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다문화] 다문화 가정의 눈으로 본 한국 교육

  • 다문화신문
  • 천안

[천안다문화] 다문화 가정의 눈으로 본 한국 교육

  • 승인 2026-02-01 11:02
  • 수정 2026-03-09 10:17
  • 신문게재 2026-01-03 12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한국에서 세 아들을 키우는 다문화 가정의 부모로서 치열한 입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 교육 시스템의 현실을 마주하며 아이들의 행복과 성장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외국인 부모로서 복잡한 교육 제도에 적응하고 정보를 얻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아이들이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건강한 인성을 갖춘 성인으로 자랄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절실함을 깨달았습니다.

이에 따라 아이들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 유연한 교육 시스템으로의 개편과 더불어, 다문화 가정이 한국 교육 체계에 원활히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상담 및 정보 지원 창구가 마련되기를 희망합니다.

아리오나 1
우리 가족은 다문화 가정의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남편은 유럽 출신이고, 나는 몽골 출신이다. 우리는 세 아들을 키우고 있다. 큰아들은 최근 한국의 중학교를 성실히 마쳤다. 부모인 우리는 각자 자신의 나라에서 대학까지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아이들을 통해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는 평범한 외국인 가정이다.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부모로서 아이들을 이해하고, 한국의 교육 제도를 파악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시아 사회에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교육 문제를 두고 남편과 의견이 엇갈렸던 순간들도 적지 않았다.

유럽에서 성장한 남편은 교육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공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기보다 행복하게 살아가고, 자유롭게 사고하며, 훗날 가정을 이루고 부모가 될 수 있는 인성과 삶의 태도를 기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분명 매우 중요한 가치다. 우리 가족은 이러한 교육관을 가정 안에서 실천하려 노력해 왔지만, 현실적인 삶의 여건과 사회 구조는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아리오나 2
외국인 가정이 한국에서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때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접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특히 큰아들이 중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기까지 겪은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경쟁이 치열하고, 학생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쉼 없이 공부에 매달린다. 정규 수업이 끝난 뒤에도 밤 11시, 12시까지 학원을 다니며 공부하는 것이 이곳에서는 결코 낯선 일이 아니다.

시험 준비를 위해 새벽 7시까지 잠을 자지 못하고 공부하다가, 겨우 15~20분 눈을 붙인 채 학교에 가는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한 어머니로서 마음이 아팠다. 때로는 "공부 그만하고 좀 놀아"라고 말해주고 싶다가도, 아들의 성실한 노력을 보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다. 한창 뛰어놀고 웃어야 할 나이에, 왜 이렇게까지 공부에 짓눌려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걸까. 왜 이 사회는 교육 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지 않는 걸까 하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날들도 많았다.

한국에서는 1년에 단 한 번만 담임교사와 학부모가 개별 면담을 한다. 몽골처럼 정기적인 학부모 총회는 거의 없었다. 담임 선생님과의 만남 자리에서, 아들이 반에서 가장 질문을 많이 하고 학습 의욕이 뛰어나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화합과 신뢰를 받는 성실한 학생이라고 평가해 주셨다. "정말 베스트, 훌륭한 학생"이라는 말씀을 듣는 순간, 올바르게 자라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확인하며 부모로서 큰 기쁨을 느꼈다.

외국인 부모를 둔 학생으로서 지금까지 묵묵히 최선을 다해 온 아들이 참으로 대견하고,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 자랑스럽다.

중·고등학생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큰아이가 그렇게 노력하고도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했을 때, 비로소 한국 교육 시스템과 청소년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아리오나 3
몽골에서는 열심히 공부하면 원하는 학교에 진학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반면 한국은 치열한 경쟁 구조 속에서, 인구가 밀집된 작은 국토 안에서 수많은 학생이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교육과 문화 전반에서 몽골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두 나라 모두 분명 장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시급히 논의되어야 할 변화 중 하나는 바로 교육 시스템의 개편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나라의 교육 제도를 폭넓게 연구하여, 보다 유연하고, 아이들의 삶에 가까우며, 미래에 건강한 가정을 이루고 심리적으로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시스템이 바뀌기를 바란다.

또한 외국인 가정과 다문화 가정을 위해 한국 교육 제도를 단계적으로 안내하고 상담해 줄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실제로 정보를 얻고자 해도 어디에, 누구에게 문의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았다.

