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중앙특별시(가칭), 통합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국가중추'의 재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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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중앙특별시(가칭), 통합은 '행정구역'이 아니라 '국가중추'의 재설계다

황태규 우석대 미래융합대학 학장(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

  • 승인 2026-01-15 11:14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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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규 우석대 미래융합대학 학장(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
충남과 대전의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를 '규모의 경제'로 설명한다. 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 속에서 광역단위를 키워 행정 효율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통합은 그 정도의 설명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구조적 의미를 갖는다. 이번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 운영 구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체제 전환'의 기회다.

대한민국은 지금 수도권 집중의 그늘이 한계점에 다다른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은 성장의 동력이었지만, 동시에 국가의 위험요소이기도 하다. 주거·교통·교육·환경 비용이 누적되고, 정책 결정이 한 곳에 쏠리며, 지역은 기회 자체를 잃어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수도권을 흉내 내는 '제2의 수도권'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경쟁력과 안전을 함께 끌어올릴 새로운 국가중추 체계다.

국가가 선진화될수록 중심은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 세계 주요 국가를 보더라도 정치·행정 중심지, 산업·혁신 중심지, 문화·국제 중심지가 분담되며, 한편으로 그 기능들이 촘촘히 연결되면서 국가의 역량은 오히려 더 고도화된다. 지금 대한민국이 만들어야 할 미래도 이 방향에 가깝다. 중심을 한 곳에 몰아두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 운영 기능을 분담·연계해 더 효율적이고 더 안전하게 작동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대전·충남 통합은 이러한 전환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실험이자, 가장 실천가능한 모델이 될 수 있다.

이 변화의 핵심 축이 세종이다. 이미 다수 중앙행정부처가 이전했고, 국회 세종 분원 설치를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되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공모 절차에 들어가는 등 구체화되면서, 세종은 '행정도시' 단계를 넘어 '행정수도 기능 완성'의 문턱에 들어섰다. 이런 변화는 단지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도시계획과 제도 추진이 맞물린 현실의 진전이다.

그러나 세종만으로 수도 기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행정은 결정과 집행의 기능이고, 국가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그 결정을 현실로 만들 기술과 산업이 있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전과 충남의 결합이 갖는 의미가 커진다. 대전은 대한민국 최대의 연구개발 거점이다. 대덕특구는 출연연 중심의 국가 R&D 역량이 축적된 공간이며, 기술의 기초부터 응용까지 이어지는 '혁신의 모체'다. 반면 충남은 제조업과 산업 기반이 탄탄하다.

첨단산업은 연구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연구는 '기술'이고 산업은 '생산'이며 시장은 '확산'이다. 통합은 이 세 요소를 하나의 광역 시스템으로 묶는 시도다. 이 구조가 현실화될 경우, 통합광역권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행정-과학기술-산업을 하나의 공간에서 연계해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지역이 된다. 그리고 여기에는 분명한 실익이 있다.

첫째, 투자유치 논리가 달라진다. 지금까지 지역의 투자유치는 '인센티브 경쟁'에 가까웠다. 부지 제공, 세제 혜택, 규제완화 등으로 기업을 끌어오는 방식이다. 그러나 중앙행정 기능이 인접해 있는 광역권은 기업이 정부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규제 완화 등 제도 실험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이것은 투자유치의 질을 바꾸는 요소다.

둘째, 대학과 인재 정책이 달라진다. 대학은 더 이상 학과 설치만으로 경쟁력을 만들 수 없다. 연구기관, 기업, 공공기관, 국제교류가 하나의 인재생태계로 연결되어야 한다. 중앙특별자치도는 그러한 조건을 제도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 "배우고, 연구하고, 창업하고, 취업하고, 정착하는" 전 과정이 광역권에서 완성되는 구조다.

셋째, 국가 운영의 리스크 분산이 가능해진다. 수도권 집중은 경쟁력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재난·안보·교통·주거 문제를 동반한다. 중심 기능을 분담하는 국가는 외부 충격에도 견고하다. 세종-대전-충남 축은 수도권의 대체가 아니라, 수도 기능을 분담하여 국가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중추 보강' 전략이 된다.

이제 남는 질문은 하나다. 이 통합체의 이름을 무엇으로 부를 것인가. 이름은 단순한 표지가 아니라 정책의 방향과 국민의 인식을 결정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권역을 '충청'으로 불러왔지만, 통합광역권은 기존의 권역감각으로 묶어 설명하기 어렵다. 통합이 지향하는 바는 단순한 통합을 통한 지역 확장이라기보다 국가 중추 기능의 결합과 고도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통합광역정부의 이름을 ‘중앙특별시(가칭)’로 제안한다. '중앙'은 지리적 표현이 아니라 기능적 표현이다. 행정의 중심, 과학기술의 중심, 산업혁신의 중심이 만나는 곳이라는 뜻이다. 또한 '중앙'은 향후 연계가능한 권역 확대를 배제하지 않는 열린 이름이다.

통합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다. 이해관계 조정, 제도 설계, 주민 공감대, 권한 배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 통합은 ‘지역이 더 얻기 위한 통합’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더 강해지기 위한 통합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의외로 단순하다. 미래를 담는 이름, 국가를 설계하는 이름. 중앙특별시(가칭). 통합은 그 이름에서부터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

Core Korea, The New Heart of the Nation.

황태규 우석대 미래융합대학 학장(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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