교생 한 명당 월평균 76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은 중학생 사교육비가 전국 평균보다 높았으며, 사교육 참여율도 서울권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적으로 사교육 참여율은 전년보다 감소했으나, 참여 학생들의 지출 비용은 증가해 사교육비 부담만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교육부와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충청권 4개 시도 사교육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지출비용은 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에 떨어진 기름값

  • 반갑다 야구야! 반갑다 야구야!

  • 내가 최강소방관 내가 최강소방관

  •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 ‘저희 동아리가 만든 자동차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