곧 큰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진로 선택, 전공 방향, 동아리 활동, 학원 입시 준비 등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조언이 절실히 필요하다. 아이들이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보조를 맞추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지원이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청소년 자녀를 둔 모든 부모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며 마음속으로 불안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이러한 개인적인 고민에 머무르지 않고,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함께 목소리를 내고 생각을 공유하며, 변화의 방향을 향해 연대해 나갈 때임을 호소하고자 한다.
아리오나 명예기자(몽골)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 행정수도특별법, 9월 논의 불발… 국감 이후 격랑 속으로
  2. 대전시 트램 공사에 버스전용차로 축소 대책마련 시급
  3. 전기연 원장에 강상희교수·원자력연 원장에 정우식 교수 선임
  4. 제8대 세종경찰청장에 김보준 안보수사심의관 임명... 경찰청 경무관 인사 단행
  5. 세종시 복싱의 간판 '장동환', 29일 아시안게임 결승 정조준
  1. 기계연 공기정화 자동차는 연비저감 1% 어떻게?…별도의 송풍장치 없어 가능
  2.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선병원 60년 지킨 김인 여사 장례미사 '애도'
  3. 홍인숙 시인, 세 번재 시집 '너없는 이곳에 꽃은 여전하고' 출간
  4. 2027 수능 앞두고 과목별 유불리 커져…9월 모평
  5. 출범 100일 앞둔 '조상호 세종시정부', 재정난 뚫고 도약 주목

헤드라인 뉴스


박수현·허태정 "미래대응기금 신설에 따른 지방재정 축소 우려"

박수현·허태정 "미래대응기금 신설에 따른 지방재정 축소 우려"

정부의 미래대응기금 신설 및 지출 구조조정 추진에 따라 지방재정 축소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박수현 충남지사와 허태정 대전시장이 미래대응기금 내 지방 배분 비중 확대와 지방의 자율적 재정운용권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을 여당에 공식 건의했다. 박수현 충남지사와 허태정 대전시장은 29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및 지방교부세 개편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정부·여당을 향해 지방재정 안정화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박수현 지사는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 인공지능(AI)·첨단산업 전환 등 대격변기에 추가 세수를 미래성장동력..

`국립청주해양과학관` 미리 가보니, "기대 이상 콘텐츠"… 새 명소 노크
'국립청주해양과학관' 미리 가보니, "기대 이상 콘텐츠"… 새 명소 노크

전국 최초의 내륙권 국립해양과학관이 29일 청주시 청원구에 문을 열면서, 새로운 명소 탄생을 노크하고 있다. 이날 중도일보 기자가 개관 현장을 가본 결과, 머릿 속으로 그린 것 이상의 그림이 그려졌다. 이날 함께한 다수의 인사들과 방문객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고, 이후 가족들과 재방문을 예고했다. 충북 청주시 청원구에 위치한 국립청주해양과학관은 2011년부터 장기간 정부의 예비타당성 검토를 거쳐 2019년 본궤도에 올랐고, 그동안 총사업비 983억 원 투입으로 이날 개관했다. 시설은 연면적 1만 4980 ㎡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

충청권 4개 시도지사 재산신고, 최대 28억 차이… 허태정 시장 5억 4539만 신고
충청권 4개 시도지사 재산신고, 최대 28억 차이… 허태정 시장 5억 4539만 신고

공직자 재산이 공개된 가운데 충청권 4개 시·도지사의 신고 재산은 28억 원 이상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공개 대상은 6·3 지방선거 당선자 가운데 새롭게 재산등록 의무가 발생한 신규 선출직 공직자로, 초선 여부와 관계없이 재선 등으로 기존 재산등록 의무가 계속되는 당선자는 이번 수시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29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6·3 지방선거 신규 선출직 공직자 재산등록사항에 따르면 허태정 대전시장은 5억 4539만 1000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허 시장은 배우자 명의 대전 유성구 노은동 아파트 1채 4억..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나이는 숫자일 뿐’ ‘나이는 숫자일 뿐’

  •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개점휴업 언제까지’…구민들 의회 정상화 촉구

  •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10월부터 안전모 미착용 집중단속…벌점 10점도 부과

  • ‘다시, 집으로’ ‘다시,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