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정회고록]남기고 싶은 이야기(5회) 충남도 「농산물 원종장」을 혁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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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정회고록]남기고 싶은 이야기(5회) 충남도 「농산물 원종장」을 혁신하다

김용교(전 아산시 부시장, 전 충남도 정책기획관)

  • 승인 2026-02-03 12:51
  • 수정 2026-02-11 11:16
  • 신문게재 2026-02-04 9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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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기부터 이어온 손 모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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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교(전 아산시 부시장, 전 충남도 정책기획관)
(2)농사인부를 부모형제같이 대해드렸다



<두번째> 인부 수송용 중형 버스를 도입하다.

일용인부들은 원종장 인근인 오가면에서 주로 거주하는 분들이었다. 아침에 일을 시작하기 전 원종장 마당에 모여 인원점검을 한 후 일터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 인부들을 농산물 수송용「트럭」에 싣고 가는 것이었다.

"어디로 가시느냐?"고 물으니 "신례원 포장(밭)으로 간다"는 대답이었다. 사다리도 없이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손을 끌어주고 밀어주며 트럭에 타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인부들을 저렇게 트럭에 싣고 다녀도 되는 거냐?"고 물으니 "방법이 없어요. 걸어서 갈 수도 없고, 버스를 대절할 수도 없고, 다른 수단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트럭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인부들을 가득 실은 트럭을 사진 촬영하여 충남도에 인부 수송용 중형버스 구입을 건의키로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1차 식사문제 건의를 받아드려 예산 조치 해주심에 감사드리고 개선 전과 개선 후 변화된 모습도 사진을 찍어 비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초영 예산계장께서 트럭에 가득한 부녀자들을 보고 "웬 트럭에 사람들이…" 하면서 소상한 보고를 청취하셨다.

나는 "북한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지금 우리 행정관청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첫째: 인부들 안전문제가 가장 크고, 할머니·아주머니들의 인격의 문제, 둘째: 예산경찰서 교통경찰과 연일 마찰을 빚고 있는 문제, 셋째: 더 알려져 이슈가 된다면 원종장과 도청은 크게 망신당할 수 밖에 없다"는 심각성을 말씀드리면서 예비비를 지출해서라도 시급히 조치하여 주실 것을 건의 드렸다.

건의는 받아들여져서 도청 기존 차량 구입비에서 집행키로 하고 예산 배정이 즉각 이루어졌다. 중형버스를 구입키로 하고 회계절차를 마쳤는데 광주에 있는 「아시아 자동차」에서 인수하라고 하여 내가 직접 운전기사와 함께 광주에 내려가 인수하여 왔다.

새 차를 놓고 고사도 지내고 그 후부터는 중형 버스를 이용하여 인부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농산물 경작 포장을 이동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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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977년도에 일본에서 최초로 동력이앙기 53대를 도입하였다.
<세 번째> 농기계 보관창고를 정비·정리·정돈하였다.

원종장 사무실 옆에 학교 교실 3칸을 합친 크기만큼의 트랙터 등 대형 농기계 보관창고가 있었다.

창고 안을 들어가 보니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었다. 트랙터 등 농기계가 들락거리는 공간을 제외하고는 농기계 부속품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잡다한 물품들이 이곳 저곳에 아무렇게나 갖다 던져 놓은 것 같았다. 천장은 거미줄로 꽉 차있었다.

농기계 운전 기사들을 소집하여 작업을 하기로 하고 나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진두지휘하였다. 먼저 창고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밖으로 꺼내 놓았다. 삼각형 사다리를 이용하여 창고 천장의 거미줄을 말끔히 거둬냈다. 그리고 농기계 부품을 종류별로 선별하고 선반을 만들어 정돈하고 필요할 때 손쉽게 꺼내쓸 수 있도록 하였다.

창고를 정리 정돈하고 나니 내 속이 후련한 것 같았다. 그곳에서 오래 근무한 한 기사는 "창고 지은 뒤로 처음 청소하는 것"이라고도 하였다. 쓰고 남은 농기계 부품을 창고 안에 체계적으로 정리정돈 보관되지 않다 보니 찾을 수가 없어서 고장날 때마다 부품을 새로 구입하러 다녔다니 쓴웃음이 날 일이었다.



<네번째로> 원종장 솔밭에 「테니스장」을 설치하다.

원종장에 근무하는 연구직 공직자들이 원종장 솔밭에 「테니스장」을 설치하여 줄 것을 주문하였다. 낮에 인부들과 논밭에서 함께 생활한 후 퇴근 후에는 시간 보낼 곳이 마땅치 않으니 주로 막걸리 집으로 간다는 것이다. 연구직렬이어서 다른 기관과 인사 교류도 거의 없다고 했다.

연구직은 단일 호봉제로 연구사·연구관 두 계급밖에 없다. 농업기술원과 인사 교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들어보면 딱한 일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로서는 냉큼 내키질 않았다. 도청 이초영 예산계장으로부터 두 차례나 신세를 졌고 또 (그 당시) 테니스장을 설치키로 한다면 대략 3천 만원이 소요된다는 것이었다.

배수 등과 관련하여 기존 흙을 드러내고 코트 하부에는 황토,마사토, 모래 등을 채워주는 등 고급시설이라는 것이다. 3천 만원이 적은 예산도 아니고 사치스러운 시설인 데다 이초영 계장님께 또 신세 짓기가 부담스럽기도 하였다.

그런데 졸라대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하루는 연구직 6명이 한자리에 모여서 "서무계장님 곧 있으면 도청으로 들어가실 것 아닙니까? 계장님 계실 때 해놓고 가지 않으면 원종장에 테니스장 설치 꿈은 영원히 사라지게 될 겁니다"라면서 거듭 졸라대는 것이 아닌가?

"한번 원종장이면 영원한 원종장"이듯 원종장 발령을 받은 연구직들은 인사 교류가 없어 정년까지 원종장에서 근무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같이 연구직들의 딱한 사정 속에 들어가 보니 생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고, 죄수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도관들 생각까지도 떠올랐다. 나는 용기를 내어 도(道)에 건의키로 하고 이초영 예산계장님을 또 찾아뵈었다.

"그동안 도와주심에 감사드리고, 염치가 없지만 한 가지 더 배려를 건의 드리겠다"며 「테니스장 설치」건을 말씀드렸다. 그러면서 "나도 사치성 시설이어서 내키지 않았지만 연구직들 사기 문제를 마냥 외면만 할 수 없어 가지고 왔다"며 "도(道)의 예산사정도 있을 것이니, 무리하지 마시고 계장님 판단에 따르겠다"고 말씀을 올렸다.

그 뒤 열흘쯤 지났을까? 예산계 차석으로부터 "테니스장 설치 예산 3천 만원을 당초 예산에 반영키로 하였다"는 연락이 왔다. 그 후 `87 당초 예산에 확보되었고 그해 6월에 착공하여 내가 원종장을 떠난 후 준공되었다. 테니스장은 원종장 사무실 옆 솔밭에 설치하였는데 착공 때 몇십 년 자란 소나무를 베어내는데 마음이 아팠다.

나는 예산계장님과 직원들을 원종장에 초청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초청한다고 오시려나? 반신반의 생각이 들었고 이초영 계장님은 술도 못하시는 분이고 워낙 청렴한 분이시다 보니 실제 예산계장으로 있으면서 식사 초대에 거의 응하지 않으셨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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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수확기 콤바인도 우리나라에서는 1976년도에 최초로 69대가 도입되었다.
도청에서 이초영 계장하면 「청렴결백」 「도덕군자」 「선비 공무원」으로 정평이 나있는 분이었다. 일단 말씀은 드려 봐야겠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뜻밖의 답변이 왔다. "퇴근 후 출발하여 직원들과 함께 갈테니 장장님이나 다른 분들은 나오지 않게 하고 김 계장만 나와서 조촐한데 가서 소주나 한잔 하자"고 하셨다.

「삽교 곱창집」에서 소주 몇 순배가 오가며 회식을 즐겁게 마쳤다. 참으로 고마웠다. 「김용교 격려」해주기 위해 시간을 내주신 걸로 이해되었다.

1987년 6월 전국 각 시도에 「지역경제과」를 신설하면서 충남도에도 인사요인이 발생하였고 원종장 근무한지 1년 2개월 된 나도 도청 전입 대상이라고 하였다. 얼마 후 노규래 지방과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방과에서 함께 근무하자"는 말씀이셨다.

나는 "저, 지방과에서 7년이나 근무했는데요" 답하면서 내키지 않는 뉘앙스의 통화가 있었고 실제로 나는 지방과에서 다시 근무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이튿날 감사담당관실 감사계장님께 연락이 왔다. "감사담당관실에서 함께 근무하자고…" 나는 갑작스런 전화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얼버무리며 통화를 마쳤다. 그런데 감사담당관실은 내 성격과 잘 조화될 것 같질 않았다.

「기획」은 밤새 근무를 해도 도지사 결재가 나면 계획이 수립되고 일이 똑똑 떨어지는 맛이 있다. 그런데 감사는 발견되면 지적 안 할 수도 없고 징계·소청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어쩌다 마주치면 어쩌나?" 하는 마음 여린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얼마 후 안경환 농정과 농정계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김 계장, 이제는 힘이 약한 농업부서에도 근무해서 도와주지" 하시며 동의를 구해왔다. 나는 적극 동의했고 "인사부서에 제청하시라"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나는 신설부서인 「지역경제과」에도 가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경제」 하면 국가에서, 중앙정부에서 경제정책을 컨트럴 해왔는데 지역경제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인사부서에 “「농정계」 아니면 「지역경제과」 배치를 희망한다"고 하였다. 얼마후 인사발표가 있었는데 지방과로 발령이 났다.

"힘쎈 과장이 차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발령을 받고 평소 존경하던 김대길 여론계장을 상사로 모실 수 있었고 원만하신 노규래 과장님을 보필하는 기회를 얻어 보람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론계를 거쳐 지방과 행정계에도 근무하여 내무부 행정과와 시군 내무과의 중간인 도(道)에서 국가통합성을 위한 일을 맡아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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